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유쾌발랄한 영화 작업 덕일까?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강동원은 피곤한 기색 속에서도 자주 웃음보를 터뜨리며 얘기를 이어갔다. 돌려 말하지 않는 솔직한 직설화법을 지닌 이 배우에게는 축복받은 외모를 떠나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최고이고 싶은 '야망'이 엿보이기에 매력적이다.

지난해 말 영화 '검은 사제들'의 예상을 뛰어 넘는 선전에 이어 3일 개봉한 '검사외전'(감독 이일형 제작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처스)도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서는 등 벌써부터 축포를 터뜨리고 있다.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황정민)이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을 움직여 누명을 벗으려는 내용을 담은 범죄오락영화. 그 중심엔 막춤까지 불사해가며 '신비로움'을 내려놓고 온몸으로 코미디에 도전한 강동원의 대중과 소통하려는 영리한 수 읽기가 숨어 있다.

▲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 '전우치' 등에서 조금씩 코믹 연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이번처럼 강동원이 대놓고 웃긴 연기에 도전한 것은 처음이다.

사실 내 안에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모습을 연기하다보니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지점은 관객들이 보기에 아직 어색한 부분도 있을것 같다. 시나리오대로만 해도 웃긴 캐릭터인데 표정이나 제스처 등을 신경쓰느라 사람 관찰을 많이 했다. 어찌됐든 나쁘지 않게 해냈다는 생각은 든다.

▲ 영화 속 강동원의 '막춤'이 압권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강동원. 사진=쇼박스 제공.
춤 준비를 많이 했다. 평소 클럽을 다니는 편이 아니라 셔플 댄스도 따로 배웠는데 촬영장이 콘트리트 바닥이라 스텝이 미끄러지지 않아서 힘들더라.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감독님이 재미 없다고 해서 막춤으로 바꿨다. 정말 열심히 췄는데 찍고 났더니 이상한 춤을 추고 있더라. 촬영 후 모니터를 보니 내가 한 줄도 모르는 춤을 추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했다. (웃음) 미공개 영상에는 로보트 춤 추는 장면도 있는데 혹시나 마케팅 팀에서 안 풀었으면 좋겠다. 내 미래를 위해서.▲ 한편으로는 30대 중반에 귀여움을 연기하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귀여움을 연기한다'보다 이 캐릭터 자체가 귀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치원이가 안 귀여우면 관객들이 감정을 따라올 수 없으니까. 그래서 예전엔 잘 안 하던 애드리브도 가미했다. 특히 황정민 선배와의 장면에서는 '끼부린다' 싶다고 느낄 만한 장면도 만들어봤다.

▲ 실제로 변재욱에게 한치원이 애교부리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원래 애교도 좀 있는 편인가

절대 하지 않는다. 예전에 송강호 선배가 한 인터뷰에서 '얘는 뭐 시켜도 절대 안한다'라고도 하셨다.

▲ 송강호 김윤석 황정민 등 톱 남자배우들과의 연기가 배우로서 강동원을 많이 이끈 것 같나.

강동원. 사진=쇼박스 제공.
엄청 많이 배웠다. 호흡도 배우고 선배님들의 장점도 배웠다. 후배들에게도 마찬가지이긴 한다. 어느 분야에든 뛰어난 사람이 있으면 배우고 싶다. 연기할 때 그 사람만의 리듬이나 호흡을 캐치하려고 한다. 나중에 써먹을 데가 있으니까. 선배들마다 호흡이 다르다. 잘 배워서 쥐도 새도 모르게 써먹으려고 한다. 선배들은 아마 모를거다. 하하.

▲ 그래도 이젠 스크린에서 배우로서의 자신감이 읽힌다.

내 캐릭터에 자신감은 있었다. 재밌는 도전이었고. 시나리오 보고 '이걸 내가 하면 사람들이 새로워하겠구나'란 생각이 들어 신났다. 진짜 웃기게 반드시 해 내겠다는 각오는 있었다. 본격 코미디를 안 한지 오래됐으니까.

▲ '검사외전' 제작보고회에서 작품과 관련해 '이보다 더 상업적일 수 없다'고 했다. 작품 고를 때 흥행 여부를 많이 보고 고르는 편인가

상업성이라고 표현했지만 결국 그건 완성도와 연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상업성은 '관객들이 볼 만한 영화인가'라는 질문이니까. 손익분기점은 무조건 넘기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예를 들어 앞서 개봉한 '검은 사제들'은 스릴러이면서도 독특한 소재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목표는 300만~400만명 사이로 잡았는데 운이 좋았다. 그 때가 만감이 교차했던 때이기도 했다.

강동원. 사진=쇼박스 제공.
▲ 어느 설문 결과를 보니 배우 강동원이 어필하는 주 타깃층이 20대 여성이라고 하더라. 아이돌이나 한류스타도 아닌 30대 중반 배우가 20대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건 흥미로운 결과이기도 하다.

아직 젊어 보이나?(웃음) 그런 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없는 것보단 좋은 것 같다. 하지만 그것만 목표로 하면 힘들어지겠지. 모든 관객층이 내게 중요하다. 20대 여성팬들이 좋아하신다면 감사하고, 그분들이 데려온 남자친구들도 좋아했으면 좋겠다.(웃음) 개인적으론 30~40대들의 감성은 알겠는데 50대 이상이나 10대들은 잘 모르겠다. ▲ 이번 작품도 그렇고 신인 감독들과의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한국영화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배우로서 나름의 원칙이 있나?

물론 거장 감독님들도 존경하고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요즘 좀더 하는 생각은, 내 세대들 감성을 아는 사람들과도 작업해서 시너지가 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부분이다. '선배님들이 잘 닦아놓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은 싫다. 나는 내 길을 가고 싶다. 내가 소망하고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선배님들이 한국 영화의 기반을 다져주셨으니 그 안에서만이 아니라 해외 시장에 한국영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 중 하나이지 않나 싶다.

▲ 소속사를 YG엔터테인먼트로 옮겼고, '앞으로 10년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2편 개봉, 올해도 2편 개봉에 1편 촬영을 앞두고 있다. 계속 이런 페이스대로 활동할 예정인가?늘 비슷하게 작업했는데 요새 개봉 스케줄이 붙어 있다 보니 더 많이 하는 것처럼 느껴진 것 같다. 이젠 사실 쉴 이유도 없고 쉬면 재미도 없고 할 일도 없다. 내 이미지가 소비되는 걸 아끼는 이유도 최대한 영화를 많이 찍고 싶어서다.

인터뷰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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