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초청… "배우는 어떤 역이라도 내면에서 무언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리안 감독의 영화 '색, 계'로 전 세계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중화권 스타 탕웨이(湯唯)는 김태용 감독의 '만추' 출연과 그와의 결혼으로 한국 관객에게 더욱 친숙한 배우가 됐다.

올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더욱 특별한 손님이다. 그는 3편의 출연작으로 초청받았다. 남편 김 감독도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 함께 초대됐다. 역시 초청작인 김 감독의 새 단편 '그녀의 전설'에는 탕웨이가 한국어로 부른 노래가 들어갔다. 이들 부부는 해운대 포차(포장마차)촌를 찾아 심야 데이트를 하는 등 부산 동반 일정을 한껏 즐기고 있다.

3일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만난 탕웨이는 한국에서 '탕새댁'이라는 별명을 얻은 데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새댁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며 "언제까지가 새댁이냐"고 되물었다.

보통 아이를 낳을 때까지 새댁이라고 부른다는 말에 그는 놀란 듯 입을 벌리며 "계속 아이를 낳지 않아도요?"라며 재차 묻는 모습이었다.

"호칭이 그렇게 바뀌는지 몰랐어요. 모두 저를 '탕탕'이라고 부르거든요. 일이 많고 전 세계를 돌아다녀야 하기에 남편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요. 그래서 (부부를 함께 초청해준) 부산영화제에 감사합니다. (웃음) 함께 부산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아서 아쉽지만, 매번 부산에 올 때마다 감사하고 관객과 만나는 시간이 좋습니다. 저를 이렇게 사랑해 주는 데 감격했고요."

이번에 부산에 초청된 출연작 3편은 장르도, 그의 캐릭터도 저마다 전혀 다르다.

메이블 청(張婉정)의 '세 도시 이야기'에서는 중일전쟁의 혼란기에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지고지순한 여자 역할을 맡았다.

두치펑(杜琪峰) 감독의 '화려한 샐러리맨'에서는 잔혹한 오피스 안에서 의도치 않게 검은 세계로 휘말리는 직원으로,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몬스터 헌트'에서는 마작을 좋아하는 딜러 역으로 나왔다.

이에 대한 질문에 탕웨이는 "내가 이제까지 부산에 몇 명을 데려왔는지 세어볼까요?"라며 손가락을 꼽아보는 모습이었다.

"배우는 어떤 역할을 하든 자기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3명을 데려온 거죠. '화려한 샐러리맨'에서는 특히 안경을 쓰고 머리를 질끈 묶어 올린,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연기를 해봤어요. 처음에는 약간 거부반응도 있었지만, 막상 연기하면서 이런 걸 처음 해보는 데 대해 소름이 끼쳤죠."

세 편 중에서 '세 도시 이야기'는 청룽(成龍) 부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전쟁의 혼란 속에서 남녀는 가슴 설레는 만남과 원치 않는 이별을 반복하면서 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한다.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에서 탕웨이의 눈빛은 더할 수 없이 사랑스럽다. 작년 여름 결혼한 '새댁'의 설레는 마음이 스크린에서도 묻어나는 듯하다.

그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낭만적인 사랑이 있는 대본 때문이라고 꼽았다. 전날 상영 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GV) 시간에서는 한 관객으로부터 "극중에서 연인인 다오룽(류칭윈·劉靑雲)과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남자 가운데 탕웨이 본인이라면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100% 다오룽"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그리워하면 언젠가 반드시 만날 수 있다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믿고 있기에 이렇게 감동적인 사랑을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금처럼 IT기술이 발달한 시대에는 이해할 수 없을지 몰라도, 여기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그런 사랑이 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탕웨이가 맡은 역이 청룽의 어머니인 셈이지만, 촬영이 끝날 때까지 청룽과 어머니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 청룽을 만났을 때, 청룽이 "엄마!" 하고 불렀다고 전하며 그는 웃었다.

"이 영화의 90%가 실화예요. 청룽씨가 처음 이 영화를 비서와 단둘이 들어가 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펑펑 울며 봤다고 해요. 그분이 이 영화를 인정했기에 그런 것 같은데, 영화가 완성되고 처음 청룽씨를 만났을 때 저한테 '엄마'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말을 듣고 뒤로 10m 물러났고요."

애니메이션 '몬스터 헌트'는 '슈렉'의 애니메이터 라만 후이가 만든 영화로,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저도 극장에서 보면서 아이가 된 것처럼 즐거웠어요. 제 역할이 마작을 좋아하는 전당포 여주인인데, 제가 마작을 전혀 못해요. 그래서 휴게실에서 무술감독, 스타일리스트, 기사 등 모두 불러모아 마작을 하다가 저한테 '마작의 기'가 왔다 하면 들어가 촬영을 하곤 했어요. (웃음) 그렇게 관객이 많이 들리라고는 저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아주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죠."

앞으로 배우로서의 목표를 묻는 물음에 그는 조심스럽게 '휴식'을 이야기했다.

"배우란 감독의 손에 있는 하나의 재료입니다. 그 재료가 아직 어떤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좋은 재료가 되기 위해 스스로 아끼고 보호하는 것이 배우의 일이죠. 일이 지금까지는 끊임없이 많았어요. 이제는 약간 쉴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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