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아이즈. 사진=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기자] 빨강 핑크 오렌지 브라운. 스튜디오로 들어서자마자 멤버들의 현란한 머리 색깔에 눈길이 간다. 양갈래 머리에 오버롤즈와 미니 원피스 등으로 개구쟁이다운 모습을 한껏 강조한 모습이 심상치 않다. 2년 만에 신곡으로 돌아온 걸그룹 투아이즈는 그렇게 소년과 소녀, 악동과 귀여운 숙녀의 중간쯤을 보여주는 '삐삐' 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딱 우리 느낌과 비슷한 콘셉트라 아무 이의 없이 만장일치로 하겠다고 했어요."(향숙)

2013년 데뷔 후 지난한 인고의 시간 끝에 2년 만의 신곡 '삐삐'(PIPPI)를 들고 나타난 이들에게서는 장난기 어린 눈에서도 활동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진지한 긴장감마저 엿보인다.

지난달 26일 발매된 세 번째 싱글 '삐삐'는 이단옆차기 사단 롱 캔디(long candy)와 우노, 라디오갤럭시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노래로 컨추리 풍의 기타 리프가 가미된 댄스곡이다. 1960년대부터 세계적인 인기를 끈 TV시리즈 '말괄량이 삐삐'의 주인공 삐삐 캐릭터에 착안, 콘셉트부터 노래 가사까지 하나의 세트처럼 통일성을 가지고 만들어진'삐삐'는 중독성있는 후렴구와 마치 태엽인형처럼 반복되는 포인트 안무가 인상적이다.

"공백기간이 길었는데 곡 선정하고 콘셉트 정하는 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렸어요. 5월쯤 곡을 처음 받았는데 발랄하고 귀여운 콘셉트에 처음엔 놀랐죠. 이런 이미지를 한번도 표현해본 적은 없었지만 막상 녹음에 들어가고 나니 수월하더라고요. 멤버 개개인이 지닌 본래의 색깔이 삐삐와 잘 맞는 것 같아요."(다은)

곡 콘셉트에는 말썽꾸러기 소녀들이 남자를 통해 성숙해지고 변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도 이런 점을 십분 살렸다. 특히 음악방송에서는 초반에는 볼품없던 삐삐가 점점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담을 예정이다.

"못난이 삐삐일 때는 주근깨에 의상도 개구쟁이같은 모습인데 귀엽고 사랑스럽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예뻐지는 삐삐는 앞선 모습과는 달리 화장도 점점 여성스러워질테니 섹시하고 발랄함을 봐주셨으면 해요. 둘 다 매력적이지만 사람을 통해 변해가는 과정이 한 편의 성장기처럼 펼쳐질 것 같아 많이 설레요"(향숙)

중간 중간 까르르 웃음보를 터트리며 얘기하지만 2년 만의 무대라 고민도 많이 했다. '삐삐'를 직접적으로 접하지는 않은 세대라 콘셉트가 정해진 후 영상도 찾아보고 빨강 머리에 주근깨, 짝짝이 양말 등 삐삐를 상징하는 물건이나 메이크업 등에 대해서도 멤버들과 쉼 없이 얘기를 나눴다고.

"멤버들 모두 성격이 털털하지만 충분히 예쁜 모습도 있기 때문에 무대에서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보여드릴 수 있다고 서로 자신감을 나눴어요. 다들 왈가닥스러운 면, 여성스러운 면을 모두 가지고 있어 표현하기가 어렵진 않았고요."(혜린)

얘기를 듣다 보니 이번 '삐삐' 콘셉트는 비단 음악뿐 아니라 연기적인 요소가 강해 뮤지컬적인 분위기도 물씬 풍겨난다.

"각자의 이미지에 맞게 다은이는 건강함, 혜린이는 섹시함, 다솜이는 귀여움, 그리고 저는 예쁜 삐삐를 맡고 있어요.(웃음) 표정이나 제스처도 함께 고안하느라 무대에 서면 마치 공연 한 편을 하는 듯한 느낌이에요."(향숙)

온몸을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반복 동작이 가미된 포인트 안무도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했다.

"보기엔 간단해서 쉬워보이는데 운동량이 굉장히 많은 안무예요. 덕분에 컴백 준비하면서 다이어트는 따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 번 추고 나면 땀이 비오듯했죠. 일명 '삐삐춤'인데 살과의 전쟁을 벌이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드려요.(웃음)"(다솜)

열심히 대화를 이어가는 와중에는 2년간 멤버들이 겪었을 고민도 감지된다. 지난 2013년 6월 첫 싱글 '까불지마'로 데뷔한 이들은 그해 10월 두 번째 싱글 '슈팅스타(Shooting Star)'로 활동을 이어갔지만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초창기 멤버인 연준은 솔로 활동을 위해 탈퇴하기도 했다.

"2년간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각자 연기나 예능 프로에도 도전하고, 음악 공부도 하면서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연준이는 노래 실력이 월등해 솔로로 활동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팀에서는 빠지게 됐지만 지금도 연습실에서 만나 서로 곡도 들려주면서 잘 지내요. 네 명 체제로 가면서 서로를 위해 더 나은 방향으로 재정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혜린)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삐삐'를 통해 운동화끈을 고쳐매고 있는 이들은 사실 다방면에서 활약상을 보인 '만능돌'이기도 하다. 향숙 다은은 단막극으로 연기에, 혜린은 DJ에 도전했고 다솜은 직접 작사를 공부하며 랩 실력을 키워왔다.

"전체적으로 '만능돌'이라는 수식어를 얻고 싶어요. 팀 활동에서도, 개인 영역에서도 모두 '잘한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기도 하구요"(다솜)

꿈에 대한 얘기를 물으니 "정말 하고 싶은 게 많다"며 쉼없이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들이지만 일단은 '삐삐'로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데뷔 때는 조금 어설펐다면 이제는 조금씩 경험도 더 쌓고 나이도 먹어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충만해요. 이번 활동으로 '투아이즈'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아 저희가 가진 부분을 맘껏 펼쳐내고 싶다는 생각이네요"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