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현주 기자] 유달리 뜨거웠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불러온 복고 열풍은 2015년 하반기까지 지속됐다. 터보의 엔진은 다시 달아올랐고, 지누션의 밤은 더욱 ‘핫’해졌다. 3대 기획사인 SM, YG, JYP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대중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다. 7전 8기 오뚝이 정신을 발휘한 여자친구는 대세 걸그룹 반열에 올랐고, 국민 여동생 아이유는 장기하와 열애 인정부터 선정성 논란까지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수많은 트렌드와 이슈를 낳은 2015년 가요계를 살펴봤다.

▶ ‘토토가’로 시작된 복고 열풍, ‘응팔’이 닫았다

‘토토가’로 시작된 복고 열풍이 거셌다. SES, 쿨, 터보, 이정현, 엄정화, 지누션, 조성모, 소찬휘 등 19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의 무대는 90년대 노래를 즐겨 부르던 세대에게는 추억을, 그렇지 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90년대의 향수와 다시 되살아난 그때 그 감성은 우리 모두를 촉촉하게 젖게 했다. 방송 후 이들의 대표곡은 음원차트 상위권에 안착했고, 그 열풍에 힘입어 지누션 소찬휘 김현정 터보 등이 컴백했다. 3인조로 컴백한 터보는 음원 차트 줄 세우기에 성공하는 등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토토가’로 시작된 복고 열풍은 tvN 금토미니시리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로 이어졌다. 따뜻한 가족애와 이웃 간의 정을 녹여내며 호평을 받고 있는 드라마는 그 당시 노래들을 리메이크한 곡들을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1월 발매된 오혁의 ‘소녀’(원곡 이문세)는 한 달째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디셈버의 ‘네게 줄 수 있는건 오직 사랑뿐’(원곡 변집섭), 와블의 ‘보라빛 향기’(원곡 강수지), 소진의 ‘매일 그대와’(원곡 들국화) 등 당시의 노래들이 열풍을 일으키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드라마에서 울려 퍼진 이상은의 ‘담다디’ 이문세의 ‘깊은 밤을 날아서’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등도 재조명받고 있다.

▶ 박진영부터 미쓰에이, 원더걸스까지… JYP의 부활

한 때 가요계 빅3라는 타이틀을 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부진은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올 한해 JYP 수장인 박진영과 미쓰에이, 원더걸스, 신인 트와이스까지 맹활약을 펼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3월 말 컴백한 미쓰에이는 ‘다른 남자 말고 너’로 음원차트를 ‘올킬’하며 화려하게 컴백했다. 당시 미쓰에이는 음원 주간차트 2주 연속 1위, 멜론 4월 월간차트 1위 등을 기록했다. 함께 컴백한 강력한 팬덤의 엑소에게도 전혀 뒤지지 않는 등 남다른 활약을 펼쳤다.

의도치 않은 복병은 바로 박진영이었다. 4월 발표한 ‘어머님이 누구니’가 미쓰에이의 곡을 제치고 단순에 음원차트 1위를 꿰찼다. ‘어머님이 누구니’는 허리 24인치, 힙이 34인치인 여자에 대한 찬양을 담은 곡으로 대중들은 ‘박진영다운 노래’라며 극찬했다. 그는 2015 ‘MAMA’서 남자가수상을 수상하며 최고령 댄스가수의 위엄을 보여줬다.

JYP의 활약은 계속됐다. 백아연은 자작곡 ‘이럴거면 그러지말지’로 음원 차트서 강세를 보였다. 유빈 예은 혜림 그리고 탈퇴했던 선미가 합류한 4인조 원더걸스는 밴드로 전격 컴백,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하반기에는 엠넷 ‘식스틴’으로 선발한 트와이스가 활약했다. 타이틀곡 ‘우아하게’(OOH-AHH하게)로 데뷔 두 달 만에 ‘2015 MAMA’ 신인상의 쾌거를 안았다.

▶ 5월부터 8월까지, 빅뱅 천하였다

그야말로 빅뱅 천하였다. 5월부터 8월까지 빅뱅은 무려 4개월 동안 차트를 지배했다. 3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빅뱅은 새 앨범 ‘메이드’(MADE) 시리즈를 발표했다. 5월 ‘루저’(LOSER)를 시작으로 6월 ‘뱅뱅뱅’(BANG BANG BANG), 7월 ‘이프 유’(IF YOU), 8월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까지 싱글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루저’와 ‘뱅뱅뱅’은 1~11월 디지털종합차트와 다운로드종합차트 누적집계(가온차트 기준)에서도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빅뱅은 ‘2015 멜론뮤직어워드’와 ‘2015 MAMA’에서 각각 4관왕을 달성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tvN ‘명단공개 2015’에 따르면 빅뱅은 올해 앨범 빛 음원 판매량으로 약 115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월드투어 공연 수익으로 1400억원을 거둬들였다.

