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이.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담담한 모습으로 마이크를 잡고 나이답지 않은 깊은 음색을 들려주던 소녀는 이제 스무살이 돼 돌아왔다. 이하이. '안녕'을 뜻하는 이름 속에 숨은 영어 단어처럼 인터뷰 중 이하이는 반가운 인사를 전하듯 웃음을 간간히 띄우며 긴장감 속에 숨어있는 천진난만함을 내비쳤다.

타이틀곡 '한숨'은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슬로 템포의 곡이다. 봄이라는 계절감과 함께 이제 막 20대 문턱을 밟은 숙녀의 풋풋함을 담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년만에 발표한 하프앨범 속 이하이는 성숙함이 실린 목소리로 조용한 위로를 전하고 있었다.

▲3년 만의 앨범 타이틀곡 '한숨' 반응이 꽤 좋다. 어떻게 구상한 곡인지 궁금하다.

'한숨'이라는 곡은 나에게도 위로가 됐던 곡이다. 쉬고 있을 때 타블로 오빠와 '송캠프'(여러 아티스트들이 모여 음악작업을 하는 프로젝트) 작업을 하면서 의견 교환을 많이 했다. 그 때 타블로 오빠에게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곡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더니 해보자고 하셨다. 이 곡이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위로를 받고 싶지만 말할 사람이 없을 때 이 노래를 들어준다면 가장 기쁠 것 같다. ▲ 곡 분위기가 가볍지 않다. 깊은 마음을 표현하는 정서가 필요했을 것 같다.

앨범 준비 기간이 타이트해서 하루에 한 곡씩 녹음했다. 다른 곡은 빨리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한숨'을 듣고는 많은 생각을 했다. '어떻게 부르면 따뜻한 위로가 될까'란 생각이 가장 컸다. 고민 끝에 이전과는 조금 다른 창법이나 가창 스타일을 시도했는데 다행히 많이 좋아해주신 것 같다.

이하이.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앨범 준비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했나 앨범 준비하는 내내 타블로, 투컷 오빠와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했다. 12월 31일도, 1월 1일도 함께 보냈다. 두 분이 내 의견을 정말 많이 물어봐주셨다. 담고 싶은 내 생각, 어떤 스타일과 장르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계속 물어봐주셨고 그러다보니 곡이 보였다. 좋은 아티스트들과 작업할 수 있게 다리도 놓아주셨다. 오랜만에 나오는 거니까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 답변 속에 지난 3년간 적지 않은 고민의 시간을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묻어난다.

쉬면서 사실 좀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들을 때는 '과연 그게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고민이지만 나름대로 여러 생각을 많이 했다. 10대의 나와 20대의 내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10대의 나를 좋아해준 분들이 지금도 좋아해주실까란 생각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이 가장 많았나.

잊혀질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안하고 이렇게 쉬기만 해도 되나' 란 생각도 들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3년 동안 어찌 보면 대단한 뭔가를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할텐데 사실 난 그냥 쉬었으니까. 그래서 잊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늘 있어서 힘들었다. 옆에서 위로가 되고 함께 견뎌줬던 언니와 어머니가 항상 내 얘길 들어주셨다. 하루의 끝을 항상 어머니와 함께 보내면서 조언을 들었다. '오래 쉬고, 너도 바뀐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널 좋아해주실거야'라는.

이하이.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20대가 돼 처음 내는 앨범이다. 스무살이 되니 달라진 부분이 있나

실제로의 성격은 그대로다. 10대와 20대의 경계가 무엇인가란 생각을 했고, 스무 살이 되면 모든 게 다 달라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비슷해서 아직까지 의문이다.그래도 고민 속에서 성장을 한 것 같다. 앨범을 듣는 분들이 어린 아이였던 모습에서 좀더 성장했다는 생각을 하시면 좋겠다

▲ 지금도 SBS 'K팝스타5' 오디션이 진행 중인데 후배들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드는지 궁금하다.

나도 어린 나이에 데뷔했는데 지금 활동하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 나보다 훨씬 잘하는 분들이 많다. 'K팝스타'를 요즘엔 활동하느라 자주 챙겨보진 못하는데 가끔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자극이 되기도 한다. 참가자들 연령대가 어려지고 있는데 실력은 더 늘고 있다. 안 떨고 잘 하는 걸 보면 특히 가장 놀랍다. 그런데 볼 때마다 내가 너무 긴장하게 된다. 무대에 선 참가자들이 어떤 마음일지 정말 이해가 가서 그런 것 같다. 마치 심사위원같은 입장에서 자꾸 참가자들을 보게 된다.

▲ 얘길 듣다 보니 진지한 성격이 드러난다. 원래 진중한 편인가

이하이.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로는 장난도 많고 애교도 많은데 지금은 약간 떨린다. 사장님(양현석 프로듀서)도 내게 노래할 때 '귀엽고 요염하게'나 '애교'를 많이 주문하시는데 사장님 앞에서 어떻게 애교를 부리겠나. 생각보다 쉽지 않다.(웃음) ▲ 쉬면서 외적인 부분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스타일 변신에 집중한 부분이 있나

전혀 안했다. 열심히 먹고 놀고 자고 즐겼다. 그렇게라도 안하면 너무 허전하고 외로웠다. 활동 전 급하게 살을 뺐다. 감량을 많이 했는데 실은 굉장히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활동할 때는 열심히 관리하는 편이다.

▲ 오디션 출신들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많은 편인데 이하이는 프로 가수로 잘 적응한 케이스인 것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회사 선배들 중에는 그룹이 많고 여자 솔로는 나 혼자라 항상 부담과 걱정이 많다. '여자 솔로로 어떻게 하면 더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하는. 오디션 때는 미숙한 모습을 응원해주셨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야할 것 같다.

▲ 타이틀곡 '한숨'이 위로에 대한 메시지라고 했는데 요즘 이하이에게 위로가 되는 건 뭘까.

앨범을 내니 여러분들과 소통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기다려주시는 팬 분들이 있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내 노래를 듣고 위로가 된다는 분들의 얘길 듣는 게 내겐 가장 큰 위로다.

▲ 음악적으로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오디션 출신 가수'란 타이틀을 떼고, 그저 '이하이'로서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앞으로 내가 어떨지는 항상 미지의 세계인데 일단 내 음악 색깔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은 변할 수 있겠지만 나만의 색깔이 담긴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싶다. 앞으로 나올 하프 앨범에도 자작곡을 넣을 생각을 하고 있다. 아직 트랙리스트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열심히 구상 중이다. 내 노래를 들으면 '어떤 식으로 불렀다'가 아니라 '이하이가 불렀구나'란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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