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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영화를 통해 느낀 깊은 감동의 여파 때문일까?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상남자’를 예상했다. 그러나 영화 '대호'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맡은 박훈정 감독은 의외로 선이 가는 '선비' 느낌의 외모였다.

개봉 직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감독은 이야기 보따리가 풀리자 돌변했다.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답게 '최고의 이야기꾼'이었다. 조용한 목소리로 차지게 늘어놓는 그의 말솜씨는 듣는 이의 귀를 제대로 사로잡았다.

영화 '대호'(감독 박훈정, 제작 (주)사나이픽쳐스)는 일제 강점기 조선 최고의 포수 천만덕(최민식)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작품. 개봉 후 감동적인 스토리와 명배우들의 열연,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완벽한 CG(컴퓨터그래픽)로 평단과 관객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강력한 경쟁작 '히말라야',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에 밀려 흥행에서 다소 고전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영화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영화가 다소 길고 초반부 호흡이 느린 점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평들이 있다.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일단 요즘 영화들의 트렌드는 대부분 딱딱 제 말만 하고 지나가고 스피디하다. 이런 느린 흐름에 익숙지 않기에 보기 힘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최민식이 호랑이 잡는 영화라는 생각으로 보러 왔을 것이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스릴러적인 템포를 기대했을 듯하다. 그런데 웅장한 드라마가 펼쳐지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대호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기 전 인간들 사이에서 갈등이 고조됐을 때까지의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가는데 긴 호흡으로 지켜봐 준다면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민식 선배님이 한 번 보고 소비되는 영화가 아닌 곱씹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도 그렇다. 영화를 본 후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계속 생각나는 잔상이 길게 남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

  •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란 소재를 택한 이유는 뭔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호랑이라는 존재는 아련함으로 가슴에 남아 있다. 우리 나라는 예전에는 호랑이가 많은 나라였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손이 아닌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의해 멸종됐다는 점이 더욱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만약 아직도 호랑이가 많아 우리 동네 뒷산에까지 있어 두렵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없으니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영화적인 소재였다. 그 호랑이의 마지막 모습이 어땠을까 하는 상상에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연출을 할지 모르고 시나리오를 썼다. 판권이 다른 영화사에 넘어가 있었는데 '신세계' 개봉 후 이야기가 급진전하면서 내가 연출까지 맡게 됐다."

-완벽한 CG도 눈길을 끌지만 천만덕만큼 비중이 큰 대호의 캐릭터도 화제다.

"촬영 전 조선 호랑이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주로 러시아와 일본 기록들을 뒤지며 공부를 했다. 거기에 우리 설화 속 호랑이들의 모습을 찾아봤다. 특히 '은혜 갚은 호랑이' 등 우리가 잘 알던 전래동화 속 호랑이의 모습을 대호에 투영했다. 영화 속에서 대호는 야생동물이지만 '감성'을 갖고 있다. 그냥 호랑이가 아닌 사연을 줌으로써 인격을 부여해 관객들의 공감을 얻으려고 했다."

-'대호'의 컴퓨터그래픽은 할리우드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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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찬이다. 개봉까지 시간이 더 있었으면 완벽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처음에 CG 업체를 선정할 때 고민이 많았다. 기술력은 비슷비슷했다. 그때 어차피 없던 것을 만들어야 하니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곳을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곳과 손을 잡았다. 초반에 저나 그쪽이나 감이 안 왔다. 기준으로 잡을 수 있는 영화는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밖에 없었다. 서로 끊임없이 대화하며 호랑이를 만들어갔다."

-영화를 보니 최민식 이외에는 천만덕을 연기할 만한 배우는 없었을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호랑이다.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낼 배우는 최민식 선배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최선배님은 대사가 많지 않고 움직임이 없어도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호랑이에 밀리지 않을 깊이와 무게감을 지니고 계신다. 스크린 속에서 최선배님이 있고 없고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진다. 일단 딱 등장하시면 무게감이 저절로 생긴다. '대호'는 '신세계' 촬영 기간에 이런 영화가 있다고 처음 말씀 드렸는데 재미있어 하셨다. 개봉이 끝난 후 사나이픽쳐스에 판권이 넘어오면서 제작이 가시화됐다."

-최민식의 아들 석이를 연기한 성유빈의 연기가 압권이다.

"유빈이는 정말 마지막에 나타났다. 석이 역할은 정말 오디션을 많이 봤다. 마땅한 친구가 없자 제작진은 아예 나이를 18세로 올려 연기 경력도 잇고. 누군지 알 만한 아이돌을 캐스팅하자고 했다. 그러나 난 반대했다. 난 처음부터 더 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역할은 영화 첫 등장할 때부터 사랑받아야 한다. 관객들은 이 아이가 나와야 숨을 쉴 수 있다. 이 아이가 내 아이나 동생처럼 느껴져야 이야기가 힘을 받는다. 유빈이는 촬영 임박해서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보자마자 제작자나 민식선배 모두 다 "이 애다"라고 말했다. 유빈이는 여유가 넘친다. 실제로 애 늙은이 같고 촬영장에서 '어르신'으로 불렸다."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신세계2'는 소문대로 만들어지는 것인가?

"시나리오만 썼을 때는 아무 부담 없이 작업했다. 그러나 '대호'를 직접 연출해보니 '자기 검열'이 강해졌다. 한 에피소드를 쓸 때 주위 환경이나 예산을 고려하게 된다. 또한 사회적 분위기도 신경 쓰게 된다. 민감한 이야기를 다루면 하나의 '딱지'를 붙여버리니까 고민된다. '신세계2'는 내가 만들고 싶다고 해서 곧장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배우들의 스케줄도 맞아야 하고 제반여건이 따라줘야 한다. 우선 지금은 '대호' 생각만 하고 싶다. 이것이 잘돼야 운신의 폭이 커지고 일을 하기 수월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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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12/26 07:30:09   수정시간 : 2015/12/26 1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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