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장동규기자 jk31@hankooki.com
[부산=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여유가 흘러넘쳤다. 지난 2010년 영화 ‘만추’(감독 김태용)로 부산과 인연을 맺은 중국 여배우 탕웨이(36)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다. 취재진의 질문을 들을 때는 귀 기울여 들었고 눈을 마주치며 소통하고 교감하려고 노력했다.

인터뷰 말미 다소 초췌해 보이는 기자를 향해 ‘피곤해 보이니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가끔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 기다리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남들을 웃게 해주는 유쾌한 입담과 자신의 현재를 즐길 줄 아는 탕웨이의 면모는 왜 그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톱스타인지를 증명해내는 순간이었다.

탕웨이가 ‘세 도시 이야기’(감독 장완정) ‘화려한 샐러리맨’(감독 두기봉) ‘몬스터 헌트’(감독 라맨 허)까지 세 편의 영화를 들고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벌써 다섯 번째 부산방문이라는 그는 단골 포장마차가 생겼을 정도로 부산과 친근해졌다. 무엇보다 올해는 남편인 김태용 감독과 함께 부산을 찾아 더욱 화제를 샀다.

▲ 부산국제영화제에 벌써 다섯 번째 방문이다.

“부산에 오면 어디를 가든 익숙한 느낌이 든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무대에 올라가면 내 뒤에 어떤 바다가 있고 어떤 햇볕이 나를 쬐고 있고 관객들은 어디에 있고 또 내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다. 집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는 해외 친구가 부산에 간다고 하면 뭘 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나뿐만 아니라 부산에 와서 즐겼던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부산을 추천한다. 그만큼 부산은 매력적인 도시다.”

▲ 남편의 신작 ‘그녀의 전설’ OST ‘꿈속의 사랑’을 한국어로 불렀는데?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다. 전체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김태용 감독님이 나에게 외국어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한국 관객들이 들었을 때 극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고 해서 여러 차례 녹음을 했다. 감독님이 ‘꿈속의 사랑’을 삽입곡으로 쓰려고 결정한 후 워낙 익숙한 곡이라 그 곡을 어머님께 들려드렸다. 어머님이 감독님이 어렸을 때 들려줬던 곡이라고 하더라. 노래의 원곡을 찾아보니 중국 곡이었다. 이 얘길 듣고 어머님께서 ‘그래서 네가 중국 와이프를 얻었구나’라고 하셨다. (웃음) 중국 노래였으니까 나에게 불러달라고 했다.”

▲ 한국어 공부가 많이 됐을 것 같다

“노래 가사를 배우고 연습을 하면서 한국어 공부를 정식으로 하게 됐다. 한국어 선생님에게 직접 배웠다. 하루하루 배울 때마다 감독님도 실력이 늘었다고 많이 칭찬해줬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져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 무엇보다 한국문화도 함께 공부하면서 한국이 더 익숙해졌다.”

▲ 김태용 감독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는 스타일인가?

“감독님과 ‘만추’ 작업을 해봐서 스타일을 안다. 칭찬을 하고 응원을 많이 하면서 더 공부하고 노력하게 한다. 감독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사람을 잘 끌어준다. 나를 있는 그대로 던졌을 때 분명히 바뀌는 것이 있다. 바뀌게 해준다. 그의 예민함과 섬세함은 함께 작업을 한 스태프들은 모두가 알고 있다.”

▲ 두 사람이 언제 다시 영화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 언젠가 그 시간이 오지 않을까? (웃음)”

▲ 중일전쟁(1931) 당시를 배경으로 한 ‘세 도시 이야기’에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여자를 연기했는데, 어렵지 않았나?

“특별히 노력하거나 어려운 것은 없었다. 이미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어서 익숙했다. 우리 부모님 세대인데 부모께 당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 시대를 겪은 부모의 얼굴에 있는 세월의 흔적을 항상 봤다. 피난이나 밀항 등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우리 어머니나 함께 호흡을 맞춘 유청운의 어머니, 메이블 청 감독의 부모님이 실제 영화 속 내용처럼 밀항을 해서 홍콩으로 정착을 했다. 그들이 있었기에 홍콩이 다양한 중국어가 존재하는 곳이 됐구나 생각하니 현실로 느껴졌다.”

▲ 영화가 실제 성룡 부모님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성룡은 영화를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울었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겪은 세월이 영화에 나와서 그런 것 같다. 영화 속 이야기는 대부분 사실이고 특히 성룡 아버지 이야기는 100% 사실이다. 메이블 청 감독님과 성룡 아버지가 오랫동안 친분이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드라마를 써도 이런 이야기는 쓰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드라마틱한 인생이고 한 편의 전기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이 있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낭만적인 연인이 함께 나오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다. 마치 동화 속에나 나오는 사랑 이야기를 연기해 영광스럽다. 요즘 러브스토리는 제 3자가 방해해 오해하고 파경을 겪고 다시 사랑이 이뤄지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만의 감정을 가지고 영화가 이어진다. 편지를 쓰고 상대방의 손에 들어가는데 3개월이 걸리고 답장을 써도 3개월이 걸린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사랑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아닐까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얼마 전 추석이었다. 시댁에 영화라는 선물을 가지고 왔다. 한국 관객들이 많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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