호야.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아직 제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왜 그렇게 손발이 오그라드는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룹 인피니트의 호야란 이름으로 자리매김한 지 어느덧 7년차. 노래와 춤, 랩 등에서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온 그는 연기에서도 데뷔작인 케이블TV tvN '응답하라 1997'(2012)의 홈런과 함께 시청자들의 뇌리에 진하게 각인됐다. 이후 4년만에 첫 주연 영화 '히야'(감독 김지연 제작 메이저타운)로 스크린에 나선 그의 눈빛에선 설렘 반 두려움 반의 기분 좋은 긴장감이 읽힌다.

대구 사투리로 '형'을 뜻하는 '히야'는 문제아 형 진상(안보현)과 가수를 꿈꾸는 열정 충만한 고등학생 동생 진호(이호원) 형제가 서로 갈등하고 화해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로 뭉클한 형제애를 그리고 있다. 만듦새가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애틋한 정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극중 호야는 가수를 꿈꾸는 고등학생 진호 역으로 분해 영화에서 실제 공연 장면도 선보이는 등 가수 출신의 이점을 톡톡히 살렸다.

"처음 기술 시사회에서 작품을 처음 볼 땐 너무 부끄럽단 생각이었어요. 왜 제가 볼 땐 단점밖에 안 보이고 민망하기만 할까요?(웃음) 원래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단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그런지 이번에도 유독 저만 부족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호야.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겸손하게 말문을 열지만 현장에서는 가수 출신답게 실제 가수 연습생에 대한 의견도 많이 냈다. "다른 배우들과 촬영장에서 실제 형제들처럼 지내서 아이디어도 내고, 애드리브도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공연 장면에서는 어설프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더 열심히 하기도 했고요"

'첫 주연 영화'라는 타이틀에 적잖은 부담이 있었던 것은 그저 노력하는 길밖에 없었다.

"사실 주인공이란 생각은 별로 안 했어요. 너무 들뜨거나, 반대로 너무 부담을 가지거나 둘 다 연기하는 데 마이너스일 것 같았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그 역할에 집중하는 것 같아서요."

극중 진호와 가장 많이 부딪히는 진상 역의 안보현과는 서로 연기보다는 먼저 친해지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고.

"감독님이 연기에 대해 특별히 디렉션을 주신 건 없어요. 그저 정말 친형제처럼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촬영 초반부터 가깝게 지내면서 얘기도 많이 나누고 재밌게 지낸 기억이 많이 남네요."

호야.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대구를 무대로 펼쳐지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작품 속에 호야는 유창한 대구 사투리를 구사한다. 하지만 부산 출신인 그는 극중 대구 사투리가 무척 헷갈렸다며 웃음짓는다.

"경상도 사투리 자체는 익숙하지만 부산과 대구는 억양상 꽤 차이가 있거든요. 사투리든 표준어든 감정이 중요한 거니 감정을 따라 대사를 하는데 억양이 어색해 NG가 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감독님이 대구 출신이라 도움을 많이 얻었어요."

작품 덕분일까? 가족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볼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이 호야에게 남긴 의도치 않은 성과다. "영화 찍으면서 가족들이랑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했어요. 저도 형이 있는데 어릴 땐 제가 모은 세뱃돈을 형이 가져간다든지 하는 작은 이유로 많이 싸웠거든요. 그러다 저는 가수 연습생이 되고 형은 군입대를 하면서 서로 5년이나 못 보는 시간도 있었어요. 그렇게 커 오면서 이제는 가족들에게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이번 작품에 그는 친동생 이호준과 함께 출연하기도 한다. 이호준은 극중 가수 연습생이자 아이돌 그룹 로드킹의 멤버로 등장한다. 동생에게는 꽤 까다로운 형이라는 호야는 "동생은 다섯 살 터울인데 저를 좀 어려워해요. 제가 촬영할 때도 제대로 못하면 무섭게 혼내거든요. 더군다나 가수가 주인공인 영화라 무대에서 어설프게 보이지 않으려고 더 주의를 기울였어요. 일할 땐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니까 저도 모르게 동생에겐 더 엄격하게 하는 것 같아요"라고 들려준다.

가수로 데뷔했지만 그의 연기에 대한 열망은 여느 연기자 못지않다. 연기 데뷔작인 케이블TV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예상외로 공전의 히트를 친 후 여러 작품에서 섭외는 많았지만 해외 스케줄 등 가수 활동과 병행하면서 연기 공백기가 의도치 않게 길어졌다.

호야.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연기 활동도 빨리 하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조금 늦어진 감이 있어요. 그래도 쉬는 동안 나름대로 연기 공부를 할 시간을 가진 건 수확이에요"라며 웃는 그는 실제로 좋은 연기 선생님을 찾아 일반 수강생들과 수업도 함께 들었다고.

"발음, 발성 연습도 하고 좋은 선생님이 있으면 학원에 등록해 수업을 듣기도 했어요. 일반 수강생들과 함께 수업하려니 조금 쑥스럽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제가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찾아서 하는 편이라 앞으로도 연기에 도움될 만한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해 볼 생각이에요."

올해 가수로서 컴백을 준비 중이기도 한 그는 연기 활동에도 박차를 가할 각오다.

"구체적으로 잡힌 계획은 없어요. 노래든 연기든 일단 준비되어 있는 게 중요하니까 혼자 이것 저것 공부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요. 기회가 되면 어떤 연기든 도전해보고 싶어요. 아직은 이것 저것 부딪쳐봐야 할 때니까요. 어떤 작품이든 저를 좋게 봐주셔서 캐스팅해주신다면 가수 활동 못지않은 '불꽃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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