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영·최성원·안재홍·이민지 등 안방극장에 눈도장

"쟤 누구야?"

tvN '응답하라 1988'이 시작되자마자 시청자들은 연달아 등장하는 새로운 얼굴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주인공 덕선의 언니 보라 역을 맡은 류혜영부터 정환의 형 정봉 역의 안재홍, 덕선의 친구 미옥 역의 이민지 등은 신선한 마스크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캐릭터와 100%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주목받았다.

과거 '응답하라' 시리즈가 성동일-이일화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반면 이번 '응팔'은 쌍문동 봉황당 골목 다섯 가족, 그리고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뤄 이들의 활약이 더욱 돋보였다.

◇ 가족을 가족처럼 만들어준 자매·형제

어려운 집안 환경에도 서울대를 갈 만큼 공부를 잘했고 가정형편을 고려해 희망했던 법학과가 아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수학교육과를 갔다는 보라는 집안의 기둥과도 같은 존재.

그러나 "이 구역의 미친 X는 나!"라고 외치는 듯한 예민하고 불 같은 성미로 반전을 줬다.

동생 덕선과 사사건건 부딪히고 찾는 옷이 없다며 엄마에게 성질을 부리던 철부지 딸이지만 밖에선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고 뒤늦게 시작한 사법고시에도 떡 붙는 똑 부러지는 딸이다.

동생 친구 선우의 적극적인 대시를 받아들여 어느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아는 동네에서 두근두근 비밀 연애를 하며 극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제 앞가림은 확실히 하는 보라와 달리 정환의 형 정봉은 공부에는 도저히 취미가 없어 부모인 김성균-라미란, 그리고 시청자를 걱정하게 했다.

방구석에 앉아 우표를 모은다든지 과자 속 행운 딱지를 찾는다든지, 학 1천 마리를 접는다든지 도대체 생산성이 없는 일들에 골몰한다.

심장병이 있는 데다 그런 취미 덕분에 주택복권에 당첨돼 찢어지게 가난하던 집을 동네 유지로 만들어줬기에 가족들은 그런 그를 두고 볼 뿐이다.

그런 정봉은 덕선의 친구 미옥과 운명적이고도 가슴 아픈 사랑을 통해 7수 끝에 대학에 붙었고 돌고 돌아 미옥과도 재회했다.

이미 영화 '족구왕'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적이 있는 안재홍은 정봉을 어수룩하면서도 능청스럽게 연기하면서 앞으로의 연기를 더 기대하게 했다.

'고등학생이지만 40대로 보이는' 극노안 성노을 역을 맡은 최성원과 '요술공주 밍키' 노래만 나오면 통통 튀는 춤을 선보였던 진주 역의 6살 김설도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응팔'의 씬스틸러는 나!

극 중 본명인 미옥, 자현이 어색할 만큼 주로 별명인 장만옥, 왕조현으로 불린 이민지, 이세영은 덕선의 친구 역할로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았다.

성같이 큰 집에 사는 미옥 역의 이민지는 '똑단발'에 교정기 때문에 어눌해진 발음으로 등장부터 웃음을 주더니 극 중반부터는 정봉과의 러브스토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휴대전화, SNS가 아닌 집 전화와 지인을 통해 주고받는 손 편지로 사랑을 키워가는 두 남녀의 모습은 생경함과 아련함을 동시에 전했다.

수줍은 성격의 미옥은 정봉과 진한 키스장면을 선보이며 소녀에서 여자로 변해가는 모습도 그렸다.

'코미디 빅리그' 'SNL코리아' 등을 통해 이미 얼굴을 알렸던 이세영은 5대 5 가르마의 촌스러운 듯 정겨운 모습으로 등장해 덕선의 연애 상담사 역할을 했다.

이세영은 '응답하라 1988' 출연 중 'SNL코리아'에서 '응팔' 출연진들의 모습을 패러디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극 중 동룡의 아버지이자 쌍문고 학생주임으로 출연한 유재명도 감칠맛 나는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그가 동네 사람들과 벌이는 화투판을 그린 장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는 평이다.

'응답하라 1994'에서 재준(정우 분)의 의대 동기로 출연했던 마이콜 역의 김중기는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 선우, 동룡과 같은 반 친구로 등장해 선우와 함께 의대에 진학, 두 드라마를 잇는 연결고리가 됐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눈에 띄는 외모로 화제에 올랐던 인물로는 푸근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등장한 덕선의 담임선생님 손산과 무당 역의 남미정을 꼽을 수 있다.

영화배우인 손산은 85년생으로, 극 중 학생으로 나오는 류준열, 이동휘 등과 동년배여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극배우이자 연출자인 남미정은 단 한 회에 출연했지만 강렬한 외모와 용한 점괘로 오랜 시간 회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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