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SBS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가 지난 1일 종영했다. 성인이 된 딸과 아버지의 관계 회복을 표방하며 호평 속에서 출발했던 프로그램은 ‘금수저 논란’ ‘연예인 대물림 방송’이라는 논란을 안고 쓸쓸하게 종영했다.

지난 설날 파일럿으로 편성돼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았던 ‘아빠를 부탁해’는 바로 정규 편성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빠를 부탁해’는 평소 표현이 서툰 아빠들이 딸과 함께 지내며 좌충우돌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경규·이예림, 강석우·강다은, 조재현·조혜정, 조민기·조윤경 부녀가 출연했다. 이후 강석우·강다은, 조민기·조윤경 부녀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이덕화·이지현, 박순철·박세리 부녀가 합류했다.

프로그램은 무뚝뚝한 아빠와 살갑지 못한 딸 등 우리네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누구보다 가깝지만 한편으론 누구보다 먼 부녀간의 관계를 다룬 ‘아빠를 부탁해’는 꾸밈없는 리얼한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SBS ‘오! 마이 베이비’,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가족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이미 성행한 만큼 특별한 느낌은 주지 못했으나 ‘아빠를 부탁해’는 표현에 서툰 아빠들과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딸들의 모습을 잘 담아내며 호평을 얻었다. 중년의 스타들은 20대 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그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안겼다. 여태껏 육아 예능이 어린 아이들과 그를 돌보는 아빠들의 좌충우돌 육아기에 맞춰져 있었다면 ‘아빠를 부탁해’에서는 대화와 진정한 소통이 엿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금수저 논란’은 어느 정도 예고된 바 있다.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네 딸들에 대한 정보 역시 드러났는데, 이경규 강석우 조재현의 자녀가 연예계 데뷔를 꿈꾸고 있는 상황이라 몇몇 네티즌들은 방송 초반부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빠를 부탁해’ 출연자들은 곧바로 연예계에 데뷔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됐다. 숱한 경쟁을 뚫어야 연예계 데뷔가 가능한 상황에서 연예인 2세의 방송 출연은 연예계 데뷔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길 수 있기 때문.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조혜정이 MBC에브리원의 ‘상상고양이’에 유승호 상대역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구설수에 올랐다. ‘아빠를 부탁해’ 출연 이후 조혜정은 MBC에브리원 ‘연금술사’ 온스타일 ‘처음이라서’에 이어 유승호의 전역 복귀작인 ‘상상고양이’까지 연이어 캐스팅됐다. 이에 네티즌들은 “아빠 후광으로 드라마에 캐스팅된 것이 아니냐”며 비판했고, 악의적인 악플 세례까지 받아야 했다. 결국 조혜정은 운영 중이던 SNS를 탈퇴하기도 했다. 오빠인 스케이트 선수 조수훈은 ‘금수저 논란’을 두고 네티즌들과 갑론을박을 펼치며 한동안 ‘금수저’가 사회의 화두로 부각되기도 했다.

결국 ‘아빠를 부탁해’는 좋은 기획 의도에도 ‘내 딸을 부탁해’ ‘현대판 음서제’라는 오명을 쓴 채 종영했다. 시즌2의 방송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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