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는 짐승들’(Beasts of No Nation) ★★★1/2(5개 만점)

내전이 끝날 새 없는 아프리카의 반군 소속 소년병에 관한 강렬하고 사실적인 영화다. 순진한 10대 아이들이 악과 폭력의 제물이 돼 짐승으로 변화하면서 자행하는 잔인무도하고 끔찍한 살육에 몸서리가 처진다.

그들이 저지르는 폭력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와 보는 사람의 영육을 유린하는 듯한 절실함을 느끼게 한다. 막상 가슴 아프고 무서운 것은 이런 폭력행위보다 어린 아이들이 무감각한 살육의 짐승들로 변하면서 잃어버리는 순수의 상실이다.

가나에서 찍은 현장감 있는 촬영과 각본 그리고 강력한 추진력을 지닌 연출과 서술은 모두 재주 있는 캐리 조지 후쿠나가(신 논브레)의 것. 특히 소년병 역의 연기 경험이 없는 에이브래햄 아타와 체격과 카리스마가 모두 압도적인 이드리스 알바의 연기가 뛰어나다.

영화에서 무대인 나라의 이름은 안 밝히고 또 반군들의 종교나 사상과 이념도 모른다. 형과 함께 아버지가 선생인 학교에 다니고 교회에 나가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어린 아구(아타)의 삶은 마을로 몰려든 난민들을 쫓아온 반군들의 살육으로 하룻밤 사이 악몽으로 변한다.

반군에게 아버지와 형이 살해된 뒤 도주한 아구는 곧 이들에게 붙잡혀 소년병이 된다. 반군의 대장은 안팎으로 거대한 카리스마를 지닌 복잡한 성격의 코맨단트(알바). 아구는 코맨단트의 총아가 되면서 서서히 살육의 짐승으로 변화하는데 아구가 코맨단트의 명령에 따라 체포된 적을 정글용 칼로 살해하는 장면이 눈을 감게 한다. 아구의 첫 살인이다. 이런 혹독한 삶속에서 아구의 유일한 위로는 역시 소년병인 말 없는 스트리카와의 우정.

아이들과 젊은 부하들을 엄격하게 다루면서 밀어붙이는 코맨단트는 그야말로 악의 화신이다. 그러면서도 아구에게 아버지와도 같은 역을 하는데 아구와 코맨단트의 관계가 드라마로서 영화의 중요한 플롯을 이룬다.

반군은 정부군과의 전투에서 잇달아 승리하면서 마을들을 차례로 점령하고 이어 반군의 통치자가 있는 도시에 도착한다. 그러나 여기서 통치자가 코맨단트의 공을 무시하고 그에게 응분의 보상행위를 거부하면서 코맨단트는 통치자에게 거역하는 게릴라가 된다.

아타의 깊이와 너비를 감지하기 힘든 감정과 반응의 표정연기와 알바의 겹겹이 벗겨지는 내면연기는 찬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들의 연기가 아니면 이 영화의 겁나도록 절실한 현실성이 이렇게 강하지는 못할 것이다.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