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Southpaw) ★★★(5개 만점)

제대로 된 가족 드라마이면서 권투영화다. 제이크 질렌할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와 권투 액션신을 박진감 넘치게 찍은 촬영, 튼튼한 각본과 연출 등 모든 것이 갖춰졌다. 문제는 예전에 이런 영화는 많이 봤다는 기시감이다. 사회적 약자인 주인공의 당연한 최후의 승리와 자기 구제의 얘기를 중심으로 영화가 흘러간다. 따라서 처음과 마지막의 피가 튀는 두 경기 사이의 드라마가 너무 길고 느린 느낌이다.

안톤 후쿠아 감독(‘이퀄라이저’)은 마치 이 영화는 권투영화 아니라는 점을 강조라도 하려는 듯이 드라마 부분에 역점을 둔다. 왕년에 만든 권투영화들인 ‘챔피언’ ‘상처뿐인 영광’ ‘레이징 불’ 및 '록키'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많은 것도 영화의 신선미를 감소시키는 큰 이유. 그러나 보고 즐길 만한다.

첫 장면은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전에서 얼굴을 알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피투성이가 된 빌리 호프(제이크 질렌할)가 고함을 지르면서 상대방을 공격, 챔피언벨트를 따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라커룸에 들어온 섹시한 아내 모린(레이철 맥애담스)이 보는 앞에서 의사로부터 찢어진 왼쪽 눈을 치료받는다. 이 왼쪽 눈이 빌리의 결정적 핸디캡이 된다.

11세 난 영리한 딸 레일라(우나 로렌스)와 함께 거대한 저택에서 호사를 누리면서 사는 빌리와 모린은 서로를 극진히 사랑하는데 모린은 빌리가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은퇴할 것을 원한다. 이어 얘기는 이런 영화의 정석대로 빌리의 급격한 몰락으로 이어진다. 남편과의 갈등으로 빌리의 매니저 구실을 하던 모린이 떠나고 빌리는 자신의 벨트를 노리는 젊고 오만한 미구엘 에스코바르(미구엘 고메스)와 언쟁을 벌이다가 둘이 주먹싸움을 하면서 빌리는 왼쪽 눈을 크게 다친다.

빌리는 여기서부터 빚더미에 올라 앉아 가산을 몽땅 차압당하고 알거지가 되고 레일라까지 뺏겨 레일라는 아동보호소에 들어간다. 물론 빌리는 재기를 하는데 폐인이 되다시피한 그가 죽음을 각오하고 링에 오르기로 결심하는 까닭은 오로지 딸을 되찾기 위해서다.

빌리가 찾아간 체육관은 왕년의 명 복서 틱(포레스트 휘태커)이 경영하는 동네 불우아동과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한 후진 장소. 빌리는 프로는 안 받는다는 틱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틱에게 자기 트레이너가 돼줄 것을 요구, 둘은 일치합심해 맹훈련에 들어간다. 돈에 눈이 먼 경기알선책(‘50센트’ 잭슨)의 주선으로 베이거스에서 미구엘과 한판 붙는다.

올해 ‘나이트크롤러’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질렌할의 피비린내 나면서도 민감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얼마 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영화음악 작곡가 제임스 호너의 유작인데 음악이 무드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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