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주.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여운은 많이 남는데 빨리 벗어나는 게 좋을 것 같아 연말엔 여행을 계획중이에요."(웃음)

장장 8개월여의 대장정이었다. 4일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극본 황순영, 연출 김흥동 김성욱)의 이성호 역으로 열연한 황동주는 촬영까지 8개월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 종영 이야기를 꺼내자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한 아파트에서 우연히 만난 세 여성들의 위태로운 결혼과 이혼, 그리고 복수를 담은 이 작품에서 그는 마마보이지만 착한 심성과 반듯한 가장의 면모를 보이는 이성호로 지난 8개월여를 살아왔다.

특히 작품 후반부에는 누구보다 애틋했던 어머니 김봉순(양희경)이 친모가 아니라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사실 예상 못했던 전개였어요. 초반 시놉시스에는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이었거든요. 양희경 선생님과는 엄마와 아들로서 연기하면서 정이 많이 쌓여와서 몰입은 잘 됐던 것 같아요. 성호가 자신이 친아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어머니에게 '키워줘서 고맙다'라며 뛰쳐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대본 볼 때부터 눈물이 너무 많이 나더라구요. 감정이 먼저 격해질까봐 일부러 대본을 보지 않고 녹화 직전에 읽어보고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황동주.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눈물 바람이 유독 많았던 건 어머니 역할의 양희경과 KBS 2TV '여고동창생'(2002)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에 이어 세 번째로 연기 호흡을 맞추면서 쌓아온 인연이 깊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희경 선생님은 제게는 실제 어머니같은 분이세요. 신인 시절 연기 초짜인 저를 앉혀놓고 때론 혼도 내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발성부터 대사톤까지 다 가르쳐주셨어요. 그런 분과 다시 만나 처음부터 굉장히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촬영 중간 중간에 직접 싸 온 도시락까지 챙겨주셨던 기억이 벌써 새록새록하네요."

작품을 통해 끈끈하기 이를 데 없는 모자 호흡을 보여준 그이지만 처음부터 이 작품에 선뜻 합류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껏 해본 적 없었던 철저한 마마보이에 연하 남편 역할이 과연 어울릴까,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것. 게다가 극중에서는 연하로 나왔지만 그는 실제로는 아내 역의 황우슬혜보다 연상이기도 하다.

"말투도 아이같고 어머니와 아내에게 때로 애교를 부리기도 하는 캐릭터라 과연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전작인 KBS 2TV '뻐꾸지 둥지'에서는 나쁜 남자 역할로 나왔기에 너무 파격적인 변신이 괜찮을까, 염려가 있었죠."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위대한 조강지처'는 그에게 '귀여운 마마보이'라는 이미지를 하나 더 안겨줬다.

황동주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그는 "요즘 길거리를 다니면 '실제로 그러냐?'는 얘기를 종종 들어요.(웃음) 물론 실제 저는 애교도 거의 없고 무뚝뚝한 아들이긴 해요. 반면 성호는 말투도 굉장히 빠르고 수다쟁이죠. 엄청 철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가족들에 대한 사랑도 크고, 갑자기 신경질을 냈다가도 금방 돌아서서 웃는 감정 기복이 심한 인물이에요. 그런 면이 저와 달라서 사랑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라며 "보통 일일드라마는 주부들이 좋아하는 반면 이번 이성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는 20~30대 남자 팬들이 많이 생겨난 것도 의외의 수확"이라고 들려준다.

세태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부모 자식간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것도 이번 도전이 남긴 성과다. "성호의 대사 중 30년 만에 만난 아버지에게 '낳기만 하면 자식이냐?'라고 대드는 부분이나 어머니에게 패물을 몰래 팔아 미안하다며 '사실은 돈 벌면 다이아몬드를 선물해주고 싶다'고 고백하는 내용은 공감이 많이 갔어요. 모두들 부모에 대한 생각은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있잖아요. 드라마 촬영하면서 새삼 어머님께 잘해야겠단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유난히 안경이 잘 어울려 포털사이트에 '황동주 안경'이 연관검색어로 뜨기도 하는 그는 이번 드라마로는 안경 덕을 톡톡히 보기도 했다. "제가 안경을 벗으면 좀 날카로운 인상이라 악역에 어울리고 쓰면 순해 보여요.(웃음) 협찬받은 안경만 70~80여개 되는데 이번에도 마음껏 쓰고 나왔죠"라며 웃는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해외에서의 인기도 새삼 실감했다. 전작 '뻐꾸기 둥지'가 일본에서 방송되면서 일본 팬들이 직접 촬영장을 방문해 뜻깊은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제 일에 그저 충실했을 뿐인데 해외에서도 알아봐주신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촬영장에서 함께 식사도하고 도란도란 얘기도 많이 나눴는데 일일극 촬영하면서 처음 해 본, 잊지 못할 경험일 것 같아요."

황동주.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데뷔 15년차를 맞아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그는 스타덤에 오르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 다만 이번 작품이 그랬듯 늘 도전하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어떤 모습이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저이길 바라요. 안주하는 것보단 한 걸음씩 나아갈 때 발전도 있으니까요. 다음에는 못돼고 차가운 남자 역할이 탐이 나네요.(웃음)"

극중 황동주가 착용한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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