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너사시'에서 커리우어먼 오하나 역으로 열연
"작가진 교체? 내가 약해지면 안 됐다"
"이진욱과 호흡? 눈에서 꿀 떨어지더라"

‘너사시’에서 오하나 역으로 열연한 배우 하지원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하지원이라는 이름 석 자가 주는 신뢰가 있다. 매 작품마다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대중들에게 남다른 몰입감을 선사한 그다. 대중들은 그의 연기에 열광했고 높은 시청률 역시 따라왔다. 그러나 최근 종영한 SBS 주말극 '너를 사랑한 시간'(극본 지고 지순 인해, 연출 조수원)에서는 달랐다. 평균 6%의 시청률은 하지원의 명성에 걸맞지 않았다. 그렇지만 하지원은 시청률에 개의치 않아 보였다. "편안한 옆집 언니 같은" 오하나를 연기하며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았던 그다.

"도전을 좋아해서 장르나 캐릭터에 한계를 두지는 않아요. 판타지나 사극 아니면 센 역할들을 많이 하다 보니까 조금 가볍고 경쾌하고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어요. 원작을 봤는데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품을 선택을 하게 됐어요. 자기 일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썸'을 타고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을 둔 요즘 여자들을 대변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극 중 하지원이 연기한 오하나는 똑부러지고 프로페셔널한 커리어우먼이다. 언제 어디서나 밝고 당당하다. 그러나 그는 집에만 들어서면 사과 머리에 편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이 시대의 '건어물녀'(직장에서는 능력 있지만 집에서는 맥주와 건어물을 즐겨 먹는 여성)로 변신한다. "휴일인데 어디 안 나가?"라는 엄마의 물음에 "휴일인데 어딜 나가"라고 맞받아치는 그의 모습은 현실 속 우리네 모습과 쏙 빼다 닮았다.

"편했어요. 옆집에 사는 언니처럼 친숙하고 평범한 인물이에요. 캐릭터를 과하게 잡는 것이 아니라 나의 풀어진 일상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어요. 주위에서 '연기를 해야지, 너를 보여주면 어떡해'라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웃음) 진짜 저를 보여주는 순간이 있어서 부끄럽기도 했죠."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시청률뿐만이 아니다. 스케줄은 타이트했고, 여기에 제작진 교체로 인한 잡음 역시 발생했다. 조수원 PD의 하차와 재합류 그리고 작가진이 두 차례나 교체되는 등 작품을 둘러싼 내홍이 이어졌다. 이진욱과 하지원의 '케미'는 좋았지만 우정과 사랑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그렸던 원작의 감정선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는 평까지 얻었다. 하지원 역시 이러한 목소리를 알았다. 그러나 그는 "내가 흔들리거나 약해지면 안 됐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연기를 하는 제가 약해지면 안 됐어요. 그 안에서 오하나를 어떻게 더 단단하게 잡아갈 것인가가 저에게는 중요했어요. 작가진이 교체돼서 말투가 바뀌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은 배우들에게 편안하게 열어주셨어요. 리허설을 하면서 많이 맞춰나갔어요.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쉬웠죠. 드라마 촬영은 굉장히 타이트하게 진행돼요. 잠도 많이 부족했고요. 대본을 보면서 고민도 많이 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죠. 아무리 대박이 난다고 해도 모든 작품에 100% 만족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하지원이 두각을 드러낸 작품은 늘 강했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남자주인공에게 "죽을래?"라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던 '시크릿가든' 속 길라임이 그랬고, 여자 혼자 몸으로 원나라의 황후로 군림하게 된 '기황후' 속 기승냥이 그랬다. 때문에 사랑에 오열하고, 평범한 일상에 치이는 하지원의 모습이 낯설었을 수도 있다.

"배우가 한 가지 역할만은 할 수 없어요. 대중들은 운동이나 칼싸움을 잘하고 또 잘 살지 못하는 저의 모습을 좋아해준 것 같아요. 그래서 약간 평범하고, 이웃집 언니 같은 모습이 낯설게 다가오는 시청자들도 분명 있었어요. 오하나가 실제 내 모습과 가장 비슷한데 이 모습을 낯설다고 해주니까 제가 정말 강렬한 역할을 많이 했구나 싶었죠. 평범한 모습이 더 극적으로 느껴졌나 봐요. 앞으로도 저는 다양한 역할에 도전을 할 거예요. 이제 적응을 하시지 않았을까요? 조금씩 적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17년간 우정과 사랑의 묘한 줄다리를 탔던 이진욱과의 호흡은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서로를 향해 달달한 눈빛을 내보이던 두 사람은 극 내내 찰떡궁합의 연기 호흡으로 시청자들의 연애세포를 깨우는 일등공신을 해냈다.

"(이)진욱씨랑 호흡은 진짜 잘 맞았어요. 척하면 척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진욱씨 눈빛에서 꿀이 정말 장난 아니게 떨어지더라고요. (웃음)"

한번도 남녀 사이가 친구에서 연인으로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하지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첫눈에 반하고 가슴 떨리는 사랑을 좋아해요. 그런데 '너사시'를 찍으면서 그런 사랑도 좋지만 고민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위로해주는 연애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애는 언제 하냐고요? 연애세포는 항상 깨어 있답니다."

1999년도 드라마 '학교'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18주년을 맞은 하지원. 텔레비전 속 고두심의 연기를 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자가 되리라 마음먹었던 그 역시 어느 덧 베테랑 연기자이자 후배들이 닮고 싶어하는 선배 연기자 반열에 올랐다.

"연기 생활을 할수록 감사함과 동시에 책임감이 많이 생겨요. 후배들에게 조금 더 멋진 선배가 되고 싶어요. 나이 듦이 두렵지는 않아요. 삶을 많이 경험할수록 우여곡절도 많이 겪고 인생의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살고 있어요."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