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Victoria) ★★★★(5개 만점)

현대 베를린의 방황하는 청춘들의 은행강도와 그 후유증을 다룬 독일 영화. 상영시간 2시간을 손에 든 카메라 한 대로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찍은 실험성 강한 흥미 있고 스타일 좋은 영화다.

특히 밤의 베를린 시내를 샅샅이 누비고 다니면서 찍은 버려진 듯한 도시의 적막과 소외감이 절실한데 이런 분위기 속을 서푼짜리 젊은 아마추어 범죄자들이 헤집고 다니면서 별 뜻도 없는 대사를 나누고 술을 마시고 대마초를 태우고 또 클럽에서 전자음악에 맞춰 광란의 춤을 추는 얘기를 매우 사적으로 그렸다.

영화는 이들의 이런 행각을 보여주는 첫 부분은 다소 지나치게 제 멋대로여서 보면서 빠져 들기에 인내심이 필요하나 이어 후반에 접어 들어 은행강도와 그 후의 실수와 죽음이 있는 재난이 전개되면서 역동적인 스릴러로 변한다. 살벌한 것 같으면서도 감정이 있는 영화다.

스페인에서 온 처녀 빅토리아(라이아 코스타)는 베르린 시내 카페 종업원으로 밤에 혼자 클럽에서 춤 추다 새벽에 카페로 돌아가려던 중 자기에게 접근하는 청년 존네(프레데릭 라우)와 대화를 나눈다. 이어 빅토리아는 존네와 그의 친구들인 박서(프란츠 로고브스키) 블링커(부라크 이기트) 및 푸스(막스 마우프) 등과 함께 행동을 같이한다.

이들은 아파트 지붕에 올라가 술 마시고 대마초를 태우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빅토리아가 스페인 사람이어서 대사는 대부분 서툰 영어로 주고 받는다. 말이 많다. 카메라가 이들을 따라 다니면서 역동성 있게 젊은이들의 모습을 포착하는데 상당히 아름답다.

이어 직업 갱스터 안디(안드레 헤닉케)가 박서에게 은행강도를 지시한다. 박서는 감옥에 있을 때 안디의 보호를 받아 그 빚을 갚아야 한다. 새벽 강도에 가담하는 것이 빅토리아인데 빅토리아는 순진한 것인지 아니면 무모한 것인지 알쏭달쏭하게 어느 새 정이 든 존네의 잠깐이면 된다는 말에 순순히 응해 범행용 자동차를 운전한다.

은행강도는 순탄하게 성공하고 이들은 자축하기 위해 다시 클럽엘 들러 신나게 춤을 춘다. 그러나 곧 이어 경찰이 골목에 주차된 이들의 차를 발견하면서 도주와 추격 그리고 총격전이 일어난다. 마지막 부분은 비감하고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처럼 그렸는데 마음이 싸하니 아프다.

연기들이 다 좋은데 특히 코스타와 라우가 좋은 콤비를 이루면서 튼튼하고 감정적인 연기를 한다. 새벽 4시 반에 촬영을 시작해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시내 22곳을 다니면서 촬영했다. 세바스티안 쉬퍼 감독.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