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 '뷰티인사이드'서 매일 얼굴 바뀌는 남자와 사랑
상대배우와 친해지면 바뀌니 인물이 처한 상황에 더 몰입돼
특별한 연애 스타일은 없었지만 이젠 나이 들어 달라질듯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가을을 불러들이는 눈빛이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 제작 용필름)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난 배우 한효주는 가만히 카페에 서 있어도 멜로의 느낌을 살려낼 줄 아는 ‘분위기 미녀’였다.

영화 속 매일 얼굴이 바뀌는 남자와 변함없는 사랑을 나누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살려낸 감수성이 물씬 느껴졌다. 깎아놓은 듯 화려하게 빛나는 조각 미녀는 아니지만 한 떨기 목련을 연상시키는 우아한 아름다움이 주위를 환하게 비추었다. 실제 모습도 빛나지만 스크린에서 연기를 할 때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는 ‘천생 여배우’였다. 분위기를 풀기 위해 영화 속 미모를 칭찬하며 인터뷰를 시작하자 한효주는 민망한지 연방 폭소를 터뜨렸다.

“감독님이 수많은 CF를 만들었으니까 미적 감각이 남다르세요. 예뻐 보이는 최상의 각을 찾기 위해 항상 ‘얼굴을 조금만 틀어주세요’라며 이것저것 시도하셨어요. CF모델로 시작했지만 제 자신은 카메라 앞에 예뻐 보이는 척을 잘 못해요. 예뻐 보이는 각도 잘 못 찾고요. 예뻐 보였다면 모두 감독님 덕분이에요. 감독님이 이렇게 미를 추구하시니 저도 노력을 안 할 수 없더라고요. 한 달에 한 번 가던 피부과를 일주일에 한 번 갈 수밖에 없었어요. 이번에 깨달은 건 저는 예뻐 보이려 하면 안 예쁘게 나오더라고요. 그냥 주위에 (감독님처럼) 예쁘게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예뻐 보이게 나오더라고요. 역시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뷰티 인사이드’는 자고 일어나면 매일 얼굴과 성별, 인종이 바뀌는 남자 우진과 그가 사랑하게 된 여자 이수의 아주 특별하면서도 애절한 로맨스를 그린 판타지 멜로물이다. 한효주는 아주 특별한 조건을 가진 남자를 만나 처음엔 당황하지만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이수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우진 역을 맡은 무려 21명이나 되는 배우들과 모두 완벽한 연기호흡을 선보이며 영화 속 감정의 결을 쌓아간다. 한효주는 최근 20대 여배우 중 가장 각광받는 이유를 알게 할 만한 호연을 펼친다. 그는 쏟아지는 호평에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언론 시사 후 좋은 평가들을 들었지만 정말 떨려요. 기분은 좋은데 여전히 관객들이 이 특별한 사랑을 어떻게 봐줄지 궁금해요. 정말 새로운 영화이기 때문에 제작진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무척 커요. 사실 개인적으로 촬영 전만 해도 이런 사랑을 한다는 건 엄두도 못냈어요. 지극히 극적인 이야기로 들렸죠. 그러나 영화를 통해 간접 경험해보니 함부로 이런 사랑이 싫다고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모르는 상태에서 우진 같은 핸디캡이 있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면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아요. 여자라면 누구나 모성애가 있잖아요?”

한효주는 ‘뷰티 인사이드’에서 내로라하는 톱스타들과 연기호흡을 맞췄다. 우진을 연기한 21명의 배우들은 생김새나 성별, 상황이 모든 다르기에 한효주의 고충이 남달랐을 법하다. 한효주는 그들과 ‘우진’이라는 퍼즐을 함께 맞춰가는 기분으로 아주 특별한 사랑을 그려냈다. 함께 뛰는 이들은 계속 바뀌는데 홀로 전 코스를 뛰는 마라토너가 연상된다. 영화를 보면 왠지 고독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초반 매일 배우가 바뀌니까 이수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처음 만나는 배우들과 낯설게 인사하고 익숙해질 만하면 가고 새로운 배우들이 왔거든요. 이수의 상황이 남 같지가 않더라고요. 모든 배우들이 다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김주혁 선배님이에요. 정말 만나자마자 이별했거든요. 처음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한 후 우리 헤어지자고 연기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러나 김주혁 선배님은 마치 그동안 많은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분위기를 이끌며 담담이 이별 신을 찍으셨어요. 오래 만나 사귄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게 바로 수많은 멜로 연기를 하신 선배님의 내공인 것 같아요. 그냥 가만히 있는데 마음이 동화되더라고요.”

‘뷰티인사이드’는 설정은 판타지이지만 매우 현실적인 주제의식을 내포한 작품이다. 사람의 외모나 조건이 바뀌어도 사랑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러닝타임 내내 제시한다. 성별이 바뀌고 나이가 달라지는 등과 같은 우진의 극적인 변화는 우리네 인생에서 사랑이 처할 수 있는 여러 위기와 갈등들에 대한 은유로 읽혀진다. 갑자기 영화 속 이수가 아닌 한효주의 사랑스타일이 궁금해졌다.

“연애는 전체적인 어울림이 가장 중요하겠죠. 솔직히 아직까지 내 연애 스타일이라는 건 이제까지 없었던 것 같아요. 사람에 따라 달라졌던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랑 연애하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졌어요. 내 스타일대로 따라오게 만든 게 아니라 제가 주로 따라갔죠. 그러나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아주 오랫동안 ‘연애 휴학기간’ 중이라는 한효주의 가장 최대 관심사는 모범생답게 ‘연기’였다. ‘쎄시봉’을 끝난 후 ‘뷰티 인사이드’를 촬영한 한효주는 현재 천우희와 함께 사극 ‘해어화’를 한창 촬영 중이다. 차기작 선정 작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일만 아는 게 아닐까. 촬영이 없을 때 일상 생활은 어떤지 물으니 특유의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쉴 때는 별 거 없어요. 남들처럼 혼자 영화 보러 다니고 쇼핑하러 다녀요. 뚜렷하게 생긴 인상이 아니어선지 길가를 혼자 돌아다녀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해요.(웃음) 현재 영화 촬영 중이지만 ‘암살’ ‘베테랑’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 모두 극장 가서 봤어요. ‘베테랑’을 보면서 유아인씨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런 여자 악역 캐릭터를 한번 연기해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서두르고 싶지는 않아요. 열보 먼저 가려다 백보 후퇴하고 싶지는 않거든요.(웃음)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변신을 할 기회가 올 거라고 믿어요. 한창 예쁜 나이에는 그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차기작 ‘해어화’는 극적인 캐릭터에 대한 갈증 해소 차원에서 선택했어요. 이제까지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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