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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인권.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다른 모든 걸 떠나서 그저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배우 김인권의 영화 '히말라야(감독 윤제균 제작 JK필름)' 출연 이유는 단순했다. 히말라야 원정길에 죽음을 맞은 고(故)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찾으러 '휴먼원정대'를 꾸려 떠난 엄홍길 대장을 비롯한 산악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히말라야'는 제작 과정부터 촬영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그런 '고난의 행군'에 대한 진심이 통했을까? 16일 첫 선을 보인 '히말라야'는 개봉 첫주 150만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우뚝 섰다. 그리고 작품 흥행의 이면에는 배우, 스태프 할 것 없이 제 역할에 충실해 온 이들의 힘이 숨어 있었다. 극중 김인권은 박무택(정우)의 친구이자 조난된 무택을 구하러 나서는 박정복 대원 역으로 분했다. 정복은 히말라야의 험한 날씨 속에 누구도 나서지 않으려는 구조의 길을 나섰다 결국 그 또한 목숨을 잃고 만다.

박정복은 실제로 박무택 대원과 고(故) 장민 대원을 구하려다 사망한 고(故) 백준호 대원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기도 하다.

"'히말라야' VIP 시사회 전에 유족분들을 만나 뵀어요. 바들바들 떨리더라구요. 제 연기가 고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잘 해야 하는데 부담감도 많았구요. 다행히 유족분들이 '고맙다'고 인사하시더라구요. 그제야 조금 마음을 놓았죠"

  • 김인권.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그가 '히말라야'를 선택하는 데는 오랜 고민의 과정이 필요치 않았다. 앞서 영화 '해운대' '퀵' 등으로 인연을 맺은 '히말라야'의 제작자 윤제균 감독의 출연 제안에 두말 없이 수락하고 기다려 온 영화였다.

"윤제균 감독님과의 인연을 부인할 수는 없죠. 세월 속에서 쌓아온 추억이 있기 때문에 '히말라야'도 몇 년 전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마치 영화 속 무택이를 생각하는 정복이처럼 계산하지 말고 해야한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다만 망설였던 건 과연 히말라야를 어떻게 갈까하는 거였죠."

그렇게 시작된 '히말라야' 프로젝트는 그에게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신세계'를 열어줬다.

"처음에는 산악인들의 '우정과 의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에 묵직하게 오는 부분이 있더군요. 뭔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시나리오가 고쳐지는 과정에서 산악인들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어요. 그저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내가 과연 까불지 않고 정복이 캐릭터를 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일기도 했구요."

영화적 '대의'에는 충분히 공감했지만 국내 최초로 시도된 산악 영화의 제작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 김인권.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생각보다 위험한 상황도 꽤 있었어요. 예를 들어 히말라야 눈길 밑에는 수십 미터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가 있어 발을 잘못 디디면 그대로 즉사할 수도 있거든요. 긴 줄로 서로 몸을 꽉 붙들어 매고 한 걸음씩 이동하면서 촬영을 진행했어요."

고산병이나 예측 못했던 험한 촬영 환경에서 느껴지는 바도 많았다.

"살던 환경과 멀어지는 경험을 하고, 고산병에 하루에 1~2시간밖에 못 자는 상황을 겪으면서 지나치게 편하게 살았던 도시에서의 생활을 돌아보게 됐어요. 도시로 돌아가면 어디든 자꾸 돌아다녀야겠단 생각을 새삼 했어요. 저는 사실 영화 말고는 아무 것도 안 하는 사람인데, 산이든 물이든 사람이든 자꾸 만나야 내가 발전하는구나란 깨달음을 얻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크게 발견한 것은 '사람'이라는 존재다.

"엄홍길 대장 역으로 분한 황정민 선배의 리더십에 정말 놀랐어요. 엄청난 에너지를 지니신 분이에요. 촬영 끝나고 눈물을 펑펑 쏟으셨는데 왜인지 알 것 같더라구요. 본 촬영팀이 가기 전에 미리 정상까지 답사를 하고 오셔서 문자로 매일같이 수면양말이나 마스크 등 준비물까지 세심하게 일러주셨어요. 황정민 선배를 비롯해 영화를 완성해내고자 하는 배우나 스태프들의 마음이 없었다면 결코 해 내지 못했을 영화에요."

  • 김인권.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영화 속 정복이 무택을 구한 것처럼 '실제 그런 상황이라면 구하러 갈 수 있겠냐'고 물으니 "산에서 그렇게 삶과 죽음을 오가는 상황에 놓인다면 그럴 수 있겠다 싶다"고 들려준다. 실제로도 그는 정복과 무택의 관계처럼 10여년 넘게 함께 해 온 친구이자 매니저와 함께 일하고 있기도 하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사회 생활이 단절될 수 있는데 그 안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소수예요. 그걸 다 받아주고 따라주니까 굉장히 고맙죠. 사람이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새롭게 발견한 건 이번 영화에서 얻은 생각지 못했던 보너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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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12/22 09: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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