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령] 종영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에서 레나 정 역 열연

“자극적인 소재이긴 했지만 ‘막장 드라마’라고 생각 안 해”

“네티즌 댓글 항상 챙겨 봐… 도움 받고 현실에 반영하기도”

종영한 MBC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여왕의 꽃’에서 레나 정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성령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나리 기자] 마치 깊은 꿈을 꾸다가 가뿐하게 일어난 것처럼 배우 김성령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힘들었다'를 연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성령은 지난 8월 30일 종영한 MBC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여왕의 꽃'(연출 이대영 김민식, 극본 박현주)에서 연기 인생 처음으로 타이틀 롤을 맡아 장장 50부작, 무려 6개월 가까이 대장정을 이끌었다.

'여왕의 꽃'은 야망으로 가득 찬 여자 레나 정(김성령)과 그가 버린 딸 강이솔(이성경)이 재회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다. 레나 정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굴곡진 삶을 산 인물이다. 롤러코스터 같았던 레나 정의 감정선을 표현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터. 이에 김성령은 솔직한 속내부터 털어놨다.

"끝나니깐 후련하네요. 앞서 바삐 돌아가는 미니시리즈도 해봤고 아침드라마도 6개월 정도 한 적 있고, '무인시대'도 50부작이었어요. 이렇게 긴 호흡의 드라마를 찍은 경험이 있는데도 이번 드라마는 특히 힘들었네요. 아무래도 타이틀 롤을 맡은 책임감 때문에 그리고 극중 레나 정이 너무 파란만장하다 보니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거든요. 편하게 임한 회가 없을 정도로 감정 소모도 많았고요. 여러 가지 힘든 면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나이가 좀 있기도 하고요.(웃음)"

'여왕의 꽃'에서는 레나 정 외에도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이른바 '센 캐릭터' 여성들이 여럿 등장했다. 김성령과 극중에서 대립 각을 세운 마희라 역의 김미숙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거짓말을 이어가고 자녀의 삶까지 좌지우지하려는 그녀들의 욕망과 얽히고 설킨 관계는 또 하나의 막장이라는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에 김성령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종영한 MBC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여왕의 꽃’에서 레나 정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성령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물론 '여왕의 꽃'이 자극적인 소재이긴 했어요. 그래도 막장 드라마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요즘 뉴스를 보면 실제 삶이 정말 너무 무섭잖아요. 부모자식 간에 말도 안 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고요. 주위 다른 사례들을 보면 드라마 속 레나의 경우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엄마의 마음으로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도 있어요. 애지중지 키운 자식이 자신의 말을 거역할 때 오는 배신감과 분통함 이런 것들 때문에 마희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어 김성령은 음모와 암투가 난무하며 한편으로는 암울하기까지 한 드라마 속 모습과는 전혀 달랐던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김성령은 선배들과의 호흡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동료들과의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어요. 회식을 자주하거나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없었지만 미니시리즈 같은 촉박함이 없어서 대본 연습을 거른 적이 한번도 없어요. 그런 것들이 돈독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 건방을 떠는 후배들도 없었고요. 권력을 부리는 선배도 안 계셨고요. 장용 선배 같은 경우에는 본인의 개인적인 스케줄이 있으신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촬영 일정이 생겨도 전혀 다른 불편한 기색 없이 다 맞춰주셨어요. 저 같으면 절대 못 그랬을 거예요. 당연히 불평도 했을 것이고요.(웃음) 그리고 김미숙 선배에게는 조언을 많이 구했어요. 제가 캐릭터 표현에 있어서 '왜 이렇게 힘들지'하고 생각할 때 김미숙 선배와 서로 위로하면서 버텼거든요. 이렇게 선배들께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어요."

김성령은 드라마에 임할 때마다 시청률은 성적표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네티즌 반응은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시청률을 정말 의식 많이 해요. 일종의 성적표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시간 검색어, 네티즌 반응 다 일일이 신경 쓰고 있어요. 댓글도 다 대중들의 편한 방식으로서의 의견이라고 생각해요. 댓글을 읽다 보면 좋은 내용이건 나쁜 내용이건 딱 꽂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제 연기에 대해 또는 드라마 속 내용에 대해 충분히 참고할 만하고 또 도움이 되기도 하죠. 다시 한 번 나를 점검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실제로 감독님한테 '내용에 대해 네티즌들이 이렇게 말하더라'하고 말을 한 적도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댓글 좀 그만 보라고 할 정도예요.(웃음)"

종영한 MBC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여왕의 꽃’에서 레나 정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성령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김봉진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남다른 동안 외모를 자랑하는 김성령. 그 동안 별다른 연기력 논란도 없이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여배우로서 한 번 해보기 힘들다는 드라마 원톱 여주인공도 당당하게 마무리 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뭘까.

"제 목표가 '언젠가 한 번은 주인공을 해봐야지'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가 들어올 때 가려서 보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 타이틀 롤을 하고 나니까 확실히 주인공만 하겠다는 미련이 없어졌어요. 하고 싶은 걸 하고 나니 한층 자유로워진 느낌이에요. 물론 제 연기에 대한 아쉬움, 부족함 등은 당연히 남았죠. 그런데 그러한 부족함이 '다음 작품에서 더 잘해야지'라는 힘을 부르는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하기만 하면 오히려 진짜 행복을 모를 수 있잖아요. 어느 정도 부족함이 있어야 행복을 위해 계속 노력할 수 있는 것처럼요. 더불어 대중들이 원하는 저의 모습에도 맞춰 가려고요. 배우들은 많은 대중들에게 선택 받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저에게 연기는 만날 수 밖에 없는 인연처럼 제 천직 같아요. 이제는 좀 편하게 제가 가야 할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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