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에서 신학생 최부제 역할
“상업성 강해 영화 출연 결정”
“노력하는 이유? 오래 일하고 싶다”

‘검은 사제들’에서 신학생 최부제 역할을 맡은 강동원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대중들은 배우 강동원(34)의 외적인 모습에 판타지를 갖는다. 손바닥을 펴면 다 가려지는 조그마한 얼굴에 길쭉한 팔다리 그리고 웃을 때 느껴지는 천진난만함 등 그는 여심을 자극하는 모든 요소를 지녔다. 그러나 강동원은 꽤나 단순 명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강동원은 예민하다?!=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제작 영화사 집) 홍보를 위해 인터뷰에 나선 강동원은 꽤나 마른 모습이었다. 벌써 차기작 촬영에 들어간 그는 역할에 맞게 64kg으로 몸무게를 감량했다. 그는 자신이 몇 kg일 때 어떤 태가 나오는지, 화면에는 어떻게 비춰지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강동원은 “많은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각이 조금씩 달라진다. 75kg일 때는 힘이 넘치는데 지금은 술도 많이 안 들어간다”고 웃어 보였다.

그만큼 그는 프로페셔널하다. 많은 감독들이 그와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요인도 그의 외모만이 다가 아닐 것이다. 때문에 그에게 쉬는 시간은 없다. 밀려드는 시나리오와 대본이 쌓여 있다.

“‘검사외전’이 끝나고 한 달 정도 안 되게 유럽에 다녀왔어요. 촬영도 있었고, 아는 분들도 만났고 되게 바빴어요. 요즘에는 제가 외국에 간다고 하면 ‘아직 수정은 더 해야 되는데’ ‘여행 간다고 들었어’라면서 계속 시나리오를 주더라고요. (웃음)”

강동원은 상업영화배우다?!=‘검은 사제들’은 꽤나 독특한 시도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엑소시즘(exorcism, 구마)을 소재로 한다. ‘검은 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담았다. 강동원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김신부(김윤석)의 부제로 선택된 후 그를 돕는 동시에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신학생 최부제 역을 맡았다.

늘 신선한 소재와 독특한 이야기 전개가 펼쳐지는 작품을 선택해온 그인 만큼 이번 선택 역시 크게 의아함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의 출연 이유가 꽤나 흥미로웠다.

“저는 이 영화가 상업성이 강해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극의 완성도가 높고, 새로운 소재를 익숙하게 풀어나가고 있거든요. 사건이 발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승전결도 깔끔하고요. 관객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무리 새롭고 독특한 소재도 잘 만들면 상업영화라고 하잖아요.”

그는 자신을 상업영화배우라고 지칭했다. 그러나 그것이 1,000만 영화를 찍는 배우는 아니라는 것.

“제가 말하는 상업영화는 대박 영화, 1,000만 영화를 말하는 건 아니에요. 관객들에게 인정받거나 돈을 적당히 벌든가 혹은 본전은 건지는 거죠. 망하면 안 돼요. 제가 출연하는 영화는 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내 돈으로 찍으면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제가 말하는 상업영화배우라는 건 어쩌면 책임감에서 나오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누군가 나에게 흥행에 목마르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없는데 제 영화는 대부분 잘 됐다. 목이 안 마르다”면서 “대박이 난 영화도 꽤 있다. 물론 1,000만 영화는 못 찍었지만 그건 그야말로 하늘이 정해준다고 이야기하지 않나. 꾸준히 하다보면 그런 영화도 찍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강동원은 완벽주의자다?!=‘검은 사제들’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이유는 그의 노력이 빛을 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1년 반 동안 발성 연습을 하고 있다. 배우로서 더 확실한 발성과 발음으로 관객들에게 대사를 더 잘 전달하고 싶은 노력에서 시작했다.

“대사를 더 잘 전달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어요. 이번 영화에는 연습했던 것이 많이 나왔어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차이를 많이 느끼더라고요. 대사 처리가 훨씬 수월해졌고, 소리에 힘과 울림이 생기더라고요. 친구인 주형진에게 가르침을 받았어요. 실력 있는 뮤지션이라서 고민을 털어놓고 ‘나를 만들어보라’고 했죠. (웃음) 그렇게 시작을 했는데 제가 점점 잘 쫓아가니까 이 친구도 욕심이 생겼나보더라고요. 열심히 했어요. 1년 반 동안 거의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연습했어요.”

그는 현재 자신의 단점을 하나씩 고쳐나가고 있다. “그렇게 배워 나가면 완벽해지지 않을까 한다”는 그의 모습에서 완벽주의자의 모습을 봤다. 어떤 걸 고쳐 나갔냐는 질문에 한참을 망설인 그는 “너무 많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처음에는 사투리였어요. 연기할 때 사투리를 쓰지 않는 걸 목표로 했고, 제일 먼저 지웠죠. 다음은 긴장하지 말자였어요. 지금은 현장에서 아예 긴장하지 않아요. 비결은 스태프들하고 친해지는 거예요. 친해지면 제가 이상한 짓을 해도 웃어요. 친하지 않으면 못 웃거든요. 눈치를 보더라고요. 웃으면 자신감도 생기고 ‘이건 이상한가?’라고 좀 더 뻔뻔해지더라고요. 지금은 현장이 놀이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왜 그렇게 열심히 자신의 단점을 지워나가고 있는 걸까? 그는 진심을 다해 “오래 일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머물러 있으면 도태될 것 같아서요. 새로운 얼굴들은 계속 나오는데 그 친구들에게 버텨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서죠.”

강동원은 이슈메이커다?!=‘검은 사제들’이라는 독특한 소재에도 먼저 화제를 샀던 것은 바로 강동원의 사제복이었다. ‘강동원에게 사제복을 입힐 생각을 한 감독에게 고맙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들렸다. 강동원은 익숙하다.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슈가 되니까 좋지 않을까”하고 초월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군도: 민란의 시대’때도 마찬가지였다. ‘멋짐’을 보여줘야했던 조윤을 연기했던 그에게 감독이 남다른 애정을 쏟은 것처럼 보였다는 것. 그러나 그는 “윤종빈 감독은 억울해한다. 자기가 미친놈도 아니고 강동원한테만 꽃가루 뿌렸겠냐고.”

“데뷔 때부터 외모에 묻혀 연기력이 가려지는 게 아쉽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정말 매 작품 때마다 듣는 이야기예요. 매 작품마다 재발견이라는 소리도 들어요. 저에게 얼마큼 기대를 안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그런데 크게 서운하지는 않아요. 더 잘하면 되지 않을까요? 누가 뭐라고 해도 제가 더 잘 하는 수밖에 없어요. 방법이 없어요. 답은 단순해요. 그냥 변명하고 떠드느니 제가 열심히 하면 되는 거죠.”

벌써 차기작인 ‘검사외전’을 끝마쳤고 ‘가려진 시간’ 촬영에 들어간 강동원. 다음에 또 욕심나는 작품을 물으니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엑스맨’ 퀵실버 역할이 정말 탐나요. 원래 내가 맡지 않은 캐릭터에 대해 욕심을 내지 않는 편인데 ‘엑스맨’을 보고 내가 연기하면 정말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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