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이끼' '미생'의 윤태호 작가의 탄탄한 웹툰 원작과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이경영 등 구멍 하나 없는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 웹툰에 상상력을 입힌 연출 3박자가 어우러진 영화는 폭발력을 보여줄 총탄을 모두 장전했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내부자들'은 유력한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 언론인 등의 뒷거래를 쫓는 검사와 건달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회의원 장필우(이경영)와 자동차회사 회장 오현수(김홍파), 그들을 돕는 정치 깡패 안상구(이병헌)의 검은 뒷거래의 판을 짜는 이는 언론사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다.

장필우와 오현수의 비자금 파일로 거래를 해 보려던 안상구는 두 사람에게 꼬리가 잡혀 나락으로 떨어진 후 조용히 복수를 계획한다. 상구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든 인물은 다름 아닌 검사 우장훈(조승우). 지방대 출신에 변변한 빽도 없어 출세의 기회를 번번이 놓치고 마는 장훈은 상구를 이용해 자신의 야망을 펼치고자 한다.

실타래처럼 얽힌 인물들의 관계는 정치 재벌 언론 건달 등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진짜 권력'의 이면을 보여준다. 스피디한 극 전개와 인물들의 뚜렷한 캐릭터는 초반부터 흡입력 있게 시선을 끌어모은다. 수위 높은 폭력신과 성접대를 묘사한 선정적인 장면은 초반부터 자극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하지만 전체 영화와는 잘 어우러졌다.

이병헌과 조승우의 호흡을 기대 이상이다. 이병헌은 안상구가 겪어 온 20여년의 세월을 보여주면서 20~40대까지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물의 캐릭터를 짧은 장면만으로도 집중력있게 소화해냈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도전했다는 전라도 사투리 연기도 과하지 않게 자연스럽다. 복수심에 불타는 이병헌의 눈빛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2010)의 그것과는 또 다른 대체불가한 아우라를 지닌다.

영화 '내부자들'
강하게 집중력있게 몰아치는 안상구를 받아치는 조승우의 연기도 유연하게 탄력있으면서도 이전보다 확장된 모양새다. 대사의 완급, 미세하게 변하는 눈빛의 변화를 섬세하게 소화해냈다.

노회한 언론인으로 분한 백윤식은 실제 존재하는 사람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강희가 속을 알 수 없는 조용한 말투와 부드러운 눈빛 뒤로 실은 뒷거래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음을, 등장만으로도 알 수 있게 하는 내공으로 표현해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주제를 물고 늘어진다. 윤태호 작가가 웹툰 '내부자들' 집필 배경에서 밝혔듯 뉴스 이면에 숨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힘에 천착한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각각의 사건은 '별장 성접대 사건' '재벌 로비 사건' 등 실제 존재하는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권력을 향해 복수의 칼을 가는 안상구에게 이강희는 '상구야, 저들은 괴물이야'라며 복수를 말리고 우장훈 검사가 공들여 파헤친 사건이 무산 위기에 놓이자 부장검사(정만식)는 '잘하지 그랬어, 잘 좀 태어나든가'라고 일갈한다. 한국 사회 어딘가 존재하고 있는 실체가 보이지 않는 거대 권력과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진다는 이른바 '금수저론'이 떠오르게 하는 대사다.

묵직한 주제지만 곳곳에 깔린 배우들의 유머러스한 애드리브로 영화 자체는 무겁지 않다. 방대한 이야기를 130분으로 압축, 극 초반 지나치게 이야기가 달리면서 복잡다단한 스토리를 따라가기 버겁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19일 개봉.

영화 '내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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