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엘] 강렬한 카리스마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주목받아
노출 장면 촬영 때 대선배들의 배려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어
이병헌과의 두번째 호흡 "그 에너지에 더욱 몰입해 연기할 수 있었다"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media@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고전 누아르 영화 속 여주인공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할리우드에서 찾자면 전설적인 여배우 마들렌 디트리히나 로렌 바콜, 한국 여배우로는 최은희나 이혜영이 연상됐다. 900만 관객을 넘기며 꾸준히 관객을 만나고 있는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제작 (유)내부자들문화전문회사)의 홍일점 이엘은 이렇게 주위를 압도하는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다.

영화가 900만 관객을 넘긴 후 서울 중구 충무로 스포츠한국 편집국을 방문한 이엘은 영화의 기대 이상 성공에 들뜰 법했지만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단역부터 시작해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며 쌓은 내공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앞으로 보여줄 게 훨씬 더 많은 무한매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영화를 찍고 1년 만에 개봉해 많이 잊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잘 돼 깜짝 놀랐어요. 저까지 눈여겨봐주신 분들이 생겨 얼떨떨하네요. 예전에는 제가 그리 보여지는 역할을 연기한 게 아니어서 길을 가다 알아봐주셔도 이름은 잘 몰랐어요. 그러나 ‘내부자들’이 개봉된 이후에는 ‘이엘씨 아니세요’라며 알아봐 주고 사인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나 좀 불편한 점도 있어요. 제 SNS에 팔로워가 깜짝 놀랄 정도로 늘어난 거예요. 그래서 예전처럼 아무 사진이나 올릴 수 없더라고요. 모든 일에 조심스러워졌어요.”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 이엘은 주인공 안상구(이병헌)의 숨은 조력자 주마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와 남자배우들에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주 센 노출 장면이 있고 비극적인 결말 때문에 여배우가 쉽게 달려들기 힘든 캐릭터였을 터. 그러나 이엘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오디션을 자청했다.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media@hankooki.com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거기에다 제 역할도 매력적이니 금상첨화더라고요. 무조건 하고 싶었어요. 노출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이 일을 시작한 후 어느 정도 각오한 일이니까요. 또한 당위성 있는 목적 있는 노출이기에 피할 이유가 없었죠. 요정에서 대선배님, 십여명의 보조출연자들과 노출 장면 촬영할 때는 쉽지 않았어요. 그때 백윤식 이경영 김홍파 선배님들이 정말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분위기가 어색해질까봐 농담도 던져주시고 빨리 끝내자고 재촉하셨죠. 본인들도 힘들었을 텐데 정말 감사했어요. 그때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어요. 한창 촬영하다 컷 소리만 나면 남자스태프들의 시선이 하늘로 향하고 수건이 날아다니며 여자스태프들이 저와 보조출연자 몸을 가려주느라 바빴어요. 진풍경이었죠.(웃음)”

이엘이 이병헌과 호흡을 맞춘 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때는 출연 분량이 적어 이번이 처음으로 제대로 연기호흡을 맞춘 것이다. 그는 이병헌 이야기가 나오자 강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영광이죠. 두번이나 함께 연기할 수 있는 건. '광해’에서 함께 연기를 해 처음 볼 때 느끼는 감흥은 없었어요. 그러나 이번엔 제대로 연기를 함께 할 수 있어 기뻤어요. ‘광해’ 때는 너무 긴장해 뭐 하는지 모르게 촬영했거든요. 이번에는 선배님이 연기를 하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어요. ‘내부자들’ 촬영 앞두고 인사를 드렸는데 기억을 못하실 줄 알았는데 제 이름도 기억해주시더라고요.(웃음) 촬영하며 매번 감탄했어요. 신마다 몰입하고 집중하는 에너지가 대단하더라고요. 그러니 저도 그 에너지에 힘을 받아 더 몰두할 수 있었어요.”

이엘은 지난해 다양한 작품에 얼굴을 내밀었다. 영화 ‘내부자들’ 이외에도 드라마 ‘라이어게임’ ‘하녀들’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아름다운 신부’ ‘상상 고양이’ 등에 역할의 크기에 상관없이 출연했다. ‘내부자들’로 주목을 받은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변화가 있을 법하다. 그러나 이엘은 유명세에 관심이 없었다.

“전 쉬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요. 정말 오래 기다려왔는데 마음껏 연기를 할 수 있는 판이 내 앞에 펼쳐졌는데 왜 그걸 거부해요. 정말 즐겁고 재미있어요. 소위 보여지는 역할도 욕심은 나죠. 그러나 작은 역할이라도 좋은 작품이라면 언제라도 카메라 앞에 서고 싶어요. 초심을 잊고 싶지 않아요. 다음 작품은 MBC 드라마 ‘괴물’인데 이번에는 좀더 보여지는 역할이 될 것 같아요.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media@hankooki.com
이엘의 나이는 30대 중반. 영화 속에서 이엘은 20대들이 부러워할 만한 명품 몸매를 과시한다. 그 몸매를 갖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을 듯싶다. 몸매 유지법을 묻자 “먹은 만큼 움직인다”며 시원스럽게 웃어젖혔다.

“맛있는 것을 먹는 걸 정말 좋아해요. 몸매 유지를 위해 먹는 걸 줄이는 다이어트 같은 건 절대 불가능해요. 그 대신 가만히 있지 않고 먹은 만큼 몸을 계속 움직여요. 가장 좋아하는 건 특별한 운동이 아니라 걷기예요. 하루에 5km 정도를 걸어요. 집에서도 가만히 안 있고 쓸고 닦고 설거지에 빨래를 하죠. 한강변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곤 해요.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선 계속 노력해야만 해요.(웃음)”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media@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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