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유쾌하고 젠틀했다. 케이블TV tvN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극본 소현경, 연출 김형식)의 완벽남 차현석을 연기한 이상윤은 "능력과 인품, 카리스마까지 빠지는 게 없는 사기 캐릭터"라고 역할에 대해 평했지만 실제 그의 모습 또한 차현석과 적지 않은 부분 닮아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시원시원한 말투와 솔직한 웃음을 간직한 그에게서는 '상남자'다움과 자상함이 한데 어우러진 분위기가 묻어났다. 연기자로서는 늦깎이로 데뷔했지만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그는 이제 믿음직한 배우로서 자신만의 발자취를 차분히 만들어가고 있다.

▲'두번째 스무살'을 두고 다시 시작된 첫사랑의 느낌을 담은 작품이라는 평이 많았다.

촬영 과정은 사실 전쟁같았다.(웃음) 종영날 네 시간 전까지 촬영하느라 바빴으니까. 전체 신의 80% 정도를 낮에 찍어야 해서 촬영 스케줄이 더 빡빡해진 것 같다. 대본을 받아들 때부터 재미있을 거라는 예상은 했다. 결과적으로 시청률이라는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안에 담긴 사랑이 충분히 의미있고 '해볼 만하다'는 느낌은 왔다.

▲상대역 최지우와는 MBC 드라마 '에어시티' 이후 8년만의 만남이었다.

이상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그 때는 작은 역할이었고, 연기 못한다고 혼도 많이 났는데 이번에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더라.(웃음) 당시에도 동창으로 나왔는데 이번에도 같은 설정이라 뭔가 인연이 있구나 싶긴 하다.

▲실제로는 여섯 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데 동갑내기 역할을 하는 데 어렵지는 않았나

조금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지우 선배가 워낙 동안이고 발랄하셔서 연기든 실제든 나이 차이를 잊고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하노라는 누가 봐도 있는 그대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라 그저 감사했던 것 같다.

▲하노라를 키다리 아저씨처럼 지켜주는 차현석 역할도 여자들이 바라는 로망을 모두 담은 '완벽남'에 가까운 캐릭터였다.

맞다. '사기 캐릭터'라고 할 정도로 능력과 인품, 카리스마 등을 모두 갖춘 사람이다. 연기하면서도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였다.(웃음) 돌이켜보면 현석은 참 부지런한 사람인 것 같다. 노라의 모든 것을 세심하게 다 챙겨주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일까지 잘 해 내는…. 현실에서는 사실 쉽지 않은 인물이지 않을까 싶다.

이상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남자들의 원성을 사지는 않았나?

남자 시청자들은 주로 하노라의 사랑스러움에 반해서 내가 눈에 잘 안 들어온 것 같더라.(웃음) 실제로 주위에서 평소에 드라마를 거의 안 보던 사람들에게서 '잘 보고 있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어찌 보면 심각할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내면서 주위 형님들도 순수하게 빠져서 볼 수 있었다고들 하더라.

▲사랑 고백에 있어 "네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좋으니까" 같은 '돌직구 대사'도 큰 화제가 됐다.

현석이의 그런 고백에는 십분 공감한다. 예전에는 나도 되게 소심했는데 연기자가 돼 갈수록 뻔뻔스러워지는 면이 있는 것 같다.(웃음) 불필요한 감정 소모는 싫어하는 편이다. 그래서 연애에 있어 '밀고 당기기'도 잘 못 하고.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건 실례겠지만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솔직하고 직설적인 필요는 있지 않을까?

▲아 그럼 실제로도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돌려 말하지 않고 고백하는 편인가

이상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대체적으로 그렇긴 한데 닥쳐봐야 알 것 같다(웃음) 한 마디로 '콩깎지'가 씌여야 돌직구 고백도 가능한 건데 그 상황이 돼 봐야 정확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에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지만 막상 진짜 첫사랑이 스무 살 아들이 있다 해도 개의치 않고 사랑할 자신이 있나?

