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에서 성덕선 역으로 활약한 혜리가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현주 기자] 촌티 나는 성덕선은 없었다. 카메라 앞에서 능수능란하게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역시 베테랑 걸그룹 멤버다웠다. 그러나 이내 반전이 있었다.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너무 갑갑해서요”라며 치마 단추 2개를 푼 뒤 호탕하게 웃는 모습에서 금세 성덕선의 모습을 봤다. 옆집 동생처럼 친근하고, 귀엽다.

가수 겸 배우 혜리(22)의 전성시대다. 그는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연출 신원호·이하 응팔)에서 많은 이들의 우려를 딛고 가장 주목할 만한 20대 여배우로 우뚝 솟아올랐다. 그만큼 고충이 컸다. 쏙 빠진 살이 그의 상태를 대변해줬다. ‘응팔’ 촬영 중반까지 걸스데이 활동을 병행했다. 걸스데이 일본 진출까지 겹친 상황에서 혜리는 “이러다 정말 큰일나겠다 싶었다”면서 “한국에 온 뒤 비타민과 공진단을 꼬박꼬박 챙겨먹었다”고 웃어 보였다.

사실 혜리가 ‘응팔’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됐다는 기사가 나올 때만 해도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단 1회 만에 이러한 논란은 쏙 들어갔다. 혜리는 특출한 것은 없지만 그래서 더 정감이 가고 귀여운 캐릭터를 오롯이 표현해냈다. ‘못생김’을 두려워하지 않은 열정 역시 한몫했다.

“‘응답하라’ 시리즈 오디션을 보러 가자고 했을 때 해맑게 갔어요. 워낙 사랑을 많이 받은 작품이고 이목이 집중됐잖아요. 모든 이들이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미팅을 했죠.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했던 것이 좋게 작용한 것 같아요.”

그는 캐스팅 논란이 있을 당시를 떠올리며 “편안하게 보셔도 잘하는 것처럼 보일까 말까하는 상황인데 팔짱 끼고 보는 걸 알고 있어서, 걱정이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신원호 PD를 비롯한 제작진들은 혜리의 실제 성격에서 성덕선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웃음소리나 눈치 보는 모습, 큰 리액션, 쾌활한 모습 등 혜리 자신도 잘 파악하지 못했던 그의 모습을 찾아내서 캐릭터에 투영시켰다.

“사실 제가 덕선과 비슷하다는 걸 느끼지는 못했어요. 제 3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덕선이는 약간 어리바리하고 덤벙거리고 멍청한 구석이 있어요. 눈치도 많이 보고요. 저는 제가 똑똑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웃음) 이후 ‘진짜사나이’랑 앞서 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다시 봤는데 덕선이랑 비슷한 구석이 많더라고요.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많이 끄집어내주셨죠.”

1994년생인 혜리가 가장 신경을 쓰고 공부했던 부분은 바로 개그였다. 극 중 혜리는 김성균과 개그 콤비로 “아이고, 김사장!”, “실례 실례 실례합니다~” 등 다양한 개그를 선보였다.

“개그 공부를 많이 했어요. 당시 유행어가 많더라고요. 개그를 재미있게 살리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하나도 모르는 개그였는데, 엄마한테 물어보니까 대부분 아시더라고요. 엄마와 당시의 추억을 위해서라도 잘 살려보자는 마음이 컸죠. 재미있게 배웠어요.”

아쉬움을 샀던 결말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했다. 덕선이가 김정환(류준열)이 아닌 최택(박보검)과 이어지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덕선이의 감정 역시 명확하지 않아서 혼란을 더했다. 그는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결말은 없는 것 같아요. 워낙에 사랑도 많이 받고 주목을 많이 받아서 제가 결말에 대해 좋았다, 또는 나빴다고 말하기가 곤란해요. 다만 덕선이의 마음이 잘 표현되지 않은 것은 아쉬워요. 선우(고경표)에서 정환 그리고 택까지 덕선이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로 비춰지는 건 속상했어요. 덕선이는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 친구에요. 나이도 어리고, 항상 혼란스럽고 아무것도 모를 시기죠. 누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나도 그 친구를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이 덕선의 남편 때문에 혼란스러웠다면 그건 잘 표현을 못한 제 잘못인 것 같아요.”

러브라인과 별개로 ‘응팔’은 큰 사랑을 받았고, 혜리는 큰 수혜자로 등극했다. ‘응팔’ 출연 배우 중 가장 많은 CF를 찍으며 ‘광고퀸’에 등극하기도 했다. ‘60억 소녀’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큰 사랑을 받았어요. 어린 친구부터 어르신들까지 저를 알아보는 연령대도 다양해졌고요. 저에 대한 믿음이 불확실했는데 ‘응팔’을 통해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겼어요. 감사한 일들 밖에 없어요.”

MBC 예능 ‘진짜사나이’ 애교 이후 혜리는 ‘응팔’로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전보다 더 강력하고, 파급력이 세다. 혜리가 어른스럽다고 느꼈던 것은 자신의 전성기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10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면 8, 9 정도 밖에 가지지 못해요. 하지만 편안하게, 그저 제 앞에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 10이 100이 되는 것 같아요.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고, 또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 같아요.”

혜리의 다음 활동은 걸스데이 앨범이 될 것 같지만 아직 확실치는 않다.

“‘응팔’을 하면서 많이 준비할수록 성과가 높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채우는데 시간이 필요해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어요. 걸스데이 앨범을 계획하고 있지만 좋은 곡이 없다면 힘들 것 같아요. 실망감을 드리고 싶지는 않거든요. 정해놓은 날짜에 압박받지 않고 열심히 준비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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