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킬미, 힐미' (사진=MBC)
[스포츠한국 최나리 기자] 올해 안방극장도 여지없이 뜨거웠다. 오랜만에 만나는 스타들의 반가운 귀환, 독특한 소재, 탄탄한 내용 등을 비롯해 웹 드라마부터 케이블 방송까지 다양한 시도들이 접목된 작품들이 봇물을 이루며 시청자들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물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처럼 기대에 못 미친 이른바 망작(작품성이 크게 떨어지는 졸작을 지칭하는 신조어)들도 어김없이 나와 초라한 퇴장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올 한해 우리를 즐겁게 만들었던 드라마에는 어떤 작품이 있었을까. 2015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안방극장을 화끈하게 달군 화제의 드라마 5편을 꼽아봤다.

# 1. '킬미, 힐미' 지성의 빛나는 1인 7역 "따라 올 자가 없네!"

그야말로 배우 지성의 원맨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성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 (연출 김진만 김대진, 극본 진수완)에서 무려 7가지 인격체를 가진 차도현 역을 맡아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드라마 '킬미, 힐미' 지성 (사진=MBC)
특히 지성이 '요나'라는 여고생 캐릭터로 변신한 것은 이 드라마의 백미. 더구나 극중 지성이 바른 립 제품의 문의가 쇄도하는 웃지 못할 기현상도 벌어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초반 캐스팅에 난항을 빚었던 바. 지성과 황정음으로 주인공을 확정 지은 후에도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지성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힘 입은 '킬미, 힐미'는 많은 인기와 관심 속에 훈훈하게 종영했고, 지성은 연기대상 유력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연기파 배우로 당당하게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 2. '별에서 온 그대'는 잊어라! '프로듀사' 김수현, 어리바리 순수남 완벽 변신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드라마 한류의 선봉에 선 배우 김수현. 그가 올해 5월부터 6월 사이 방송된 KBS 2TV 금토드라마 '프로듀사'(연출 표민수 서수민, 극본 박지은 김지선)에서 또 다른 연기 변신을 선보여 큰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프로듀사' (사진=스포츠한국 DB)
김수현은 극중에서 명품 스펙을 가졌지만 어수룩하면서도 순수한 예능국 신입 PD 백승찬 역을 맡아 열연했다.

무엇보다 김수현은 외모부터 성격까지 백승찬 캐릭터에 완벽 빙의한 모습으로 전작 도민준 역으로 각인됐던 이미지를 완전히 떨쳐내며 탁월한 연기력을 입증했다.

또한 김수현은 공효진, 차태현, 아이유와 환상의 연기 호흡으로 눈길을 끌면서 결국 '프로듀사'는 시청률로 고전한다는 금토 저녁 시간대에 신흥 강자 드라마로 우뚝 서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에 맹활약을 펼친 김수현 역시 연말 연기대상 후보로 거론되며 여전히 주목 받는 중이다.

# 3. 김태희, 반가운 안방극장 복귀… 믿고 보는 주원과의 케미도 '눈길'

드라마 '용팔이' (사진=SBS)
지난 8월부터 10월 초까지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연출 오진석, 극본 장혁린)는 배우 김태희의 2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초반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더구나 적재적소 맡는 역할마다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믿고 보는 배우 주원이 가세해 '용팔이'는 당시 큰 이슈몰이를 했다.

특히 평소 발음이나 표정 등 잇단 연기력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던 김태희는 '용팔이'로 인해 오명을 벗었다.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던 긴 머리를 자르고 강렬한 면모를 보이는 등 색다른 변신을 꾀하며 성공적인 복귀라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팔방미인 주원의 연기는 흠잡을 것이 없었다. 극중 여동생에 대한 절절하고 애틋한 가족애를 비롯해 의사로서의 철두철미한 모습, 연인을 향한 달달한 순애보까지 다채로운 감정선을 자연스레 넘나드는 연기를 선보이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너끈히 지켜냈다.

# 4. 망가져도 예쁜 황정음, 신 로코킹으로 떠오른 박서준 그리고 최시원의 재발견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사진=MBC)
지난 9월부터 11월 사이 방송됐던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연출 정대윤, 극본 조성희)의 인기는 하나의 열풍과도 같았다. 패션은 물론 명장면 패러디, 명대사 어록, 유행어 등 세세한 것 하나까지 이슈가 되며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주근깨 뽀글머리로 변신한 황정음의 몸을 사르지 않는 자연스런 코믹 연기는 연일 호평 받았으며, 첫 사랑에 대한 변치 않는 순애보를 달콤하면서도 진중하게 풀어낸 박서준은 여심을 사로잡으며 새로운 로코킹으로 주목 받게 됐다.

무엇보다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은 '그녀는 예뻤다'로 인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극중에서 똘기자 김신혁 역을 맡았던 최시원은 '표정 부자'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다양하고 능청스런 표정 연기를 선보여 매회 극의 몰입도를 이끌었으며, 황정음에 박서준까지 어느 누구와도 어울리는 이른바 '케미 요정'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게다가 '~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라는 유행어까지 탄생 시키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최시원 (사진=MBC)
이처럼 배우들의 시너지가 빛을 발한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한 자릿수 시청률을 무려 세 배나 껑충 뛰어 오르게 만들며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더구나 '킬미, 힐미'에 이어 '그녀는 예뻤다'까지 연타석 홈런을 친 황정음은 '믿고 보는 황정음'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연기대상에서도 좋은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 5. 만만찮은 케이블 방송의 위력… '응답' 시리즈는 역시 옳았다!

최근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 1997, 1994에 이은 '응답' 세 번째 시리즈인 이번 드라마는 따뜻한 가족애와 이웃과의 정을 오롯이 녹여내며 연이은 호평 속에 케이블 방송 사상 이례적인 시청률 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사진=tvN)
더불어 대중들은 드라마를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패션, 음악은 물론 극의 배경이 되는 쌍문동과 관련한 당시의 소소한 추억을 공유하고 되새겨 보며 '응답하라 1988'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걸스데이 혜리의 대활약을 비롯해 안재홍, 류준열, 류혜영, 박보검, 이동휘, 고경표 등 새로운 청춘 스타들을 대거 탄생 시키며 향후 이어질 그들의 활약에 많은 기대를 모으게 만들고 있다.

한편,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학교 교수는 "올해는 신선하고 다양한 드라마 소재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예능국에서 만든 드라마로 새로운 시도를 한 '프로듀사'가 그나마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것 같다"며 "특히 역사물이 부진했고 몇몇 작품을 제외한 주말 가족극도 그다지 힘을 받지 못한 추세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내년에는 기존의 포맷에서 탈피해 세태를 잘 반영하면서도 시청자들이 위로를 받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따뜻한 드라마들의 많이 제작돼서 특히 지상파 방송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이 채워져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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