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말라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영화의 시작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다. 죽은 동료의 시신을 찾으러 히말라야로 떠난 산악인 엄홍길과 그 동료들의 이야기를 다룬 MBC 다큐멘터리 '아! 에베레스트'를 본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 제작 JK필름)의 제작자 윤제균 감독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영화화를 다짐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말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는 지난한 과정 끝에 탄생한 '히말라야'는 한국 영화 최초의 본격 산악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관객들을 만난다.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산악인들이 각자의 이유를 지닌 채 산에 오르고 이른바 '산쟁이'들만 알 수 있는 그들만의 유대감을 형성해가는 전반과 박무택의 죽음 후 원정대를 꾸려 떠나는 후반부로 나뉜다.

오직 산을 사랑해 때론 가족과 직장도 뒤로한 채 히말라야 원정길에 오른 산악인들은 등반 중 동료들을 잃는 슬픔을 겪는다. 귀국 후 엄홍길(황정민) 대장은 기업체 강연 도중 이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고, 마침내 원정대를 조직해 산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해오기로 결심한다.

그간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김무영(김원해) 장철구(이해영) 전배수(전배수)와 홍일점인 조명애(라미란) 등 동료 산악인들을 불러 모은 엄 대장은 아무런 지원도 없이 명예도 보상받지 못하는 원정길을 떠난다. 그들의 이름은 '휴먼원정대' 스크린에 펼쳐지는 산에서 시린 겨울 바람을 맞는 사람들의 고군분투기는 때로는 인간의 위대함을, 다른 한편으로는 대자연의 경건함을 느끼게 해 준다.

2005년 실제로 '휴먼원정대'를 꾸려 고(故)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찾으러 간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이 작품에는 MSG가 없다. 지나치게 '담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의 극성(劇性)을 자제한 이유는 실제 사건에 대한 오마주의 의미다.

영화 '히말라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럼에도 영화는 2시간 5분의 러닝타임 중반이 넘어가면서 내내 관객들의 눈시울을 젖게 만든다. 에베레스트를 인류 최초로 오른 힐러리 경의 '산이 거기 있기에 오른다'는 말처럼 운명인 듯 산악인의 길을 택한 이들의 삶과 운명이 교차되면서 실화만이 주는 힘으로 영화를 끌어간다. 다른 어떤 보상도 없이 오직 동료에 대한 신의와 사랑만으로 험난한 등반길에 오른 이들의 이야기가 어떤 극적인 이야기보다도 극적이다.

실제 산악인을 방불케하는 황정민의 뜨거운 연기와 극의 무게감을 잡아주는 조성하의 존재감, 고산병 증세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찍었다는 정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작품을 든든하게 받치는 요소다. 산 위에서 배우들이 내몰아치는 찬 입김과 설맹(눈 위와 같은 곳에서 자외선 과잉 때문에 일어나는 안염(眼炎))의 위험에 맞닥뜨리는 장면은 관객들이 실제 산행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첫 산악영화라는 야심찬 도전에 집중했는지 캐릭터 연출에서는 아쉬운 면이 엿보인다. 그러나 뜨거운 가슴으로 사는 산악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선택할 이유는 충분해보인다.

영화 '히말라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