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에서 교단 눈 밖에 난 김신부 역
“신부의 외적인 모습에 신경쓰지 않았다”
“강동원과 티격태격하는 조합 잘 어울렸다”

사진=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올해만 벌써 세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배우 김윤석(47)의 얼굴은 꽤나 들떠 보였다. 한국영화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를 다룬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제작 영화사 집)을 통해 색다른 변신에 나서게 된 들뜸과 설렘으로 읽혔다.

“순수 우리밀로 만든 정통 이태리 피자 같은 영화예요. 신선하고 새롭다는 평에 감사하죠. 두 신부가 위험에 처한 소녀를 구하는 내용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에요. 인간의 이기심과 숭고한 희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악마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있음을 말하고 있죠.”

오는 5일 개봉하는 ‘검은 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5년 서울, 바로 우리 곁에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비밀스런 임무를 수행하는 사제가 존재한다는 독창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든 그들의 모습을 그린다.

스릴러, 로맨스, 범죄, 액션, 드라마 등 매 작품마다 여러 장르에 도전을 해왔던 그이지만 이만큼 신선한 도전은 없었다.

“장르를 비트는 것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들어가서 밀도 있게 다룬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비주류가 모여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점도 좋았고요. 도시가 발달하면서 이상한 사각지대가 생겨요. 좁고 어두운 틈 같은 거요. 바로 한 블록만 나가면 번화가인데 그 누구도 찾지 않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일들이 일어나잖아요. 콘트라스타(contrast)가 마음에 들었죠.”

김윤석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문제적 신부 김신부 역을 맡았다. 표면적으로 ‘신부 같지 않은 신부’지만 가톨릭 정서를 뼛속까지 품은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영신(박소담)에게 쓰인 악귀를 처단하기 위해 구마(사람이나 사물에서 악마나 악의 세력을 쫓아내는 행위) 예식을 치르는 그의 모습은 카리스마라는 단어로는 부족하다.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울림을 안긴 만큼 힘이 있다.

“신부의 외적인 모습에 신경을 쓰면 어설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보다 단호한 신념을 가진 신부의 모습이 중요했어요. 외향이 어떻든 간에 이 소녀의 영혼을 구해내야 하는 신념 말이죠. 악귀에 쓰인 소녀가 거짓말도 하고 자꾸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하는데, 이걸 이겨내려면 강철 같은 힘이 있어야 해요. 자애롭기만 하면 안 되죠.”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장르였기 때문에 외국 영화를 보면서 그 느낌을 느꼈다.

“악마랑 싸우는 베스트 영화는 ‘엑소시스트’죠. 불후의 명작이잖아요. 그런데 도움이 됐던 영화는 ‘사탄의 태양 아래서’라는 작품이에요. 소설 ‘시골 사제의 일기’를 원작으로 하는데 신부가 악마의 유혹을 받는 내용을 다뤄요. ‘엑소시스트’는 침대가 뜨고 고개가 돌아가는 등 엑소시즘을 할리우드식으로 만든 거잖아요. ‘사탄의 태양 아래서’는 신부가 믿음이 흔들리고 갈등하고 또 트라우마와 싸우는 심리적인 부분을 건드려서 도움이 많이 됐죠.”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을 통해 첫 장편 상업 영화를 내놓게 됐다. 신인 감독과 함께하기에 앞서 걱정은 없었을까?

“동전의 양면이에요. 신인 감독의 새로운 면을 알고, 함께 새로운 미학을 만드는 기쁨이 있는 반면 검증이 되지는 않았잖아요. 그런데 그래서 더 재밌는 것도 있어요. 시나리오를 보면 얼마만큼 준비했고 또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보여요. ‘검은 사제들’ 시나리오는 그 점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죠.”

영화 ‘전우치’ 이후로 6년 만에 사제와 부제로 호흡을 맞춘 강동원과는 그야말로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서로를 불신하다 이내 하나가 되어 구마 예식을 치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안긴다.

“우리 둘이 콤비를 이루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웃음)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일을 하는 조합이 잘 어울렸어요. (강)동원씨하고 워낙 친한 사이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긍정적인 효과를 낸 것 같더라고요.”

악령이 몸에 깃든 소녀 영신으로 열연한 박소담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마 예식 장면을 광주 스튜디오에서 거의 한 달을 찍었어요. 세 명의 배우가 치고 박고 싸우는 장면이 아니잖아요. 계속 집중을 해야 하고 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고생을 많이 했죠. (박)소담씨가 너무나도 멋있게 역할을 연기해줬어요. 삭발까지 하면서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다양한 스펙트럼을 연기할 수 있는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죠.”

후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하나의 원칙은 있다. 바로 후배들에게 설교를 하지 않는다는 것. 현장의 맏형이자 연기 베테랑으로 가르침을 줄 수 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늘 하는 얘기지만 후배에게 뭘 가르친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내 배역에 충실하면 그 친구들이 그런 기운을 받아요. 연기는 교류를 하는 것이니까 내가 집중하고 몰입하면 서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도움이 돼요. 사실 제가 지금까지 만났던 젊은 배우들은 굉장히 집중하고 진지해요. 다른 데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연기에 대해서는 진지한 편이에요.”

올해 세 편의 영화를 선보인 만큼 차기작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다음 작품은 시나리오를 받아 봐야 알 것 같아요. 이번에는 세게 연기 했으니 다음에는 약하게 하자, 뭐 이런 계산은 없어요. 그 당시 저한테 제일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를 선택할 따름이에요.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어요. 지금은 과연 관객들이 ‘검은 사제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제일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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