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참정권론자’(Suffragette) ★★★(5개 만점)

1912년 참정권을 얻기 위한 영국여성들의 맹렬한 투쟁을 그린 드라마다. 사람들이 잘 몰랐던 그들의 분노와 좌절, 테러와 자기 희생 등에 놀라게 된다. 내용에 몰입하기 전 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연기와 촬영과 의상과 프로덕션 디자인 등이 다 좋다. 긴박감 마저 감도는 작품인데 영화가 내용에 비해 열기가 부족하고 다소 창백한 것이 단점이다.

일종의 BBC-TV의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데 이와 함께 샐리 필드가 무식한 공장노동자로 나와 노조운동을 펼치는 드라마 ‘노마 레이’도 생각나게 만든다. 영화는 사실과 허구를 혼성해 만들었는데 참정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여성들에 고개가 숙여진다. 뜻 있고 또 숙연한 감동을 갖게 하는 볼 만한 드라마다.

24세 된 모드 와츠(캐리 멀리간)는 남편(벤 위셔)과 어린 아들을 둔 대형 세탁공장 노동자. 정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던 와츠는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참정권 운동가인 바이얼렛(앤-마리 더프)으로 인해 서서히 여성운동가로 변신한다. 이와 함께 짐승 같은 공장장의 횡포와 멸시가 와츠의 변신에 결정적 계기가 된다.

와츠는 여성운동의 총지도자로 당국의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에멜린 팽크허스트(메릴 스트립)의 지시를 수행하는 행동가로 약제사인 이디스(헬레나 본햄 카터)와 바이얼렛 등과 함께 시위에 참가하면서 경찰에 체포돼 옥에 갇힌다. 이로 인해 남편과 갈등이 생기고 결국 와츠는 집에서 쫓겨난다.

의회가 여상참정권 의제를 부결시키면서 와츠 등은 본격적인 테러에 나선다. 우체통을 폭파하고 수상의 빈 저택을 폭파하는 등 여성운동가들의 행동이 격화하면서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동정하면서도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경찰국장(브렌단 글리슨)도 이들의 체포에 총력을 집중한다.

그리고 영화는 한 여성 운동가의 자기 희생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 마지막에 이 여자의 장례식을 찍은 기록필름이 나온다. 여성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한데 특히 다변한 표정으로 무식한 노동자에서 운동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강렬하고 알차게 보여 주는 멀리간의 연기가 출중하다. 영국은 1918년에 가서야 일부 30세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었고 그로부터 10년 후에 가서야 모든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었다. 새라 개브론 감독.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