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정] '세상 끝의 사랑'서 고교생 딸 둔 엄마 역 열연
여배우 중심 영화이고 개성강한 예술영화여서 욕심이 났다
내 미모의 비결은 늦은 밤 한강 산책! 찾을 테면 찾아봐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배우 한은정을 논할 때 '섹시함'을 빼놓을 수 없다. 데뷔 초 음료 CF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대중들에게 '섹시한 여배우'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한은정이 '매우 좋은 배우'라는 사실 말이다.

신인 때부터 역할에 상관없이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실력을 쌓아온 그는 2006년 '서울 1945'로 배우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후 2010년 KBS '여우누이뎐'에서 폭발적인 연기력으로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입증했다. 그러나 '구미호'의 잔상이 너무 컸던 탓일까? 예상과 달리 최근 활동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은정이 올가을 진한 멜로 영화 '세상 끝의 사랑'(감독 김인식, 제작 담소필름)을 들고 돌아왔다. '세상끝의 사랑'은 자신의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은 여자 자영(한은정), 과거의 상처를 품고 사는 아이 유진(공예지), 두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 동하(조동혁), 서로 어긋난 사랑으로 인해 파국을 맞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한은정은 미모와 지성을 지닌 대학강사 자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현재 한은정의 내면 속 인물들을 만나봤다.

#Young Mother(젊은 엄마)=한은정의 나이는 아직 30대 중반. 아직 미혼인 여배우로서 고교생 딸을 둔 엄마를 연기하기에는 이른 나이다. 아무리 역할의 임팩트를 더 중요시해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하다.

"처음에는 대본이 잘못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속사에 물어보니 맞다 하더라고요.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왜 저죠?'라고 물으니 현대적인 이미지의 똑 부러진 진중한 여성 역이어서 잘 맞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농담으로 '잘 찾아오셨다'고 말씀드렸어요.(웃음) 촬영을 할수록 감독님 말씀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처음엔 자영이 화려하고 세련된 사람으로만 보였는데 연기할수록 내면에는 진중한 느낌이 강하더라고요."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한은정의 16세 딸을 연기한 공예지의 실제 나이는 무려 27살. 모정을 끌어내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법하다.

"자영은 처음에는 엄마 같지 않은 엄마로 나오지만 결말을 보시면 알겠지만 결국 모성이 강한 똑같은 엄마예요. 모성 연기는 '구미호' 때 워낙 강하게 학습한 게 있어서 어렵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예지가 힘들었을 거예요. 나이차가 얼마 안 나기에 엄마 소리가 잘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선배 역할을 하기보다 편하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했어요."

#Ardent actress(열정적인 여배우)=한은정이 '세상 끝의 사랑'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남배우 중심의 충무로에서 오랜만에 여배우 관점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었고 김인식 감독만의 특유의 감성이 담긴 예술 영화일 거라는 믿음이 한은정의 마음을 이끌었다.

"한 영화를 2년 가까이 기다리다보니 뜻하지 않게 2년 넘게 활동을 못했어요. 지고지순한 어머니를 연기할 수 있어 기대했는데 결국 작품이 무산돼 아쉬웠어요. 30대 여배우들이 할 만한 작품을 찾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나이가 들수록 배우로서 감성의 공간은 더 커져 가는데 그걸 담을 만한 캐릭터는 많지 않아요. '세상 끝의 사랑'은 저예산의 작은 영화지만 여자 중심의 영화라는 점에서 욕심이 났어요. 여성의 심리 표현이 주가 되기에 한번 해 보면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 같아 출연했어요. 또한 오락 영화뿐만 아니라 이런 저예산 예술 영화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한은정은 2015년 '세상 끝의 사랑' 한 편에만 출연했다. 항상 다작을 다짐하지만 주변 환경은 여의치 않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정말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영화 출연을 결정하고 준비하고 촬영한 후 홍보 준비하다보니 한 해가 벌써 다 갔네요. 내년에는 정말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차기작은 드라마로 인사를 드릴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제가 영화와 더 맞는 배우라고 말씀하시는데 드라마와 인연이 더 자주 맺어지네요. 더 나이 들기 전에 액션 영화를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액션 연기 잘할 자신 있어요. '서울 1945' 때 같은 역할도 꼭 다시 한번 하고 싶어요. 그땐 나이가 어려 제대로 표현 못한 부분이 많았는데 지금 시켜주면 정말 잘할 것 같아요."

#Charming lady(매력적인 여성)=전형적인 고양이과 얼굴의 소유자인 한은정의 첫인상은 도도함 그 자체다. 그러나 막상 입을 열면 감정에 매우 솔직한 10대 소녀를 만날 수 있다. 체감 나이는 20대 초반이기에 결혼 이야기가 나와도 전혀 초조함이 없었다.

"결혼 생각은 정말 전혀 없어요. 결혼한 친구들을 봐도 전혀 부럽지 않아요.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느라 고생하는 걸 보니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이 아직 안 들어요. 집에서도 재촉하지 않아요. 제가 아직 20대 초반인 걸로 착각하고 계신 것 같아요.(웃음)나이를 들어가면서 여유가 좀 생기는 것 같아요. 예전엔 낯도 많이 가리고 일 때문에 초조해하기도 했는데 이젠 기다릴 줄 아는 내공이 생긴 것 같아요. 남에게도 더 유해지고 이해심이 많아졌어요."

이런 여유와 편안한 마음 때문일까? 한은정의 미모는 20대 때 못지않게 화려하다. 마지막으로 미모의 비결을 물으니 가장 보편적인 답이 나왔다. 운동이다.

"거의 10년 넘게 일이 없는 날은 매일 한강변을 걸어요. 다이어트를 위해 걷기보다 걸으면서 사색을 하는 시간을 가져요. 제 자신을 정리하면서 마음의 평안을 찾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헬스클럽에서 운동도 하고 필라테스도 해요. 그러나 이 걷는 시간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건강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냐고요? 요즘 다양한 마스크들이 많이 나와서 절대 못 알아봐요. 평범한 운동복에 챙 달린 모자에 마스크 쓰고 나가면 동네 아줌마인 줄 알 걸요.(웃음)"

혹시 늦은 밤 강남 방향 한강 둔치를 걷는다면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아무리 가려도 티가 날 수밖에 없는 범상치 않은 몸매의 소유자 한은정을 만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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