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소년다운 해맑음과 속깊은 어른스러움이 공존한다. 웃음기 많은 천진난만한 어투를 지니고 있지만 가볍지는 않다. 스무살 시절부터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다 KBS 2TV '제빵왕 김탁구(2010)'로 세상에 '주원'이라는 이름을 알린 지 벌써 6년째다.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을 오가며 쉼없이 작품을 해 오면서 쌓인 내공은 어느 새 서른을 목전에 둔, 잘 자란 청년을 꽉 채우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화 '그놈이다'(감독 윤준형, 제작 상상필름)로 데뷔 이후 첫 스릴러 영화 주연에 도전했다. KBS 2TV '각시탈' SBS '용팔이' 등을 통해 액션 스릴러의 '맛'을 본 적은 있지만 2시간 내내 거칠고 강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오는 선굵은 스릴러물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심 마음 속으로 원했던 장르이기도 하고 이제는 제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이 컸어요. 저는 안 했던 분야에 도전했을 때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데 그건 어떤 것보다 큰 뿌듯함이거든요"

영화 '그놈이다'는 어촌 마을에 사는 두 남매에게 갑자기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범인과 쫓고 쫓기는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그린 스릴러물. 극중 주원은 하나뿐인 여동생 은지(류혜영)와 가난하지만 단란한 삶을 이어가던 중 여동생이 사라지면서 사건의 중심에 뛰어드는 장우 역으로 분했다.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어요. 어릴 때는 철없이 어머니한테 '여동생을 낳아달라'고 많이 조르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이번 역할은 남달랐어요. 동생이 갑자기 사라지고, 시체로 발견되는 부분에서는 감정 이입이 많이 돼서인지 마음이 많이 힘들기도 했고요. 사실 정말 가족이라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잖아요. 가족을 잃은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고 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쫓기 위해 장우는 계속해서 몸싸움을 벌이는 탓에 강도 높은 액션 연기와 함께 경상도 사투리는 그에게 적지 않은 도전 과제였다.

주원.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사투리 연기는 사실 정말 부담이 많이 됐어요. 조금만 어색해도 듣는 분들 입장에서는 긴장감도 떨어지고 몰입을 방해하거든요. '그놈이다'에 형사 역으로 나온 동료 배우분께 부탁해서 대본을 모두 사투리로 녹음해서 듣고 고치고, 다시 교정받고를 반복했어요. 억양이 어디서 올라가고 내려가는지 세심히 듣고 만들어내다 보니 사투리 연습만 몇 달 걸린 것 같아요(웃음)"

그렇게 탄생한 주원표 경상도 사투리는 그 지역 출신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자연스럽다. 하지만 다음 과제인 액션 또한 녹록지는 않았다고. 극중 민약국 역의 유해진과 사투를 벌이는 그는 몸싸움을 벌이고 목이 졸리는 등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몸을 못 쓰는 편은 아니라 액션에 어느 정도 자신은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하다보니 멋있는 액션이 아니라 그냥 맞붙어 뒹굴고 싸우는 '막싸움'이라 오히려 좀 위험하더라고요. 결국 싸우다 머리가 좀 찢어지고 목졸리는 장면에서는 한동안 자국이 그대로 나기도 했지만 괜찮아요"

촬영 현장에 몸을 맡겨 본 경험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촬영할 때는 항상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고 가는 편인데 이번엔 그런 것 없이 그냥 순간의 느낌에 맡겨보자는 생각이 왠지 들었어요. 동생을 잃어 비참한 심경과 범인을 꼭 잡아야한다는 절박함 같은 감정이 계산되지 않은 채 몸에서 느끼는 대로 가 보자는 의도가 있었고 그런 부분이 제게 새로움을 던져줬던 것 같아요,"

촬영 내용은 심각했지만 촬영장엔 늘 잔잔한 미소가 넘쳤다고. 신예 이유영과 베테랑 배우 유해진 사이에서 선배와 후배의 역할을 넘나들었다며 웃는다.

주원.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제가 사실 촬영장에서 선배들한테 애교도 많이 부리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편인데 후배들 앞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바람도 커요. 촬영장에 언제부터인가 동생들이 보이면서 후배들 앞에선 좀 근엄해진달까?(웃음) 근데 이번엔 해진 선배랑도 워낙 죽이 잘 맞고 유영이랑도 쉽게 친해져서 촬영 분위기 자체는 스릴러 답지 않게 즐거웠어요."

늘 해맑아보이는 그이지만 사실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은 편이다.

"혼자 있으면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지칠 정도예요. 아마 저한테 아이같은 면이 없었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고민의 소용돌이에 마구 빠지다가도 어느 순간 '모르겠다' 하고 놓아버리고 사람들이랑 어울리곤 하는 편이에요."

이처럼 "사람들과 어울려 촬영할 때가 가장 즐겁다"지만 쉼없이 활동중인 그는 올해도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가 끝나자마자 바로 영화 홍보 일정에 돌입했다. 왜 이렇게 항상 쉴 틈 없이 열심히 하느냐고 물으니 "나이가 들었을 때 좀더 연기 자체를 즐기면서 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온다.

"지금은 제가 아직 배워야할 게 많아 연기를 즐기면서 하지는 못해요. 40~50대 선배님들을 보면 여유있으면서도 연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항상 부러웠어요. 지금부터 하나씩 쌓아놓으면 나중에는 작품 하나에 모든 걸 쏟으면서 여유있게 연기할 수 있겠죠?"

주원.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알려진 대로 그는 내년 하반기께 군입대를 앞두고 있기에 지금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군대 가기 전 나이대에만 가능한 역할이 있잖아요. 그런 데 좀더 주력해보고 싶어요. 다녀와서는 좀더 남자가 되어 있겠죠. 그 때는 20대가 가지지 못한 무게감도 있었으면 하고요. 세월의 흐름에 자연스러워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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