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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하게 예술적인 것은 사실이나 두 나이 먹은 예술가의 삶에 대한 성찰이자 회고인 이 영화는 우리의 모든 감각 기관과 함께 영혼마저 아름다움과 심오함에 듬뿍 적셔준다. 예술의 향연과도 같은 작품이다.

2013년에 ‘그레이트 뷰티’로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각본 겸)의 영어대사 영화다. ‘펠리니의 장난기 짙은 초현실적이요 엉뚱한 이미지와 진지하나 부담이 되지 않는 철학적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내용이 80대 노인들의 인간으로서 또 예술가로서의 삶과 작품의 마감에 대한 것인데도 무겁지가 않고 오히려 경쾌하고 사뿐하다. 지적이요 변덕스럽고 또 생명력과 위트와 유머가 가득한 영화다.

은퇴한 영국의 베테랑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80세인 프레드 밸린저(마이클 케인)와 그의 친구인 미국인 영화감독 믹 보일(하비 카이틀)은 스위스 알프스의 온천장에서 목욕하고 마사지 받으면서 시간을 함께 보낸다. 둘이 농담하고 음담패설하고 또 노인증세인 불편한 소변 보기와 기억력 약화 등에 관해 얘기하면서 노는 모양이 꼭 아이들 같다. 둘은 물론 생에 대한 심각한 대화도 나눈다.

프레드는 완전히 음악에서 손을 뗐는데 이 곳까지 영국 여왕의 특사가 찾아와 작위를 줄 테니 그의 가장 유명한 곡인 ‘심플 송즈’(Simple Songs)를 지휘해 달라고 부탁한다. 여왕이 듣고 싶어 한다는데도 프레드는 이 부탁을 딱 잘라 거절한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한편 믹은 프레드와는 달리 여러 명의 각본가들을 데리고 와 마지막 걸작에 대한 구상을 한다.

프레드는 비록 은퇴는 했지만 음악을 버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그가 시골길을 걷다가 젖소들의 울음소리와 목에 단 방울소리에 맞춰 지휘를 하는 모습에서 잘 알 수가 있다. 두 사람 외에 갖가지 군상들이 온천에 머무는데 그 중에 비중이 큰 사람이 젊은 미국인 배우로 독일의 초기 낭만파 작가 노발리스를 읽고 있는 지미 트리(폴 데이노)와 아버지의 등한시로 가슴에 상처를 입은 신경이 예민한 프레드의 아름다운 딸 레나(레이철 바이스). 이 밖에도 식당에서의 저녁식사 때 서로 한 마디도 나누지 않는 잘 차려 입은 부부. 이와 함께 대낮 숲속에서의 두 남녀의 야단스런 섹스 등 엉뚱한 이미지 희롱이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영화에 가벼운 채색을 한다.

영화에서 프레드와 믹뿐만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빼앗아 가는 장면이 프레드와 믹이 몸을 담고 있는 스파에 완전 알몸으로 들어온 미스 유니버스(루마니아 배우이자 모델인 마달리나 디아나 게데아)의 입욕 장면. 여기에 믹의 뮤즈이자 그의 단골배우인 제인 폰다가 짙은 화장을 하고 나타나 상소리를 마구 내뱉으면서 영화에 변태적 활기를 부여한다.

마침내 프레드는 여왕 앞에서 ‘심플 송’을 지휘하기로 결정하고 노래를 부를 가수로 조수미를 선정한다. 프레드의 지휘로 조수미가 아름답고 슬픈 ‘심플 송’(미국 작곡가 데이빗 랭 작곡)을 깊고 곱고 뜨겁게 부르면서 끝난다. 두 베테랑 배우 케인과 카이틀의 조용하고 확신에 가득하면서도 경쾌한 연기가 눈부시고 눈 덮인 알프스 마을의 정경을 포착한 촬영이 곱다.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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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12/05 07: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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