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오프닝 크레디트부터 심상찮다. '제작 : 호구들' '감독: 돈만 많이 처받는 초짜' 그 외 '쓰잘데기 없는 카메오'로 위트 넘치는 표기를 선보이는 영화 '데드 풀'(감독 팀 밀러 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은 기존의 슈퍼히어로물과는 상당히 궤를 벗어나 있다.

우선 관람등급부터 청소년관람불가인 이 작품은 경박하고 때론 나쁘기도 하고 폭력성도 띤 '이상한' 슈퍼히어로의 모습을 다각도로 그려낸다. 그러면서 '이상하지만 끌릴 수밖에 없는' 마력을 선사한다.

전직 특수부대 요원 출신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다양한 요청을 하는 의뢰인들을 도와주는 해결사로 살아간다. 스트립 바에서 만난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와 사랑에 빠진 윌슨은 힐링팩터(몸에 상처가 나면 초고속으로 재생하는 능력) 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가 되지만 대신 얼굴이 흉측하게 변해버린다. 이처럼 얼굴이 변해버린 윌슨이 다시 바네사 앞에 나타나기 위해 자신을 바꿔버린 악당들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 '데드풀'의 간단 줄거리다.

초반부터 작품은 엄청난 대사량, 빠른 템포의 화면 편집과 호쾌한 액션 장면으로 관객을 생각할 틈 없이 몰아붙인다.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데드풀'만의 19금 개그와 위트가 섞인 속사포같은 대사다. 야한 농담과 욕설, 전작 슈퍼히어로물에 대한 디스(diss)가 쉼없이 펼쳐지면서 마치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에 만담을 얹은 듯한 이색적인 매력을 맛볼 수 있는 것.

일반적인 '슈퍼히어로'와는 달리 데드풀은 악당의 기질도 충만하다. 한때 동료였던 이에게도 가차없이 총부리를 겨누는가 하면 좋아하는 여성에게 연인이 생겼다며 고민을 털어놓는 택시기사에게는 해당 남성을 납치할 것을 권유하고 쉴새 없는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정의를 갈구하지도 않는다.

'데드풀'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여기에 데드풀만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모든 요소가 관객들에게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카타르시스와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다는 것.

'착한 영화' '교훈적인 작품'의 틀을 벗어나 '이러 이러해야 한다'는 일종의 불문율을 시원하게 내려놓은 영화는 그래서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어디까지나 '19금 슈퍼히어로물'이라는 점은 감안하고 봐야할 성인들을 위한 작품이기도 하다. 수위 높은 액션과 화장실 유머와 간간히 등장하는 노출신도 이 작품의 관람등급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준다.

106분간 쉴틈없이 몰아치는 영화를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마블 코믹스 작품이나 액션 히어로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도 색다른 재미를 경험하게 된다. 극 초반 '러브 스토리'라고 규정한 영화인 만큼 로맨스 장면마다 흐르는 올드 팝도 숨은 매력 요소다.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봐야 하는 것은 '데드풀'이 주는 마지막 위트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