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우.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어쩌다 보니 영화는 5년 만이네요. 오래 쉴 생각은 없었는데 아이들과 시간을 갖는 데 집중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흘렀어요."(웃음)

배우 김승우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오랜만의 액션 연기에 여기 저기 부상도 입었지만 인터뷰 내내 특유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려주는 모습은 여전했다. 그가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작품은 영화 '잡아야산다'(감독 오인천 제작 더퀸D&M(주), 7일 개봉)다. 잘나가는 CEO이자 조직폭력배 출신인 승주(김승우)와 매일 허탕만 치는 강력계 형사 정택(김정태)이 우연히 겁없는 고등학생 4인방과 조우하면서 벌이는 심야 추격전을 담았다.

겉보기엔 냉철하지만 허당기가 숨어있는 CEO 승주 역으로 분한 그는 이번 작품에는 배우 뿐 아니라 시나리오 각색자로도 참여했다. 호쾌한 액션과 코믹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겨울 극장가에 가벼운 웃음을 전해줄 만한 영화로 꼽히고 있다.

"오랜만의 액션 연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액션이 러시아 특공무술인데 하체는 고정한 채 상체만 빠르게 움직이는 독특한 형식이라 오랜만에 액션스쿨 가서 한두 달 연습했어요. 영화 '장군의 아들(1990)' 촬영 당시 작업했던 스태프들을 다시 만났는데 어찌나 반갑던지요.(웃음)"

액션에 공을 들였던 이유는 대중적인 스토리의 코미디 영화에 스타일리시함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코미디 영화지만 나름대로 액션에 감칠맛이 있는 유려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몸은 좀 고생을 했죠."

김승우.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실제로 그는 버스 안에서 오만석과 액션 장면을 찍다 버스 요금통에 무릎과 어깨를 부딪쳐 부상을 입기도 했다. "병원에 가보니 무릎엔 실금이 가고 어깨도 타박상으로 아직까지 잘 돌아가지 않아요. 다들 더 잘 찍어보려고 노력하다 생긴 부상이니 어쩔 수 없죠."

작품에는 오만석을 비롯해 신강우 김민규 문용석 등 소속사 후배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 소속사(더퀸 D&M)의 첫 제작 영화인 만큼 어깨도 무거웠다.

"제작자 마인드로 작품에 출연하다보니 확실히 다르더라구요. 이런 저런 준비 사항을 점검하느라 촬영 전날에는 잠을 1~2시간밖에 못 이뤘죠.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후배들에게 좋은 판을 깔아주고 싶다는 생각에 도움될 만한 얘기가 뭐가 있을지 한 마디라도 더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촬영장 속 '선배 김승우'는 엄격한 선생님의 모습이었다고. "아무리 후배라도 배우의 개성이나 특유의 연기스타일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기적인 부분은 말을 아끼지만 제가 강조하는 건 항상 태도예요. 예를 들어 배우가 현장에서 함께 하는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고 대화를 단절한 채 있다면 제대로 된 자세가 아니거든요. 늘 현장에서는 다른 사람과 같이 할 것을 내내 얘기했죠. 또 하나는 고교생 역할을 맡은 친구들에게는 '정말 고교생처럼 행동하라'고 말해줬어요. 교복을 입고서는 담배도 못 피우게 했어요"(웃음)

이번 작품에 각색자로서 이름을 올린 것도 배우 생활 25년 만에 처음 해 보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극중 승주와 정택이 고교시절 친구 사이였다 원수가 된 관계로 나오는데 원안 시나리오에는 없던 대목이에요. 읽다 아이디어가 떠올라 감독님께 제안했는데 채택해주셨죠. 지금 생각해보니 영화의 묘미를 살린 '신의 한수'였던 것 같아요."

김승우.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그때 그때 촬영하다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제출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하지만 그는 실은 홀로 써 놓은 시나리오가 10여편이 될 정도로 창작과 연출에도 관심이 많다.

"원래 잠이 없는 편이라 밤에 잠이 안올 때 조금씩 쓰곤 해요. 개인적으론 노트북이 아닌 연필로 슥슥 소리내며 쓰는 걸 좋아하구요. 그렇게 만든 시나리오로 단편 영화 한 편도 제작을 마무리했는데 설레네요."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배우로서의 작업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연기를 할 때 해당 캐릭터의 전사(前事)는 항상 써 보는데 저는 어떤 인물을 보면 이야기가 떠올라요. 제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 직접 못 하는 역할은 일단 써 보는 거죠. 감성은 늙지 않잖아요. 예를 들어 20대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저도 좋아하거든요. 제 상상 속의 이야기를 써 놓고 다른 배우가 연기하더라도 저의 창작물이니 충분히 의미있는 작업이죠."

어떤 작품에 대한 로망이 있는지를 물으니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같은 불멸의 로맨스에도 관심이 많다"라고 전한다.

올해로 결혼 10년째인 그는 얼마 전 아내인 배우 김남주와 리마인드 웨딩 화보를 찍기도 했다. 큰 딸 라희는 벌써 초등학교 5학년, 아들 찬희는 2학년이다. 아빠로서의 김승우는 어떤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아내가 '아이들 교육에 관심 좀 가지라'고 매일 혼낸다"라며 웃음짓는다.

김승우.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아이들은 평범하게 자라줬으면 해요. 끼가 정말 충만하다면 연예계 데뷔를 굳이 못하게 할 이유는 없겠지만 연예인에 대한 환상만을 가지고 있다면 말리고 싶어요. 성실한 직업인의 자세로 접근하는 게 정말 필요한 분야니까요. 어찌됐든 만일 이쪽 길을 가더라도 정규 교육과정은 모두 마치고 뛰어들었으면 하는 생각이죠."

배우이자 남편, 아버지인 김승우의 바람이다.

김승우.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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