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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미람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임세준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

[스포츠한국 조현주 기자] 인경은 공장에서는 번호로, SNS에서는 ‘사발’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린다. 자신의 이름은 없다. 의미 없는 ‘원나잇’ 만남을 이어가던 그는 닉네임 ‘삼겹살’의 친절에 마음을 연다. 그러나 그 남자는 닉네임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남자를 만나라고 돌아선다. ‘일회성 사랑’을 즐기는 인경에 진정으로 필요했던 건 바로 자신의 진짜 이름을 불러주는 따뜻함이었다. 인경은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는 꽃이, 눈짓이 되고 싶었다.

3일 개봉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3D 옴니버스 영화 ‘방 안의 코끼리’(감독 권칠인 박수영 권호영)에서 권칠인 감독의 두 번째 에피소드 ‘세컨 어카운트’는 자신의 이름을 잊은 채 숫자로, 닉네임으로 불리는 인경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자들과 ‘원나잇’을 즐기는 인경은 외로움을 밖에서만 찾으려 한다. 인경 역을 맡은 이는 바로 배우 미람(27)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출신의 실력파 배우인 그는 첫 등장부터 강렬한 비주얼로 등장한다. 당당을 넘어 당돌함이 느껴지는 말투부터 베드신과 적지 않은 노출신까지, 미람은 거침 없는 연기력을 뽐냈다.

“베드신이 섹시함을 강조하기 보다는 인경의 숨겨져 있는 욕망과 외로움 등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인경은 여러 남자들을 만나요. 일회성 만남이지만 굉장히 능동적이고 당당해요. 그러다 닉네임 삼겹살, 서준영을 만나는데 그의 작은 터치에도 낯선 떨림을 느끼게 되죠. 나의 닉네임은 당연히 사발인데, 그는 저에게 왜 사발인지를 물어봐요. 거기서 다른 남자들에게는 느낄 수 없던 색다른 기대감을 느꼈죠. 그런 인경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는 작품 선택 이유에 대해 “요 근래 많이 없는 여성이 중심이 돼서 자신의 성장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라 끌렸다”고 털어놨다.

“꾸밈 없이, 솔직 담백하게 느껴졌어요. 여러 남자들을 만나고, 특히 삼겹살을 만나면서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캐릭터의 내면에 무엇인가가 차차 쌓이는 걸 느꼈죠. 한 여자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에요. 저와 성격도 다르고 선택하는 방식도 많이 다르지만 인경의 고민과 저의 고민이 맞닿는 지점이 분명히 있었어요. 저 역시 여전히 성장 중인 사람이니깐요.”

그는 대학로 연극을 보면서 연기를 꿈꿨다. “고3 때 처음으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던 그는 “배우들이 열연하고 관객들을 반찍이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 마음이 궁금했다. 처음에는 막연한 호기심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예종 연기과에 입학을 했다.

“학교에 입학하고 선생님에게 연기를 배우면서 내가 쉬운 거를 선택한 건 아니라고 느꼈죠. 물론 재미도 느꼈고요. 학생이었지만 제 연극을 봐주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더 잘하고 싶었어요. 한번은 다리를 절뚝이는 사회부적응자를 연기한 적이 있어요. 밖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인물이었는데 원주율을 몇백 단위까지 외웠어요. 지금도 몇십 자리까지는 생각이 나요. (웃음) 고민은 끝이 없다는 걸 느꼈죠. 정답도 없고요. 그렇지만 내가 고민한 만큼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깊이가 생긴다는 것도 알았고요. 큰 배움이고 경험이었어요.”

데뷔는 귀신 역할이었다. ‘여고괴담’ 등 당시 하이틴 스타들의 필수 관문 코스였다. 그는 2010년 영화 ‘귀’로 상업 영화 데뷔를 했다.

“귀신에게 당하는 역할인 줄 알았는데, 저를 보자마자 ‘귀신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귀신 역할을 해야 잘 된다는 주변의 부축임도 있었고요. 그런데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았네요. (웃음) 아! 귀신 촬영을 하고 나서 공포 영화를 잘 봐요. 귀신이 어떻게 탄생되는지 알았거든요. 이제 보면 ‘분장 잘했네’ ‘좋네’라고 평가도 한답니다.”

웃으며 말했지만 배우인 만큼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은 언제나 목마른 배우다.

“드라마는 ‘학교 2013’이 처음이었어요. 단역부터 조연까지 계속 올라가고 있어요. 모든 역할이 저에게는 어려웠고, 무게감을 느끼면서 촬영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마름은 있죠. 갈증이 느껴져요. 현장에서 더 놀고 싶어요. 나에게 사연이 더 주어졌으면 좋겠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싶어요. 아직까지 저를 잠도 못 이루게 한 작품이 없는 건 아쉽죠.”

현재 김고은, 이유영, 박소담 등 한예종 출신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들의 활약에 그는 “당연히 자극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좋은 자극이에요. 열심히 하고 잘해주고, 멋지게 살아가는 동료들이잖아요. 배울 거는 배우고 싶어요. 제 성격상 남들과 비교를 잘 하지는 않아요. 나의 길이 있고 방향과 시기는 다르잖아요. 인생의 목표도 다를 거고요. 하지만 정말 든든해요. 그들을 보면서 포기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미람. 빛날 미에 예쁠 람으로 얼마 전부터 쓰기 시작한 그의 가명이다. 기분 좋고, 자신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이름으로 선택했단다. 그는 “아직 미람이라는 이름이 생소한 분들이 많을 테지만 조금씩, 서두르지 않고 다가가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현재 여러 작품을 두고 미팅을 하고 있어요. 영화가 될지 드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대중들이 저를 더 친근하게 여길 수 있도록 얼굴을 많이 비추고 싶어요. 가족들도 그렇고 주위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고 있어요. 저를 많이 믿어주세요. 그런데 배우의 길을 선택한 이상 효도나 보답에 대한 약속은 확신할 수가 없어요. 지금은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는 게 가장 큰 보답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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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6/03/05 07: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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