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최근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뤄지는 기자들의 모습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특종을 위해서는 왜곡도 서슴지 않는(본의가 아니었다 해도) 영화 '특종:량첸살인기' 속 주인공의 모습이 그렇고 '내부자들'(19일 개봉)에서는 대놓고 권력과 결탁한 기자의 모습을 그린다.

드라마라는 것은 결국 갈등을 다루기에 특정 직업군의 장단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자들을 보는 천편일률적인 비판 어린 시선이 지나치게 비슷비슷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는 없다.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감독 정기훈 제작 반짝반짝영화사)도 기본적으로 이런 시선과 궤를 같이 한다. '기자'라는 직업보다는 사회초년생의 좌충우돌 직장생활 적응기에 집중한 작품이지만 일반 회사원과는 다른 직업적인 차이에서 오는, 여러 에피소드 속에 내포된 비판지점이 영화 내내 보여진다.

작품은 전형적인 '88만원 세대'인 스물 넷 도라희(박보영)가 스포츠 신문 수습기자로 사회생활 첫 발을 내디디면서 시작한다. '취직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던 취업준비생 시절의 꿈은 온데간데없이 라희를 둘러싼 환경은 가시밭길 투성이다. 출근 첫날부터 자신을 짐짝 취급하는 상사 하재관(정재영) 부장과 끝없이 쏟아지는 취재 지시, 쉬는 날에도 밥먹을 틈 없이 뛰어다녀도 돌아오는 것은 '월급 90만원'이 전부인 현실은 이 시대 모든 사회초년생들에게 공감을 안길 만하다.

우여곡절 끝에 특종도 터뜨리고 입사 동기이자 선배인 서진(류덕환)과 연애도 시작하면서 라희는 성장해간다. 톱스타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치면서 뉴스 이면에 존재하는 어두움과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마주하고, '직장인'으로서 그저 악랄하게만 보였던 부장의 고충도 들여다보게 된다.

대체불가한 '귀여움'을 지닌 여배우로 성장한 박보영은 이번에도 제 몫을 톡톡히 해 냈다. 자연스러운 신입 기자 연기는 누구에게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정말 그 자리에 있을 법한' 스포츠지 부장 역으로 분한 정재영 또한 20년 연기 경력이 무색하지 않은 베테랑다운 느낌이다.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그러나 영화의 만듦새는 여러가지 면에서 아쉽다. 초반의 직장생활을 둘러싼 코믹한 코드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직장초년생의 고군분투기라기보다 연예계 뒷이야기로 흘러가면서 전형적인 모습을 띤다. 톱스타와 그를 둘러싼 여러 권력 관계가 드러나는 내용은 이미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아왔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로 목표를 위해서라면 비리와 전횡도 서슴지 않는 연예기획사 여사장 장대표(진경)는 KBS 2TV 드라마 '프로듀사' 속 변대표(나영희)와 그대로 닮아 있다.

'사회초년생의 고군분투기'를 강조하기 위함이라지만 신입기자를 향한 지나친 욕설 또는 성희롱성 발언은 불편함을 자아낸다. 주인공 도라희를 향해 하재관 부장이 '누구 꼬시려고 해? 볼 것도 없던데'라는 성희롱성 발언을 자행하거나 오국장(오달수)의 성추행에 가까운 스킨십이 그대로 용납되는 지점, 기자들 사이에서 자살한 여성 연예인을 두고 '한번 주고 가지'라는 발언이 나왔다는 내용이 농담 삼아 언급되는 지점은 공감대라기보다 사회 통념을 벗어나 부적절하다는 느낌이다. 웃음 코드나 영화 전개를 위해 필요한 지점이었다면 문제가 될만한 발언이나 행동을 좀더 비판적 태도로 신중하게 다뤘어야 했다.

연출자 정기훈 감독은 "직장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관점을 통해 웃음과 공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획의도를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모호해진 이야기 전개와 영화 전반에 흐르는 몇몇 부적절하게 여겨지는 내용은 연출자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의문점을 남긴다.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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