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영화 ‘암살’서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 역
“오달수 형, 고향 형 만난 느낌이었다”
“세 번째 연출작? 아직은 비밀”

영화 ‘암살’에서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 역을 맡은 하정우가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규연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배우 하정우(37)의 총알이 스크린 넘어 관객들의 심장을 관통했다. 그간 하정우가 영화를 통해 보여준 매력은 거칠하거나 투박하거나 혹은 유머러스함이었다. 낭만과 로맨티시스트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런 하정우가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제작 케이퍼 필름)을 통해 낭만을 아는 남자, 하와이 피스톨로 분해 여심을 저격 중이다.

“이름이 좋았어요. 낭만파 살인청부업자라는 수식어도 좋았고요. 거기서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갔죠. (웃음) 하와이 피스톨에 대한 전사(前事)도, 설명도 없잖아요. 그런데 이름에서 낭만과 여유, 왠지 모르게 로맨스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최동훈 감독에게 시나리오 얘기보다 먼저 하와이 피스톨에 대한 캐릭터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 딱 느낌이 왔죠.”

‘암살’ 역시 최동훈 감독의 전작처럼 멀티캐스팅이 빛난다. 하정우를 비롯해 전지현 이정재 조진웅 오달수 등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배우들이 포진돼있다. 하정우는 “부담보다 오히려 든든했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 시작 후 20분 후에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괘념치 않아 했다.

“제가 그런 분량 면에서도 ‘쿨’해요. 제가 늦게 등장하는 영화가 있으면 아닌 영화도 있는 거죠. 신비롭게 등장해서 신비롭게 끝나는 맛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많은 관객들이 ‘암살’을 본 뒤 “하정우에 ‘입덕’(팬으로 새롭게 유입된다는 의미)됐다”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만큼 하와이 피스톨은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는 돈만 주면 국적 불문, 성별 불문, 나이 불문하고 누구든지 처리해주는 상하이의 청부살인업자다. 그러나 우연찮게 부부 행세를 했던 안옥윤(전지현)으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하정우는 안윤옥에 대한 사랑보단 연민의 감정을 먼저 떠올렸다. 일반적인 로맨스와는 달라 더 깊고 진한 여운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와이 피스톨이 안옥윤과 자라온 환경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를 죽이지 않고 도움을 주게 된 계기는 거기서 오는 연민의 감정이 있었죠. 안옥윤이 이름도 없이 떠돌이 신세가 된 하와이 피스톨처럼 되지 않기를 바랐을 것 같아요.”

영화 ‘베를린’에 이어 전지현과 또 다시 완성되지 못한 사랑을 그린 그는 “전지현과 제대로 된 멜로신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이렇게 절제돼서 끝나는 것도 애틋한 기분이 들어서 좋았어요. 다른 작품에서 완성된 로맨스를 펼칠 기회가 올 수도 있겠죠.”

처음부터 하와이 피스톨이었다. 그는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에서 독립적으로 보이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와이 피스톨은 가장 허구적이에요. 극 중 내용을 중화시켜주고 쉬어갈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연기할 때도 각 잡고 힘을 줘서 찍지 않았어요. 놓는 연기라고 해야 할까요? 뭔가 귀찮은 듯한 느낌이 들도록 연기했어요. 캐릭터를 반대로 표현한 것이 묘미였어요. 청부살인업자라고 힘을 줬다면 매력이 없었겠죠. 나른하게 연기하는 것이 맞겠다 싶었죠.”

무엇보다 영감으로 나온 오달수와의 호흡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된 두 사람이지만 ‘조선명탐정’의 김명민·오달수 콤비를 위협할 정도로 강력했다.

“(오)달수 형이 분위기를 잡아준 것이 큰 힘이 됐어요. 둘이 나오면 코미디적인 느낌이 들잖아요. 굳이 어떤 설정을 하지 않았는데 달수 형이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무엇인가가 있어요. 하와이 피스톨이 형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죠. 친하게 지냈어요. 꼭 고향 형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죠. 형이 주는 인상 자체도 푸근하고 꼭 요정 같아요. 하늘에서 한국 영화계에 내려준 1,000만 요정이요. (웃음)”

그는 시사회 때 처음으로 영화를 본 뒤 최동훈 감독에게 “어, 감동이 있네요”라는 말을 전했다고 했다. 새삼스럽게 우리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독립을 열망하고 갈망했는지를 느끼기도 했단다.

“(조)진웅 형이 언론시사회에서 ‘그 시대를 연기하는 것도 힘든데 당시를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라는 말을 했는데,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에필로그 신에서 독립운동가들이 해방이 됐다고 좋아하는데, 제가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느낌을 화면으로 보니까 ‘그때 그 사람들이 그토록 해방을 원했겠구나’라는 감정을 새삼 마주했어요. 가슴 속에 무엇인가가 느껴지는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국가대표’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 ‘군도’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등 대부분의 그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지만 아직 그에게 ‘1,000만 배우’ 타이틀은 없다. ‘암살’은 좋은 기회다. 벌써 ‘1,000만’ 조짐은 드러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개봉한 암살은 개봉 일주일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1,000만 영화는 하늘이 정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 올라가야 할 때가 많아요. 해야 할 것이 많죠. 이루지 못한 것들도 많이 있어요. 물론 스코어가 중요하니까 1,000만 영화가 있으면 좋죠. 하지만 지금까지도 굉장히 감사하고 만족하고 있어요. 아직 나이가 어려서 언젠가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다작을 하는 그지만 연출 욕심도 만만치 않다. “열정적인 동아리 선배 같았던” 최동훈 감독을 통해서 그는 “연출을 머리로만 생각했다. 가슴으로 생각하는 최 감독을 보면서 느낀 것이 많다”고 밝혔다.

첫 번째 연출작 ‘롤러코스터’와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은 ‘허삼관’에 이은 세 번째 연출작을 준비 중이냐고 물어보니 “비밀이다. 기대해 달라”며 “캐릭터 영화가 될 것 같다”고 힌트를 줬다.

“깊이를 쌓아가고 있어요. ‘롤러코스터’는 열정만 가지고 시작을 했어요. ‘허삼관’을 찍으면서 어떤 걸 채워가야 하는지가 뚜렷해졌어요. 배우로서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감독을 도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했죠. 8월 초에 5일 정도 휴가가 생겨요. 그때 신작인 ‘터널’ 김성훈 감독이랑 제주도에 가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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