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블릭에이전시 최원우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창작 활동은 사실 정말 힘든 점이 많아요. 작가가 실험적인 시도를 원해도 환경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때도 많고요. 그래서 소통하는 힘이 더욱 절실한 영역이죠."

한국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현재 14조원 규모에 연평균 4.8%씩 꾸준한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창작의 요체인 작가와 프로듀서, 제작사는 아직 전문적인 관리와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창작 환경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진단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같은 환경에 의미심장한 변화를 내 건 회사가 있다. 지난 2012년 출범해 총 12명의 작가, PD군단을 거느린 리퍼블릭 에이전시가 바로 그 주인공. 리퍼블릭 에이전시의 최원우 대표는 10여년간 지상파 방송사 캐스팅 디렉터로 활동해 온 베테랑이다.

"무엇보다 창작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제작사나 거대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창작자들이 오로지 좋은 작품을 내는 데 전념하면서도 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면 지금의 한국의 콘텐츠 산업 자체가 눈에 띄는 도약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이같은 그의 생각은 KBS 2TV '아이리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연출한 김규태 PD를 만나면서 구체화됐다. 김 PD와 노희경 작가 두 사람을 주축으로 시작한 리퍼블릭 에이전시는 홍종찬 윤상호 강일수 PD, 정지우 장현주 조윤영 작가 등이 합류하면서 현재 총 12명의 작가와 PD들을 보유하게 됐다.

리퍼블릭에이전시 최원우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작가들의 협업 체계가 시스템화되어 있는 할리우드와 달리 한국 방송가에서는 '작가와 PD 에이전시'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은 생소하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쉽게 말해 '창작자들이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부가적인 모든 것'을 뒷받침해 주는 회사"라고 설명한다. "작품 기획에 있어 제작사의 선정, 계약과정 전반의 진행, 그 외 각종 커리어 관리 등을 통해 스타 매니지먼트처럼 소속 아티스트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주력한다"는 것. 경우에 따라 아이템의 기획·개발부터 함께 하기도 한다.

최 대표는 "주위에 설명을 해 주면 처음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뭐하는 회사인지 이해를 못하는 눈치도 많았어요.(웃음) 그런데 지금 한국은 콘텐츠 산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외국에는 에이전트 업무가 보편적이고 전문적이잖아요. 한국도 콘텐츠 플랫폼이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점차 다양해지면서 더 세분화된 서비스가 필요하기도 하구요. 저에겐 10년간 쌓아온 인프라가 있고, 다행히 초창기 멤버인 김규태PD, 노희경 작가님께서 회사의 의의에 크게 공감해주셔서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리퍼블릭에이전시를 통한 작가와 PD의 매니지먼트를 작업으로 탄생된 작품이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찬아, 사랑이야'에 이어 올해 방송 예정인 '보보경심:려'(방송사 미정) 케이블TV tvN '디어 마이 프렌즈' 등이다.

이처럼 리퍼블릭 에이전시가 단기간에 성공적인 작품을 내며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변화의 폭도 크고 점점 도전적으로 변해가는 드라마 제작 형태의 변화가 서 기인한다.

리퍼블릭에이전시 최원우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사실 전체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는 가운데서도 드라마 제작환경은 어려워지고 있어요. 참신한 기획에 과감한 투자가 뒤따라야하는데 방송사나 제작사 모두 새로운 것에 보수적인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죠. 기획자와 방송사의 이같은 온도 차이를 리퍼블릭 에이전시같은 회사가 새로운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깨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같은 비전을 본 때문일까? 올 하반기 방송을 앞둔 드라마 '보보경심:려'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유니버설 사의 직접 투자를 받은 드라마로 기록됐다. 최 대표는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소속 아티스트의 드라마에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단순한 에이전트 영역을 넘어 함께 만드는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인 육성에도 항상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신인이나 비 방송사 출신 연출자들은 능력이 있어도 데뷔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왕왕 있어요. 이런 자원들을 내부 아티스트들의 멘토링을 통해 기획, 개발해 브랜딩하는 일도 리퍼블릭에이전시를 통해 꼭 구현해보고 싶은 일이죠."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속사포처럼 답변을 쏟아내는 그에게 '궁극적인 꿈을 묻자 매출 목표액이나 기획을 희망하는 작품 숫자가 아닌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아티스트들을 위한 집을 만들고 싶어요. 다른 고민없이 그저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이 저의 소박해보이지만 원대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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