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현주 기자] 지난 석 달은 케이블채널 tvN 금토미니시리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응팔) 세상이었다. 구태의연한 설정의 막장 드라마 속 '응팔'은 한 줄기 빛이었다. 따뜻한 가족애와 이웃 간의 정은 팍팍한 현대인에게 따뜻함을 선사했다.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잔잔한 에피소드는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안겼다. 자극에 지친 시청자들은 신선함을 느꼈다. 1988년, 푸근한 정이 넘쳤던 그 골목길을 이제는 볼 수 없지만 '응팔'이 남긴 건 선명하다.

▶ 막장 요소 없는 청정 '코믹 가족극'

그 흔한 막장 요소 하나 없이 성공을 거뒀다. 앞선 시리즈인 '응답하라 1997'은 1세대 아이돌에 푹 빠진 고등학생에, '응답하라 1994'는 각 지방에서 올라와 하숙을 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응팔'은 쌍문동 골목길을 배경으로 다섯 이웃과 한 골목에서 나고 자란 골목친구 '5총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골목길과 그 골목길에 사는 가족과 이웃 간의 정이 주된 에피소드였다. 덕선(혜리)네를 중심으로 정환(류준열), 택(박보검), 선우(고경표), 동룡(이동휘)네는 한 동네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며 가족보다 더한 끈끈한 정을 가지고 사는 이웃들이다. 힘든 일은 서로 위로해주고, 기쁜 일은 자신의 일보다 더 행복해했다. 늘 소식이 궁금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동네 꼬맹이 진주(김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회의를 여는 모습은 사뭇 낯설기까지 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오로지 진주에게 "산타클로스가 있다"는 믿음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 '윗집 성님'이 옥수수 바구니와 함께 무심하게 건넨 돈은 '아랫집 동생'의 눈시울을 붉힌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데, 우리 딸이 좀 봐줘"라고 수줍게 내뱉는 아빠와 영어를 읽지 못해 부끄러워하는 엄마의 여권에 알파벳을 한글로 적어주는 장면은 짠한 감동을 안겼다. 갱년기 엄마를 위해 서프라이즈 결혼식을 추진하고, 명예퇴직을 한 아빠를 위해 손수 감사패를 전달해주는 모습 역시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 역사 새롭게 쓴 '응팔', 지상파에 경종 울리다

막강한 콘텐츠의 힘은 지상파에 경종을 울리기 충분했다. '응팔'은 2015년 11월 6일 첫 방송 당시 평균 시청률 6.7%, 최고 시청률 8.6%(이하 닐슨코리아 / 유료플랫폼 가구 / 전국 기준)의 높은 기록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의 첫 회 시청률은 각각 1.2%, 2.5%였다. '응팔'은 8회 만에 '응답하라 1994'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15일 방송된 19회는 평균 시청률 18.6%, 최고 시청률 21.7%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케이블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 기록인 엠넷 '슈퍼스타K2'(2010년 10월22일) 마지막 회의 평균 시청률인 18.1%를 0.5%포인트 넘은 성적이다.

16일 방송된 마지막 회는 평균 시청률 19.6%, 최고 시청률 21.6%라는 경이로운 숫자로 15일 방송된 '응팔'의 신기록을 '응팔'이 다시 깨는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또한 방송 10주 연속 남녀 10대~50대 동시간대 1위를 차지, 전 세대가 함께 보는 '공감형 콘텐츠'로 세대간의 소통을 이끌어냈다. '응팔'의 이 같은 성과가 시사하는 점은 높다. 지상파과 비지상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점에 '응팔'의 기록은 방송업계 지각변동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몇몇 배우들은 비지상파 출연을 꺼려했다. 그러나 이건 말 그대로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까지 확실하게 잡은 막강한 콘텐츠의 힘이 제대로 발휘가 됐다.

온라인 블로그, 커뮤니티, SNS, 뉴스 댓글, 동영상조회수 등 온라인 화제성을 분석하는 '화제성 드라마'와 콘텐츠파워지수 등에서도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치고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응팔'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한 TV화제성 드라마에서 10주 연속 1위를 나타냈다. CJ E&M과 닐슨 미디어가 공동 발표하는 콘텐츠파워지수에서 11월 1주부터 2주까지는 2위, 11월 3주부터 12월 4주까지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매출 부문 역시 케이블채널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치다. 20회 전회 방송 앞뒤로 붙는 광고는 물론 중간광고까지 진작 완판됐다. 14일 기준으로 TV 광고(171억원)와 주문형비디오(VOD)서비스(50억원) 매출이 221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 당대의 추억의 곡들은 음원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때문에 OST 수익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OST까지 포함한 '응팔'의 총 매출은 약 2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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