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지수 인턴기자 multimedia@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의젓한 애어른 느낌이었다. 영화 ‘대호’(감독 박훈정, 제작(주)사나이픽쳐스)로 주목받고 있는 성유빈은 ‘아역배우’란 호칭에서 ‘아역’을 떼버리고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성숙한 16세 소년이었다. 사춘기 소년답게 낯도 가리고 수줍음도 탔지만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자신만의 분명한 생각이 있었다.

‘대호’는 일제강점기,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으려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최민식)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작품. 성유빈은 천만덕의 하나뿐인 아들 석이 역을 맡아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석이는 인간과 자연, 일제와 조선인들의 대립 속에서 영화에 숨통을 틔워주는 활력소 같은 캐릭터. 본격적인 이야기의 발화점과 같은 역할도 담당한다. 성유빈은 주위의 찬사에도 자신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부터 털어놓았다. 영화를 보니 CG로 완성된 대호와 늑대를 상대로 연기를 할 때 부족함을 느꼈단다.

“여러 캐릭터를 연기해봤지만 상대가 없는데 상상으로만 연기를 하는 건 난생 처음이었어요. 영화를 보니 대호를 처음 만나기 전 떨 때와 막상 맞닥뜨렸을 때 더 긴장하고 무서워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늑대에게 잡혀갈 때도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넘 아무 생각 없이 연기한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더라고요. 늑대가 저를 물어뜯는 모습 보니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 (웃음) 제 연기에 비해 대호의 연기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아무리 CG지만 미세한 감정표현이 드러나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대호 형님한테 한수 배웠어요.(웃음)”

성유빈은 영화 속에서 지방 출신이 아닌가 궁금할 정도로 구수한 사투리 연기를 선보인다. 애어른 같은 그의 사투리 연기는 초반부 다소 흐름이 느린 영화에 웃음을 선사하며 후반부 비극을 극대화한다. “사투리 연기를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으니 성유빈은 쑥스러운지 고개를 숙였다.

“사투리 참 예민한 문제인데 사실 전 어디서 배운 적이 없어요.(쑥스러운지 웃음) 원래 다른 사람 말하는 것 포인트를 잡아 따라하는 걸 잘할 따름이에요. 영화 속 제 사투리는 정확히 어느 지역이라고 말하기 힘들고 전라도와 충청도 중간 느낌이에요. 오디션 때 그냥 한번 해보니까 감독님이 좋다고 그냥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칭찬을 해주시니 어리둥절해요.”

성유빈은 촬영장에서 마스코트와도 같은 존재였다. 대선배들과 스태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1년 전 촬영 때보다 무려 10cm나 키가 큰 그는 아버지를 연기한 최민식에 대한 질문을 하자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최민식 선생님은 굉장히 트렌디(?)하세요. 센스가 있으세요. 항상 제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시고 잘 맞춰주시더라고요. 정말 편하게 대해주시고요. 어려울 줄만 알았는데 대화가 잘 통했어요. ‘대호’ 촬영 끝난 후 학교만 다녔는데 키가 많이 컸어요. 그때에 비해 지금 한 10cm 더 컸어요. 한 183cm까지만 컸으면 좋겠어요. 최민식 선생님이 188cm까지 크라고 하시는데 그렇게는 힘들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최민식 선생님과 제가 소속사가 같아서 그 덕분에 영화에 캐스팅됐다고 생각하세요. 절대 아니에요. 영화를 찍고 난 후 그 회사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억울하지 않냐고요? 신경 안 써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연기를 시작한 성유빈은 그동안 영화 ‘역린’ ‘나의 독재자’ ‘협녀:칼의 기억’, ‘순수의 시대’와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등에 출연하며 아역배우계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배우가 아닌 학생 성유빈은 어떤 소년일까?

“평범한 학생이에요. 친구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놀 때는 놀고 공부를 할 땐 열심히 공부해요. 성적요? 글쎄요. 상위권은 아니고 중상위권이에요. 촬영 때문에 학교를 못갈 때는 주말에 바짝 공부를 해서 진도를 따라가려고 노력하죠. 음악은 좋아하지만 춤은 못 춰요. 좋아하는 음악 장르는 전자음악이에요. 유명한 아티스트가 내한할 때 부모님과 같이 구경을 가곤 해요. 좋아하는 걸그룹요? 없는데 (수줍은 표정) 사실 잘 몰라요.”

성유빈은 3월이면 고등학생이 된다. 장래희망은 예상대로 배우다. ‘롤모델로 삶은 배우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글쎄요. 누구 한 명을 꼽을 순 없을 것 같아요. 어떤 배우에게는 이런 면을 배우고 싶으면 다른 배우에게는 또 다른 면도 배우고 싶어요. 차기작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요. 조급해하지 않아요. 일단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싶어요. 다니다 좋은 작품이 나오면 하는 거고 아니면 학교생활에 열중하면 되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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