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다영.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다섯 친구들이 정말 친해져서 재미있게 연기했어요."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 제작 주피터필름) 속 주다영은 마치 실제 시골 소녀인 양 자유분방하다. 어느 날 라디오 방송국에 도착한 사연을 통해 23년 전 여름을 추억하게 된 이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순정'은 잔잔하면서도 뭉클함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극중 말괄량이 의리파 소녀 길자 역으로 분한 주다영은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맞춤옷같은 연기를 해 냈다. 실제로 전라남도 고흥의 아름다운 풍광을 무대로 촬영된 '순정'은 주다영을 비롯 도경수 이다윗 김소현 연준석 등 다섯 주연 배우들이 석 달간 동고동락하며 빚어낸 결과물이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친형제들처럼 금방 친해졌어요. 처음에는 고흥 사투리가 큰 관문이었는데 이제는 다섯 명이 만나면 사투리가 다시 나오네요."(웃음)

영화 속 다섯 배우들의 호흡은 실제 친구들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허물없고 돈독해보인다. "연기를 했다기보다 잘 깔아놓은 판에서 놀고 난 느낌"이라는 주다영은 감독님의 공이 컸다며 겸손해한다.

주다영.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감독님이 연기 디렉션도 거의 주지 않으셨어요. 그저 '범실'(도경수) '수옥'(김소현) '길자'같은 극중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고 친하게 지내라고 하셨죠. 촬영하는 3개월간 아름다운 풍경도 마음껏 보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이 먹어 그런지 체중도 거의 10kg이 늘었어요."

팀워크의 덕이었는지 작품은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도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맑은 느낌을 담아내고 있다.

"촬영하면서 저 또한 순수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어쩌면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이들에게서는 찾기 어려운, 있는 그대로를 말하고 행동하는 시골 아이들만의 정서가 무척 매력적이게 다가오기도 했구요."

극중 길자는 가장 왈가닥이지만 후반부 들어 섬세한 감정 표현이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주다영은 "제가 원래 길자처럼 천방지축이거나 많이 활달한 성격은 아니에요.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하는 부분이 필요했는데 제 안에서 길자의 모습을 끌어내는 게 사실 쉽지만은 않았어요. 자칫하면 너무 억지스러워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구요"라며 초반 캐스팅 당시 우려감에 대해 전했다.

주다영.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그러나 스크린을 통해 펼쳐진 길자의 모습은 실제 성격과 비슷하지 않을까 궁금증을 낳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예기치 않은 부상 에피소드도 있었다. 극중 길자가 매를 맞는 장면에서는 본래 옷 안에 대려던 솜 패드 없이 맞는 바람에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시퍼런 멍이 들기도 했다.

"스태프분들이 옷 안에 넣을 패드를 준비해주셨는데 제가 슬쩍 뺐어요. 패드가 너무 크게 튀어나와 티가 날 것 같아서요. 덕분에 꽤 넓은 부위에 오랫동안 멍이 들어있었는데 일부러 티 안내려고 고생 좀 했죠."(웃음)

그런 열정이 전해져서였을까? 연출자 이은희 감독은 배우들에게 스스로 '컷'을 할 기회를 주는 등 직접 작품을 만들어가도록 했다.

"이런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배우들의 의견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직접 '컷' 사인을 내리면 감독님이 '너희들이 만족했으면 됐어'라고 넘어가시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왠지 '더 잘해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주다영.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그렇게 즐거운 작업을 마쳐선지 작품에 대한 기억이 '일'을 했다기보다 아련한 추억처럼 남아 있다.

"노을지는 수풀에서 다섯 명이 싸우던 장면도 마음 속에 깊이 남아 있어요. 그 때 있었던 일들, 서로 깔깔 대며 촬영했던 기억이 마치 재미있는 추억을 쌓고 온 것 같아 앞으로도 연기생활하면서 많이 그립고 힘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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