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종영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에서 정덕인 역 열연

“6개월 간 즐겁고 행복했지만 ‘다시 할 수 있나’ 물으며 못할 것 같아”

“극중 요리는 백종원에게 직접 배워… 액션스쿨서 재능 칭찬도 받아”

사진 제공=별만들기이엔티
[스포츠한국 최나리 기자] 얼굴에 한 가득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으며 편안한 표정이었다. 긴 호흡의 드라마를 막 끝냈다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여유로움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첫 마디는 후련하면서도 힘들었단다. 누가 ‘다시 할 수 있겠나’ 물으면 못할 것 같다고도 했다. 그렇게 김정은은 지난 6개월 간 자신과 동일시해 온 정덕인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연출 김근홍 박상훈, 극본 하청옥)가 40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김정은은 극중에서 전직 형사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고 학교 앞에서 밥집을 하며 살아가는 정덕인 역을 맡아 안방극장을 종횡무진 활약했다.

무엇보다 결혼도 안 한 김정은이 그것도 3년 만의 복귀작품으로 엄마 역할을 선택한 이유가 가장 궁금했다.

“이건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취향 탓이기도 한 것 같아요. 사실 제 나이의 미혼 여성으로는 나올 수 있는 캐릭터가 빤하죠. 커리어우먼 또는 골드미스, 그러면서 결국 결혼에 이르게 되는 식이에요. 그런데 엄마 역할은 뭔가 다른 내용이 나올 것 같았어요. 내가 만약 작가라면 ‘엄마 쪽이 더 깊은 얘기를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싶더라고요. 또 ‘왜 미혼여배우들이 엄마 역을 마다할까. 욕심이 나야 할 텐데’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물론 캐릭터 선택의 어려움은 없었지만 오랜만의 복귀작인데 시청자들이 행여 색안경을 쓰고 보시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었죠.”

사진 제공=별만들기이엔티
극중 정덕인은 아들을 잃은 슬픔, 믿었던 남편의 배신, 자신을 버린 엄마와의 뜻밖의 재회 등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만큼 감정선도 복잡했다. 그리고 이들의 중심에는 모성애가 자리했다. 이 많은 상황들을 소화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터. 이에 김정은은 정덕인 캐릭터에 대한 접근 방식을 가감 없이 풀어냈다.

“제가 20년의 연기생활을 해왔지만 현장에서 이처럼 많이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기는 처음이에요. 그냥 제 안에 가지고 있는 모습을 다 내려놓는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모성애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그냥 잊자. 촬영장 가서 그 상황에 닥치게 되면 하자’ 이런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덕인이 아들의 죽음에 대해 분노를 폭발하는 장면에서 이성적으로 계산할 필요 없이 그냥 정신을 놓고 연기했어요. ‘난 엄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두 배, 세 배 정신을 놓고 연기하다 보니 나중엔 좀 공포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했죠. 그래도 내가 여배우인데 모습이 너무 흉하거나 이런 감정표현들이 이해를 못 받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김정은은 형사 출신인 덕인에 몰입하기 위해 액션 연기에도 도전했다. 그리고 요리도 배워야 했다. 밤낮을 쪼개서 덕인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요리는 백종원 셰프께 업소용 요리 방식으로 직접 배운 거예요. 그리고 주방에 관련된 소품 등 자문도 많이 얻었고요. 극중에서 밥집은 인천 만수동의 한 학교 앞에 자리했는데 위치라던가 동선 그리고 제 시선이 닿는 곳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면서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뿐만 아니라 요리하면서 제가 불쇼 같이 현란한 손동작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건 밤마다 프라이팬에 쌀을 넣고 열심히 연습한 거예요. 액션의 경우에는 액션 스쿨의 무술감독님과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제가 다리 찢기가 그렇게 잘되는지 몰랐거든요. 뒤늦게 액션 쪽에 재능을 발견했다 싶을 정도로 칭찬도 받았죠.(웃음).”

40회를 이끌어 온 타이틀 롤로서의 만만치 않았을 부담감 속에서도 김정은의 긍정에너지는 촬영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드라마를 이어오는 동안 ‘무너지지 말자’라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래서 촬영장에서 항상 웃고 다녔죠. 서로 기운을 북돋워 주며 응원했어요. 점점 갈수록 ‘내가 산이 되어서 버티고 지켜야겠다’라는 책임감도 들더라고요.”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던 덕인 캐릭터를 떠나 보낸 김정은에게 ‘여자를 울려’는 과연 어떤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까.

“이 드라마로 인해 내 안의 무언가를 위해 토해내고 시원한 부분도 있었지만 애정이 많았던 만큼 아쉬움도 있긴 해요. 그래도 덕인 캐릭터를 통해서 활활 태웠으니 휴지기는 한 번 가져야 할 것 같네요.(웃음) ‘여자를 울려’는 제게 돌직구와 같아요. 20년 만에 다시 무대에 홀로 올라가서 오디션을 받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지난 3년의 (공백) 시간이 그리 괜찮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대중 앞에 선 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걱정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드라마를 통해 따뜻한 호응과 응원을 받게 돼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저에겐 큰 용기가 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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