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리]'극적인 하룻밤'서 엉뚱 발랄한 시후 역 맡아 연기변신
진중한 역 많이 했지만 밝은 캐릭터와 더 잘 맞아
베드신 연기 배려받으며 촬영! 멋있게 잘해내고 싶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다큐멘터리일 줄 알았는데 달콤한 로맨스 영화였다. 영화 '극적인 하룻밤'(감독 하기호, 제작 연우무대, 스토리지) 개봉일인 3일 눈이 펑펑 내리는 가운데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한예리는 강하고 진중한 이미지와 달리 발랄하고 경쾌했다. 온몸에서 긍정적이면서도 밝은 해피 바이러스가 뿜어져 나왔다. 관객들의 마음에 설렘을 제공할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다웠다.

'극적인 하룻밤'은 헤어진 애인의 결혼식장에서 만난 두 남녀가 '원나잇 쿠폰'을 만들고 한시적인 연애를 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한예리는 전 남친을 가장 친한 선배 언니에게 빼앗긴 후 멘붕에 빠진 시크하면서 엉뚱한 매력을 지난 시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애인을 빼앗아간 선배 언니의 전 남자친구 정훈(윤계상)과 우연히 극적인 하룻밤을 보낸 후 인생의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한예리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을 처음 맡게 됐을 때의 소회부터 털어 놓았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장르였어요.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 역할을 내 혼자서 온전히 할 수 있는 순간을 기다렸는데 기회가 온 거죠. 영화 '해무'를 찍고 있을 때 제작사 분에게 이런 연극이 영화화될 것이고 저와 함께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막연했어요. 그러나 윤계상 선배님과 저에게 동시에 제안이 오면서 실감이 났죠. 정말 친하고 잘 아는 계상 선배님이 파트너였기 때문에 더 편하게 도전할 수 있었어요.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면 서로 익숙해지는 단계가 필요한데 계상 선배님은 서로 잘 아니 모든 단계를 뛰어넘어 곧장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시후는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 캐릭터답게 다소 극적인 인물. 한예리에게는 말 그대로 '극적인 변신'을 요구하는 캐릭터다. 한예리는 '연기파 배우'답게 인물에 설득력이 주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관객들을 공감시킨다. 다시 비현실적인 설정의 로맨틱코미디임에도 현실적 조건과 상황에 치여 연애도 주저하게 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아픈 현실을 전해준다.

"시후는 매우 귀엽고 사랑스러운 인물이에요. 사람들이 이제까지 제가 해온 역할 때문에 무겁고 어두운 연기 색을 가진 배우로 생각하세요. 제 취향도 그럴 거로 예측하시죠. 그러난 전 밝고 편안하고 친숙한 것에 더 끌리는 편이에요. 시후가 독특하고 엉뚱한 구석이 많은데 캐릭터적으로 공감을 줘야 관객들이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도 의견이 같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한예리는 '극적인 하룻밤'에서 여배우로서 도전하기 힘든 과감한 베드신 연기를 선보였다. 노출이 많은 건 아니다. 그럼에도 치밀하면서도 섬세한 표현력으로 스크린을 후끈 달군다. '해무'에서 발목 하나로 베드신을 표현해내 찬사를 받은 한예리답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다.

"재미있는 게 남자와 여자의 반응이 달라요. 남자들은 노출이 없어선지 별로 안 야하다고 하는데 여자들은 행위의 디테일이 살아선지 무척 야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시후와 정훈이 처음 만나 벌이는 베드신은 영화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요. 그 밤이 극적이어야 시후의 감정들이 이해가 갈 수가 있거든요. 그날 새로운 감정들이 생긴 거죠. 여배우로서 배려를 받으며 촬영했기 때문에 힘든 건 없었어요. 기왕 찍는 거 멋있게 해내고 싶었어요."

영화 속에서 정훈이 사랑 앞에서 겁내고 도망간다면 시후는 자신의 감정에 지극히 충실하다. 한예리의 나이도 서른둘. 결혼 적령기를 막 넘어서고 있다. 한예리의 연애 스타일이 궁금해졌다.

"시후와 비슷한 점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말한다는 거예요. 그러나 전 시후처럼 도망가는 남자를 쫓아가 잡는 용기가 없어요. 그런 점에서 시후가 참 멋진 것 같아요. 영화를 찍으면서 요즘 현실적으로 힘든 오포세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뒷걸음치는 정훈을 보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전국에 많은 젊은 친구들이 그럴 것 같아요. 용기를 내기가 힘들 거예요. 그러나 뭔가 얻으려면 자신이 나서는 수밖에 없어요. 솔직해지고 진심에 다가가야 한다고 봐요. 행복해지는 지점으로 스스로 용기를 내서 이끌어가야 해요.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10년 후의 한예리는 어떤 모습일까?'를 물어보았다. 우울해질 수 있는 질문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한예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10년 후이면 마흔 둘인데 새로운 역할들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아이 엄마가 될 수도 있고 아내, 며느리 등 다양하게 연기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날 것 같아요. 제가 어떤 모습일지 정말 궁금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요? 아직 못해본 게 많기에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요. 시대극도 꼭 해보고 싶어요. 또 송강호 황정민 최민식 선배님과도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어요. 이러니 결혼은 아직 생각이 전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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