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살면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다만 그 감정을 드러내느냐, 삼키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눈빛을 지닌 공유는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 제작 영화사 봄)의 기홍 역할과 많은 부분 닮아 있다.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된 두 남녀가 몇달 후 서울에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각각 가정이 있는 이들의 사랑을 담았다. 자폐 성향이 있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상민(전도연)과 선택적 함구증이 있는 딸을 둔 기홍(공유)은 머나먼 땅 핀란드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예상할 수 있듯 쉽지 않은 사랑을 시작한 이들은 몇번의 재회 과정을 겪으며 지독한 열병을 앓는다.

이윤기 감독 특유의 섬세한 호흡 속에서 공유가 만들어 낸 기홍은 실제 그의 모습처럼 감성어리게 표현됐다. 망설임 많고, 감추었던 외로움도 많은 이 남자에거 적잖은 공감대를 느꼈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쉴 새 없이 기홍에 대한 생각을 쏟아냈다.

▲ 1년 전 촬영한 작품이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이 궁금하다.

내 옆의 있는 사람의 외로움을 모를 때가 많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할 테고.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아마도 '이 마음을 나도 모르진 않아'라는 공감대를 느끼실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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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에서는 기홍의 뭔가 말할 듯 말 듯한 분위기 속에 담긴 사랑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인 기호도 있는데 이윤기 감독의 화법과 여백이 좋았다. 생활적인,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절제돼 있으면서도 애절함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촬영한 장면도 눈물을 참지 못해 오열하는 장면이 몇몇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감독님이 들어내셨더라. 아마도 과하지 않게 연출하려는 의도겠지. 나도 투 머치(too much)를 좋아하지 않는다. 과장되거나 극화돼있는 느낌보다는, 물론 모든 작품에는 판타지가 있지만 그 와중에 현실과 닿아있는 듯한 느낌의 영화와 인물이 좋다. 그래서 연기를 할 때도 연기를 하는 느낌이 없는 게 좋다. 가장 연기 같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다. 전도연 선배의 연기를 보면서는 가슴을 치는 순간이 많았다. 영화를 보면서 이토록 많이 동요된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움찔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그걸 연기인 듯 연기 아닌 듯한 모호한 경계선에서 풀어내면서 노는 것 같다. ▲ 영화 속 기홍이 실제 공유와도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다.

눈빛이 기홍과 내가 닮아있어서 내게 어드밴티지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충분히 즐겼던 것 같다. 캐릭터 자체가 나와 비슷하다는 점에서도 남다르게 애정이 갔다. 내가 어떤 캐릭터 안에 들어갔을 때, 그게 내가 연기를 하는 건지 실제 나인지 헷갈리는 게 좋다.

▲ 두 남녀주인공의 로맨스 장면이 무척 섬세하게 그려졌다. 촬영하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어떤 건가

기차에서 기홍이 상민의 손을 잡는 장면이다. 기홍이 따뜻하게 상민의 손을 잡는 장면이었는데 촬영 후 전도연 선배가 "나 아까 저 대사할 때 좋았어" 라고 말해주더라. 내 진심이 전해진 걸 확인받은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내가 줬는데 상대방이 잘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품 자체가 결국 각각 가정이 있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다. 좀 망설여지는 지점은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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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옳다 그르다에 대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살면서 흔들리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미안하지만 분명히 흔들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사랑을 느끼는 것 자체가 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그 감정을 드러내느냐, 삼키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게 사랑이지 않나. 이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나 걱정이 있었다.

뭣 때문에 걱정하는지 알겠는데 놓지 못하게 하는 이 작품만의 뭔가가 있었다. 찍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 기홍으로 산 후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아픈 사랑이었는데 좋았다. 멜로를 하고 싶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갈증도 해소됐고, 정말 같이 해 보고 싶었던 전도연 선배랑 연기한 것도 도움이 됐다. 영화를 찍으면서 (전도연 선배에게) 정말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주제를 배우로서 계속 생각하면서 촬영했을 것 같다. 실제 공유라면 '남과 여'에서와 같은 사랑이 가능했을까?

아마도 나는 그런 사랑 자체를 시작을 못했을 것 같다. 기홍처럼 저돌적으로 용기를 내 볼 배포가 없다. 아마도 내가 이 작품에 끌렸던 이유, 나아가서 연기를 하는 이유도 생각해보면 내가 알고 있는 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범위를 넘어서는 유일한 공간이 카메라 앞이라는 점 때문이다. 거기에는 카타르시스도 있고, 대리만족도 있다.▲ 이번 작품도 그렇고 주로 맡는 역할이 강자보다는 약자의 포지션인 경우가 많다. 결과론적인 얘기인데 대부분 '도가니' 이후 내 선택이 달라졌다며 '터닝포인트'로 꼽히곤 한다. 하지만 나 스스로 예상했던 작품은 아니다. 그냥 시나리오를 보고 열받아서 주체할 수 없어 선택했다. 다만 현실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면은 있다. 판타지는 작품 안에 늘 존재하지만 판타지로 중무장한 캐릭터는 나이가 들수록 불편하다. 예를 들어 올해 개봉할 영화 '부산행'에도 각각의 인물들의 고단함이 있다. 그런 걸 표현하고 싶은 것 같다.

▲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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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망하면 어때'란 생각도 한다. 내가 온전하게 더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좋은 거니까. 여전히 타협하고 고민하지만, 나이들면서 그런 부분에 있어 조금씩 더 여유로워진다.

▲ '남과 여'에 이어 '부산행' '밀정'까지 올해 개봉을 했거나 앞둔 작품이 세 편이나 된다.

강동원, 하정우가 열심히 영화 찍는 걸 보면서 마냥 부러웠다. 에너지가 대단한 것 같다. 이제 나도 그동안 작업한 걸 하나씩 선보이는 것 같아 기쁘다. 그동안 계속 촬영 현장에는 있었는데 관객들의 피드백은 없었으니까. 너무나 다른 장르의 다른 캐릭터들이 나오는 것도 좋다. 2년동안 현장에서만 구르다 보니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그리움이 생겼다.

▲ 올해 줄줄이 영화 개봉작들이 나올 예정인데 드라마는 생각 없나 마흔 전에는 한번 해야겠단 생각 한다. 다만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했을 때 느낀 건 시스템의 한계였다. 공장에서 로보트가 찍어내듯 쫓기면서 촬영하는 걸 보여주는 게 맞는가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내 연기의 완성도에 대한 욕심, 온전하게 보여주고 싶은 데 대한 욕심이 많이 생겼다. 그렇지만 닫혀있지 않다. 참신한 얘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남녀주인공이 둘둘씩 나와 사각관계를 하는 건 그만 했으면 좋겠다. 단순히 말랑말랑하고 아기자기한 얘기보다는 참신한 얘기에 끌리는 것 같다. ▲ '남과 여'를 보면 공유의 성숙함이 묻어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전과 다르게 느끼는 부분이 있나

조금씩 더 기대되는 기분이다. 확실히 배우는 나이를 먹을수록 경험에서 오는 게 자산인 것 같다. 요즘은 40대 때 남자로서 잘할 수 있는 건 뭘까란 생각을 한다. 40대가 비로소 남자가 되는 나이인 것 같고 어른이 되는 것 아닐까 싶다. 그 땐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주름 생기고 머리가 하얘진 후 하는 멜로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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