음… 이혼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데 스무 살 아들이 있는 상황은 잘 모르겠다.(웃음) 너무 큰 아들이라 사실 조금은 부담스러울 것 같긴 한데, 아마 닥쳐봐야 알 것 같다. 현실에서는 또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부분이 있으니까. 첫사랑 - 첫사랑이 애를 갖고 돌아온다면 ... 어떨까란 생각 했다 ....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꼽을만한 장면이 있는지 궁금하다.

노라와 서로 교복을 입고 춤을 추는 장면이 있다. 노라의 긴장감을 풀게 해주려고 현석이 노력하는 장면이었는데 실제 촬영에선 내가 유연하지 못해 춤추다 담이 걸렸다. 고군분투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대부분은 매번 뭉클했다. 최지우 선배가 늘 절절한 감정을 쏟아내면서 연기를 했기에 나는 옆에서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역할이었다. 차려진 밥을 잘 먹은 것 같다.

이상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소현경 작가와는 KBS 2TV '내 딸 서영이' 이후 두 번째 만남이었다.

캐스팅 미팅 차 만났을 때 작가님이 보자마자 "해봤으니까 잘할 수 있지?"라고 바로 말씀하시더라. 한 가지 조언하신 건 '잘못 풀어내면 유부녀에게 집적거리는 꼴이 된다'며 '그렇게 보이면 안 된다'고 당부하시더라. 노라를 좋아하는 감정을 조금씩 드러내긴 하지만 감추기도 하고. 은은하게 예뻐보이는 느낌으로 만들자고 하셨다. 불륜으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순수하고 풋풋해보이도록 잘 구성된 것 같다.

▲인생이 어느 정도 무르익은 30대 후반 나이대의 이야기인데 마치 첫사랑처럼 설렘이 느껴졌다.

지금의 30~40대들은 이전 세대와는 또 많이 다른 것 같다. 여전히 젊고 어리다. 문화적인 감수성도 예민한 세대고 사랑에 있어 적극적이기도, 쿨하기도 하다. 그런 변화 지점을 드라마가 포착하면서 공감대를 많이 얻었던 게 아닐까 싶다.

▲캠퍼스 속 지금의 20대들에 대한 이야기도 대비적으로 펼쳐졌다.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나름의 소회도 있었나

드라마 주제에 맞춰 후배들과 자연스럽게 현재 20대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더라. 나도 사실 대학을 오래 다녔고, 연기라는 진로를 늦게 선택한 편인데 지금은 대학 자체가 '스펙 쌓기'를 위한 장으로 변한 것 같아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다. 다시 가 본 캠퍼스에서는 예전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더라. 대학이라는 곳 자체가 하나의 작은 사회처럼 찾으려고 하면 여러가지 활용할 부분이 많다.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취미생활이나 다양한 경험을 쌓는 데 많은 기회가 제공되는데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것 같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능력을 고민하고 익히는 시기로서 20대들이 대학 내에서 여러가지 활동에 몸을 많이 담가봤으면 좋겠다. 취미든 뭐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붙잡고 늘어지다 보면 뭔가 하나가 걸린다.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정립해나가는 시기로 중요한 때인 것 같다.

▲'두번째 스무살'의 차현석 역할도 그렇고 사실 이상윤에게는 데뷔 이래 항상 '바른생활 사나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스스로는 변신해보고픈 열망이 강한 편인가?

캐릭터적으로는 항상 모든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 일부러 색깔 있는 작품을 많이 찾고 있는 것도 기존의 내 이미지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싶다는 의도 때문이다.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드라마나 시대극, 스릴러 등 다양한 작품에 관심이 있다. 배우는 결국 '역할'로 보여줘야 하니까.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있는 분야가 있다면

우주인이 욕심난다.(웃음) 물리학을 전공하기도 했고 영화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같은 작품을 워낙 좋아했다. '마션'은 아직 촬영하느라 못봤다. 우주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화에 호기심이 많다. 아, 근데 일단 그런 작품에 출연하려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지.

▲'여자들의 로망'같은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스스로 평했다. 시청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사랑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건,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옆에 있는 바로 그 분이 소중하고, 평생 함께 하실 분이라는 얘기를 꼭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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