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뒷이야기]

비수기 극장가에서 흥행몰이하는 영화 '내부자들'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웹툰과 영화는 주요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큰 줄기를 제외하고는 상당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선 등장인물을 보면 웹툰의 주요 인물인 정치깡패 안상구와 신문사 논설위원 이강희, 여당 유력 정치인 장필우가 그대로 영화에 등장한다. 단, 구체적인 모습에서 차이가 난다.

이강희는 '형님·아우 사이'인 안상구를 "여우 같은 곰"이라고 표현한다. 곰처럼 무식하게 생겼는데 여우처럼 머리를 쓰려고 한다는 의미다.

웹툰에서 안상구는 이강희의 표현처럼 외모나 덩치가 곰 같지만 영화에서는 안상구 역을 날렵한 외모의 이병헌이 맡았다.

안상구는 웹툰에서 웃음기라고 찾아볼 수 없는 말 그대로의 조폭이지만 영화에서 다소 허술한 데가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병헌은 "관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감독님에게 '제가 유머로 가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고, 감독님도 흔쾌히 허락해주셨다"며 안상구의 캐릭터가 바뀐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에서 이강희(백윤식)는 미래자동차 오너 오 회장, 장필우, 안상구 등 이른바 '내부자들'을 엮어주고 밑그림을 그리는 중심적인 인물이지만, 웹툰에서는 그 정도 비중이 있지 않다. 게임판의 중요한 말 중 하나이지 '게임메이커' 자체는 아니라는 뜻.

등장인물에서 가장 큰 차이는 웹툰에 없는 우장훈 검사(조승우)가 영화에 나온다는 점이다.

웹툰에서는 프리랜서 사진작가 겸 기자인 이상업이 정치권과 재벌의 부정한 결탁관계를 파헤치는 인물로 나오는데 영화에서 그 역할을 우장훈 검사가 맡는다.

기자와 검사의 차이는 웹툰과 영화 간 강조점과 이야기 구조의 차이에 기인한 탓이 크다.

안상구가 미래자동차 비자금 파일을 손에 쥐었다가 미래자동차 측으로부터 호되게 당하고 이를 복수한다는 줄거리는 웹툰이나 영화나 모두 같다.

그러나 웹툰은 내부자들이 자신의 잇속을 챙기고자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보여주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면 영화는 인물들 간 대결을 부각하고 있다.

즉 장필우(정치), 오 회장(경제), 이강희(언론), 안상구(조폭), 우장훈(검사) 등 소위 '힘 있는 자'들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다툼에 영화는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이런 차이는 이야기 구조와도 연관된다.

웹툰은 회와 회 간 이야기의 결합이 느슨하다. 한 회 한 회에서 개별적으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있지만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사회 이면에서 작용하는 권력의 실체를 독자들에게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보여주려는 조처로 보인다.

윤태호 작가는 "이 작품은 내러티브를 만든다기보다는, 어떤 하나의 사건을 두고서 그 사건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뉴스를 검색하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썼다. 그렇게 때문에 판권을 팔거나 내러티브를 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웹툰에서 이상업이라는 기자가 등장하는 것도 결국 우리 사회의 '내부자들'을 드러내고자 하는 윤 작가의 의도와 사실을 파헤치는 기자의 직업적 속성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영화는 상업영화인만큼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또 내러티브가 확실해야 인물들 간 대결도 현실감이 살아난다.

이런 대결 구도에서 기자보다는 검사가 더 어울린다. 검사가 법집행 기관 소속으로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많기 때문이다.

우민호 감독은 "원작이 한국 사회의 부패와 비리가 생겨나는 고질적인 시스템에 집중했다면 영화는 방향성을 달리해 장르적으로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시스템 안에 있는 개인들의 치열한 대결로 그리면서 그 끝에 누가 이기고 살아남을 것인지를 바라볼 수 있게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래 웹툰에 있는 이상업 기자 캐릭터를 없애고 우장훈 검사를 새롭게 만든 것도 그런 의미와 방편으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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