▶ 완전체부터 솔로까지 SM, 그 어느 때보다 바빴다

올 한해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빛났다. 슈퍼주니어 엑소 샤이니 소녀시대 레드벨벳 엑소 등이 새 앨범을 냈다. 엑소는 3월 발매한 정규 2집 ‘콜 미 베이비’(Call Me Baby)와 6월 정규 2집 리패키지 ‘러브 미 라잇’(Love Me Right)으로 100만 이상의 앨범을 판매하며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제시카 탈퇴 후 8인조로 컴백한 소녀시대 역시 ‘트리플 타이틀’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레드벨벳은 ‘덤덤’(Dumb Dumb)으로 소녀시대 에프엑스를 잇는 SM 대표 걸그룹으로 도약했다. 설리 탈퇴 후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에프엑스 역시 ‘4월즈’(4 Walls)로 독보적 그룹 색깔로 성공적으로 활동을 마쳤다.

솔로 활동 역시 활발했다. 종현은 직접 프로듀싱한 솔로 앨범 2장을 내놓았다. 지난해 ‘광화문에서’로 음원차트를 휩쓴 규현과 엠버, 첫 번째 솔로 앨범으로 ‘2015 MAMA’서 여자가수상을 수상한 태연 등은 그룹 활동으로는 볼 수 없었던 매력으로 솔로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 같은 활약에 힘입어 SM은 2015년 3분기, 창사 이래 최고 매출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연결기준으로 3분기 누적 매출액이 2360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34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13.6%, 영업이익은 41.2% 증가했다.

▶ 끊이지 않은 음원 사재기 의혹

음원사재기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몇 년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음원사재기 논란은 JTBC의 보도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진영과 이승환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이승환은 “음원 사재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나 역시 측근을 통해 브로커에게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당시 몇 억을 제안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논란이 계속되자 가요계 안팎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엠넷닷컴을 서비스하는 CJ E&M 음악사업부문은 “11월 16일부로 끼워필기형 추천서비스를 자사 사이트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후 벅스와 KT뮤직 지니 등이 11월 30일부터 끼워팔기형 음원 추천 서비스를 폐지한다고 알린 바 있다. 12월 24일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추천곡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전체듣기 기능 삭제 등 주요 개선안을 공개했다.

▶ 국민 여동생 아이유의 롤러코스터

아이유의 ‘스물셋’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위태로웠다. 10월 장기하와의 열애를 ‘쿨’하게 인정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던 아이유가 같은 달 23일 발매한 미니 4집 ‘챗셔’(CHAT-SHIRE)로 연이은 논란에 휩싸이며 데뷔 이래 최대 위기에 놓였다. 첫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프로듀서로서 자질을 인정받으려던 순간 미니앨범 보너스 트랙인 ‘투웬티 쓰리’(Twenty Three)가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곡 ‘김미 모어’(Gimme more)를 무단 샘플링했다는 의혹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제제’(Zeze)를 둘러싼 논란은 치명타였다.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를 소재로 쓴 ‘제제’가 소아성애를 콘셉트로 했다는 선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출판사 동녘 측은 ‘제제’의 선정적인 가사와 앨범재킷에 핀업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제제의 모습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 논란은 ‘표현의 자유’와 ‘예술에도 금기가 존재한다’는 두 가지 의견으로 갈려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 7전8기 오뚝이 정신, 대세 등극한 여자친구

7전8기 오뚝이 정신이 빛났다. 1월 데뷔한 여자친구는 7월에 공개한 ‘오늘부터 우리는’으로 음원 차트 1위에 등극했다. 무엇보다 ‘빗속 투혼’이 빛났다. 여자친구는 9월 한 라디오 공개 방송에서 ‘오늘부터 우리는’을 선보였으나, 무대가 빗물로 미끄러운 탓에 멤버들은 무대에서 여러 차례 크게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이에 굴하지 않고 안무를 소화했다. 총 여덟 번 넘어졌지만 끝까지 안무를 소화해낸 이들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다. 이 같은 영상은 미국 타임지, 빌보드지와 영국 데일리 메일, 미러 등 많은 매체들이 전하며 이들의 열정을 높이 샀다. 타임지는 “여기 8번 넘어진 K팝 가수가 당신의 하는 일에 꾸준히 전진할 수 있는 동기 부여를 줄 것이다”라며 칭찬했다. 음원차트 역주행까지 이룬 여자친구는 2015년 가장 주목할 만한 신인에 등극했다.

▶ 이애란, ‘~전해라’로 대박 터뜨렸다

‘짤방’으로 단박에 스타로 등극했다. 25년 무명 세월을 단박에 떨쳤다. 트로트 가수 이애란이 ‘백세인생’을 부르는 모습과 함께 “못 간다고 전해라” “재촉 말라 전해라” 등의 가사 자막이 담긴 캡처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에 “~전해라”를 이용한 패러디가 물밑 듯이 쏟아졌고, ~전해라는 2015년 최고 유행어가 됐다. 이애란은 ‘무한도전’ ‘스타킹’ 등 예능 프로그램 섭외대상 0순위로 떠올랐다. 최근 의류, 금융, 백화점 등 7개의 CF 모델 계약을 맺은 그는 ‘스타킹’에서 “요즘 행사비가 6배나 올랐다. 첫 앨범 실패 후 진 빚을 갚고 있다”고 전성기를 맞은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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