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흡입력 있는 스토리 후반에는 개연성 잃어

[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용두사미로 전락했다.

‘가면’에 대한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2013년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드라마 ‘비밀’을 그해 최고의 드라마 반열에 올린 최호철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믿고 보는’ 여배우 수애의 출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대 요인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SBS 수목미니시리즈 ‘가면’(극본 최호철, 연출 부성철)은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미한 용두사미 드라마였다. 시청률은 자체 최고 기록이었지만, 극적인 전개의 고집으로 개연성을 찾아볼 수 없는 허술함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상황에 맞지 않은 PPL 역시 옥에 티 그 자체였다.

‘가면’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분신이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도플갱어라는 소재를 처음으로 드라마에 차용했다. 수애는 사채 빚에 허덕이는 가난한 백화점 직원 변지숙과 차기 대통령 후보를 아버지로 둔 도도한 재벌 서은하 역을 동시에 연기했다.

서은하의 죽음으로 그의 내연남이었던 민석훈(연정훈)이 변지숙을 서은하로 완벽하게 위장시키며 극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은하의 가면을 쓴 변지숙과 아무것도 모르고 그를 사랑하게 된 최민우(주지훈) 그리고 민석훈의 야심과 변지숙의 정체를 파헤치려는 최미연(유인영)이 얽히고설켰다.

똑같은 얼굴을 한 가난한 여자와 부자 여자 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된 남자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충분히 유발시켰다. 그러나 초반의 흡입력 있는 스토리의 전개는 중반으로 갈수록 더뎌졌고, 후반에는 개연성 없는 설정들이 폭주했다. 서은하의 삶을 살게 된 변지숙은 해맑긴 하지만 어리바리하고 답답했다. 스스로 위기를 자처하는 듯한 모습이 이어졌다. 변지숙이 당하고만 있을 때 민석훈은 더욱 날뛰었다. 서은하의 시체 유기를 시작으로 변지숙의 정체를 안 김정태(조한선)를 살해하고, 죄를 변지숙의 동생에게 덮어씌우려 했다. 방화로 사람을 죽이려는 음모와 사채업자들의 폭행 등도 이어졌다. 경찰에게 순순히 잡혀가는 법도 없다. 도망과 재회라는 극적인 만남은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높였다. 마지막 회에서는 최미연의 자살이 정점을 찍었다. 마지막까지 사랑을 갈구한 최미연은 절벽에 몸을 내던졌다. 정신 못 차리고 범법을 저질렀던 민석훈은 그의 자살로 눈빛이 착해졌다. 연속된 우연의 일치와 허술한 전개를 극적인 상황으로만 모면하려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재벌가의 암투와 음모, 불륜, 신데렐라 스토리 등 온갖 자극적인 조미료를 팍팍 친 ‘가면’은 부동의 수목극 시청률 1위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막을 내렸다. 그러나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호연은 빛났다. 수애는 1인 2역 연기를 통해 자신의 이름값을 해냈다. 우아한 서은하와 어리숙하지만 강단 있는 변지숙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연기하며 허술한 전개에 힘을 줬다. 주지훈은 새로운 ‘멜로킹’에 등극할 전망이다. 수애를 향한 피어오르는 애틋한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가장 큰 지지를 얻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로맨스는 드라마의 가장 큰 인기요소였다.

연정훈과 유인영 역시 돋보였다. 수애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악마 같은 민석훈 역할을 연정훈은 맞춤옷을 입은 듯 소화하며 호평을 얻었다. 유인영 역시 당당한 ‘차도녀’지만 사랑 앞에서는 유약한 여인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편 ‘가면’ 후속으로는 주원 김태희 주연의 ‘용팔이’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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