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베이비복스 활동 후 안정적으로 배우로 자리매김
드라마 '라이더스'와 영화 '트릭' 동시 촬영 "바쁘다 바빠!"
행복한 이지 언니 보니 이제 나도 결혼하고 싶어라

사진=장동규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함께 있으면 10분 동안 세 번 이상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배우 이희진은 걸그룹 베이비복스 시절 때의 ‘센 언니’ 이미지가 아니라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쾌하고 털털한 ‘큰 누나’ 느낌이었다.

과거 무대에서 선보였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서울 중구 충무로 스포츠한국 편집국을 찾은 ‘배우’ 이희진은 서글서글한 눈웃음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온몸에서 넘쳐 흘렀다. 이런 친근한 이미지 덕분일까? 이희진은 연기자로 변신한 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여주인공의 언니나 친구 역할을 주로 맡고 있다. 안정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믿고 쓸 수 있는 조연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베이비복스 활동이 끝난 후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오가며 혹독한 연기수업을 받은 그는 2010년 SBS 드라마 ‘괜찮아 아빠 딸’로 안방극장에 데뷔했다. 그 후 드라마 ‘최고의 사랑’, ‘마의’, ‘몬스타’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 11월 개봉된 영화 ‘세상 끝의 사랑’(감독 김인식)에서 여주인공 한은정의 친구 역을 맡아 스크린에 도전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현재 E채널 드라마 ‘라이더스:내일을 잡아라’(극본 박상희, 연출 최도훈)와 영화 ‘트릭’(감독 이창열, 제작 스톰코리아픽쳐스)을 동시에 촬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상의 인기를 누려봤던 그이기에 ‘조연’으로 이미지가 굳혀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지 궁금했다.

“저도 사람인데 솔직히 갈증은 있죠. 주연배우의 친구나 주위 사람을 연기하면서 주연들이 연기를 하는 걸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단막극이나 수사 드라마 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을 연기하면서 갈증을 채워요. 솔직히 전 한 번도 제가 배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가수에 대한 꿈만 꿔왔죠. 가수 시절 시트콤에 잠깐 출연했는데 연기는 함부로 도전을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베이비복스 끝나고 연기에 도전할 때까지 4~5년간 뮤지컬과 연극에 출연하며 준비를 했어요. 서른에 첫 드라마를 찍었죠. 아직도 부족한 게 많아요. 큰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요. 작은 역할도 커보이게 연기하고 싶어요.(웃음) 그러다보면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겠어요?”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드라마 ‘라이더스:내일을 잡아라’는 자전거로 만든 인력거를 소재로 서른을 앞둔 사회 초년생들의 가슴 벅찬 여정을 담은 현실공감형 성장로맨스 드라마다. 이희진은 북촌에서 도예공방을 10년째 운영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오정인 역을 맡았다. 인력거 사업을 하는 20대 주인공들을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미담의 주인공이다. 이번에는 대선배 장호일과 러브라인도 형성할 예정이다. 극중에선 10년차지만 실제로 띠동갑을 넘어서는 장호일과 러브라인은 부담스럽지 않을까?

“글쎄요. 전 연하가 더 어려워요. 오히려 나이차가 많이 나는 분과 호흡을 맞추는 게 쉬워요. 첫 드라마 ‘괜찮아 아빠 딸’에서 남편을 연기한 강성이 연하였는데 사랑의 감정을 품고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이번 드라마에선 심각한 로맨스가 아니라 코믹하게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그려질 예정이에요. 20대 배우들의 삼각관계와는 다른 매력이 있을 거예요. 기대가 많이 돼요”

이희진이 현재 이정진 강예원 김태훈과 함께 촬영 중인 ‘트릭’은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방송계의 병패와 폐해를 다룬 작품. 이희진이 맡은 강희경은 극중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도준(김태훈)에게 힘이 되어주는 정신적 지주와 같은 진실한 친구 역할이다. 이희진은 ‘세상 끝의 사랑’을 통해 알게 된 스크린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영화 데뷔작이라고 포털사이트에 기록된 ‘긴급조치 19호’는 정말 아무 생각없이 촬영한 작품이고 ‘세상 끝의 사랑’이 첫 작품이에요. 20대 초반 때 김인식 감독님의 ‘로드무비’를 본 후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10여년이 지나 김인식 감독의 신작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으니 꼭 참여해보고 싶었어요. 역할의 비중에 상관없이 출연을 결정했어요. 영화는 드라마와는 확실히 다른 매력이 있어요. 앞으로 더 자주 도전해보고 싶어요.”

이제 안정되게 연기자로 자리잡은 이희진. 가수 활동을 접은 지 10년이 다 되고 있다. 혹시 화려한 무대에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는 없을까? 이희진은 ‘솔로 앨범 발표하고 싶은 욕심이 없느냐’고 묻자 손사래를 쳤다.

“자신 없어요. 다시 무대에 올라 춤 추고 노래를 부를 자신이 없어요. 솔직히 우리 시대에는 요즘 아이돌처럼 노래 교육을 많이 받고 무대에 오르지는 않았어요. 립싱크부터 시켰죠. 나중에 라이브로 해야 한다고 해서 그때부터 공부를 했고요. 내가 노래를 다시 부른다면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고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가수란 직업을 포기했다는 건 아니에요. 언젠가 마흔 정도 넘고나서 제 나이에 맞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꿈은 항상 갖고 있어요.”

이희진의 나이도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결혼 적령기를 넘겼다. ‘라이더스:내일을 잡아라’에서 맡은 골드미스 역할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제까지 일에 몰두했던 이희진은 살짝 결혼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베이스복스 멤버 중 유일하게 결혼한 김이지를 보면 부럽단다. 그러나 애교가 부족한 무뚝뚝한 성격 때문인지 남자들에게 대시를 많이 받지는 못한다고.

“글쎄요. 제가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험난하게 자라나선지 남성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남자들처럼 의리를 무척 중요시하죠. 처음 본 분들은 저와 이야기할 때 남자와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할 때가 종종 있어요.(웃음) 그러나 나름 여성스러운 구석도 많아요. 청소부터 집안 일을 무척 잘해요. 나름 살림꾼이랍니다. 결혼한 이지 언니는 저를 만나면 항상 부럽다고 말하세요. 꾸준히 연기를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요. 그러나 저는 언니가 정말 부러워요. 형부도 정말 멋있고 아기도 예뻐요. 이제까지 운명을 기다려왔는데 안 찾아오니 제가 좀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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