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스’(Rams) ★★★1/2(5개 만점)

매우 소박하면서도 정감 가득한 아이슬랜드 드라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삭막한 아이슬랜드 시골에서 양들을 치는 앙숙지간인 나이 든 형제의 갈등과 궁극적 화해 그리고 사랑을 그렸다.

심술 궂은 유머와 함께 고립된 시골사람들의 힘든 하루 하루를 사실적으로 그렸는데 드라마와 코미디 그리고 비극(클라이맥스 부분으로 애매모호하게 끝난다)을 고루 잘 섞어 흥미롭다. 특히 이 영화는 겨울 눈으로 덮인 정경이 매우 아름다운데 이와 함께 양들도 사람 못지않은 몫을 한다.

아이슬랜드 깡촌에서 살면서 양들을 키우는 형 키디(테오도어 율리우손)와 동생 굼미(시구르두르 시구르욘슨)는 둘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 바로 이웃에 살면서도 지난 40년간을 말을 안 하고 지낸 사이다. 이들의 통신 수단은 키디의 개로 서로 할 말이 있으면 종이에 그 내용을 적어 개를 통해 전달한다.

키디는 술꾼이요 무뚝뚝하고 사나운 반면 굼미는 술 안 마시는 이성적이요 부지런한 사람인데 이들은 자기들이 키우고 다듬는 숫양들을 자기 자식처럼 사랑한다. 그런데 연례 우수양선발 대회에서 뜻밖에도 키디가 우승하면서 굼미는 크게 실망한다.

이어 마을에 양들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보건당국은 온 동네의 양들을 다 살육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내용에 극적 기폭이 일어난다. 이에 구미는 자기 양들을 다 살육하나 키디는 못 한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러나 그도 당국의 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굼미는 자기가 가장 아끼는 양 몇 마리를 죽이지 않고 자기 집 지하실에 우리를 만들어 거기서 키운다. 굼미가 조사 나온 보건소 직원에게 이를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안쓰럽고 우습다. 그러나 키디가 동생의 비밀을 알아낸다. 그리고 둘은 이 때부터 서로간의 앙심을 조금씩 풀고 공동으로 쿰미의 양들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둘은 양들을 더 이상 집안에 가둘 수가 없게 되자 이들을 몰고 심한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꼭대기로 피신처를 구해 간다. 지척을 분간할 수 없도록 폭설이 몰아치는 가운데 밤이 되면서 형제는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마지막 장면이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나이 먹은 두 주인공들이 별로 말도 많이 하지 않고 눈과 얼굴 표정으로 흙냄새가 나는 연기를 뛰어나게 한다. 촬영과 음악도 좋다.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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