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초미의 관심…과장은 있어도 미화 없는 현실 묘사도 공감

"제가 이승준 사장 좋아하는 동안 마음 졸이고, 애태우고, 울고 웃고 한 세월이 1년이라고요."

마음에 뒀던 남자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영애씨'가 만취해 울부짖으며 하는 말이다.

시청자들이 케이블드라마 tvN '막돼먹은 영애씨'(막영애)의 영애씨와 함께 '마음 졸이고 애태우고 울고 웃고 한 세월'이 올해로 9년이 됐다.

지난 8월 10일 시작해 오는 5일 종영을 앞둔 '막영애' 시즌14는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허울뿐인 '사장님' 영애(김현숙 분)의 고단한 직장 생활, 두 남자 산호(김산호)·승준(이승준)과의 삼각관계를 소소하면서도 코믹하게 풀어내면서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사는 우리 마음을 훔친 덕분이다.

이번 시즌의 핵심 화두는 서른여덟 살인 영애의 사랑과 결혼이다.

혼수 문제로 파혼했다가 2년 만에 돌아온 산호와 사기당하고 자리까지 잃은 승준 모두 영애에게 뜨겁게 구애하면서 시청자들 관심도 급상승했다.

시청자들은 다시 만난 산호에게 "너 보란 듯이 잘 살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쪽 팔린 모습만 보여주는 걸까"라고 한탄하는 영애 마음에 이입하기도 하고, 서로 마음만 탐색하다 1년을 흘려보낸 승준-영애 커플을 보면서 옛일을 곱씹기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산호-영애를 응원하는 '산초파'와 승준-영애의 사랑을 응원하는 '작사(작은 사장님)파'가 팽팽히 대립 중인 가운데 영애 사랑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주 방영된 16회에서 승준이 외적인 조건에서 산호에게 밀린다는 생각에 영애에게 이별을 고했지만, 정작 영애는 둘 사이에서 고민하는 듯하다가 산호에게 "(우리는) 다 끝났다"라며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지지부진한 전개에 "진짜 막돼먹은 건 제작진"(네이버 아이디 'aran****')이라며 답답해하다가도, 영애 사랑 결말을 추측하느라 열심이다.

시즌1부터 영애의 만남과 사랑, 이별을 쭉 지켜본 일부 시청자는 이제는 영애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아내와 엄마, 며느리, 딸로서의 희로애락을 맛깔 나게 보여주길 기대하기도 한다.

이번 시즌에서는 사랑 못지않게 낙원종합인쇄사(낙원사)를 나와 회사 '이영애 디자인'을 차린 영애의 직장 생활도 주목받았다.

과장은 있어도 미화는 없는 직장 현실 묘사는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사장 영애는 직원 월급을 주고자 식당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가 하면, 전 직장인 낙원사 하청을 맡기 위해 사장 조덕제(조덕제)의 횡포도 견뎌냈다.

드라마는 이렇게 갑은커녕 을보다도 못한 병, 정 생활을 맛보며 고군분투하는 영애를 통해 우리 사회 도처에 있는 허울뿐인 '사장님'을 보여준다.

조덕제를 비롯한 낙원사 사람들의 다채로운 캐릭터도 이번 시즌 인기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이다.

특히 조덕제는 tvN 드라마 '미생'의 마 부장은 명함도 못 꺼낼 정도로 악덕 사장 '종합선물세트'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무시무시한 육두문자를 입에 달고 사는가 하면, 구박으로도 모자라 신체적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돈 문제에서 쩨쩨하기 그지없으며, 추석에는 딱히 할 일이 없는데도 회사로 나와 직원들을 불러낸다.

그러나 김태희, 송혜교, 전지혜도 마음에 안 찬다면서 나이트클럽 무대를 현란한 복고 댄스로 휘젓고 다니는 모습으로 가끔 폭소와 연민을 유발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밖에 큰딸 영애의 결혼 문제와 백수 사위 걱정에 바람 잘 날이 없는 영애네 이야기도 '막영애14'에 재미를 더한다.

'막영애14'는 5일 밤 17회를 끝으로 종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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