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그야말로 ‘태풍의 눈’이다. 2년 만에 찾아온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가요제로 인해 가요계가 긴장 중이다. 현재 걸그룹·보이그룹 대전이라 불릴 정도로 내로라하는 수많은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컴백했지만 ‘무한도전’ 앞에서는 그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 음원차트가 요동친다!

‘무한도전 가요제’가 돌아왔다.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를 시작으로 2009년 ‘올림픽대로 가요제’,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2013년 ‘자유로 가요제’까지 ‘무한도전 가요제’는 멤버들과 뮤지션들이 2년에 한 번씩 선보이고 있는 프로젝트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무한도전’은 가요제를 5대 프로젝트의 하나로 기획했다. 그만큼 화려한 뮤지션 라인업이 준비됐다. 곡이 나왔다하면 음원차트를 잠식하는 대형 가수와 현재 가장 ‘핫’한 인디밴드가 참여한 것. 박진영 아이유 자이언티 지디&태양 윤상 혁오 밴드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무한도전’은 멤버별로 아티스트와 짝을 이루고, 본경연에서 선보일 곡을 고민하거나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예능적 재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8월 본경연의 방송을 앞두고 가요계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무한도전 가요제’의 음원이 각종 음악사이트에서 상당한 영향력과 지속력을 동시에 발휘했기 때문. 음원 공개 후 멤버들의 곡이 차트 줄세우기를 하는 것은 물론 한 달 이상 차트 10위권 안에 머무르며 그야말로 차트를 독식했다.

벌써부터 전조는 드러났다. 본격적인 경연곡이 나오지 않았는데 음원차트가 요동치고 있는 것. 현재 지난 5월 발매된 혁오의 ‘와리가리’와 지난해 9월 공개된 자이언티의 ‘양화대교’가 나란히 차트 1, 2위를 다투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9월 발표한 혁오의 데뷔곡 ‘위잉위잉’ 역시 차트 10위권에 안착했다. 소녀시대 인피니트 에이핑크 걸스데이 씨스타 리쌍 비스트 등 쟁쟁한 가수들이 활약에 ‘제동’을 걸만큼 강력한 화력을 뿜어대고 있어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 이건 예고편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아직 본경연이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 음원의 활약이 더욱 매서울 것으로 짐작된다. 혁오와 자이언티의 노래는 ‘무한도전’ 중간에 소개되기만 했을 뿐인데 일주일 이상 차트 정상권에서 힘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 하하의 파트너인 자이언티는 하하가 준비한 택시를 타고 양화대교를 건넜다. 그러면서 ‘양화대교’의 주인공인 자이언티의 아버지가 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택시기사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양화대교’를 들으면서 하하 역시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고백했고, 아내인 별 이야기를 꺼내면서 “장인어른이 일찍 돌아가셨는데, 아내가 ‘양화대교’를 듣고 울었다”며 뭉클한 이야기로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이는 곧바로 곡의 음원차트 상위권 안착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무한도전’ 속에 나오는 음원의 힘은 먼저 대중들에게 친밀감을 높인다는 점에 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단순히 노래만 들려주는 것은 아니다. 노래에 대한 사연과 그 곡을 만드는 과정을 몇 주에 걸쳐 보여준다. 대중들로 하여금 기대를 머금게 한다. 그래서 음원이 발표되는 순간 ‘완성곡은 어떨까?’라는 대한 궁금증이 폭발을 한다”면서 “음악에 대한 사연과 그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면 공감의 폭이 넓어지고, 곡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진다. 곡이 만들어지면서 어느 정도 멜로디를 알게 된다. 낯이 익고 마치 내가 그 과정에 참여한 듯한 느낌도 받게 되면서 음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 가요계, 나 지금 떨고 있니?

가요계는 긴장 중이다. ‘무한도전’ 앞에서는 팬덤도 인지도도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걸그룹·보이그룹 대전으로 펼쳐질 줄 알았던 7월 가요계가 혁오와 자이언티의 선전으로 완전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렇게 장기간 역주행하고 있는 음원은 굉장히 오랜만이다. 새삼 ‘무한도전’의 위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요즘 음악 프로그램과 음원 차트가 아이돌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무한도전’이 숨겨져 있던 뮤지션을 대중들에게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볼멘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걸그룹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사실 가요계 쪽에서는 ‘무한도전 가요제’가 반갑지만은 않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이 시즌은 컴백을 피해야 할 시즌으로 인식되고 있다. 마케팅이나 화제성 등에서 확실히 밀린다. 힘들게 준비한 음원이나 앨범이 빛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이 시즌을 피해 컴백하는 가수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무한도전 가요제’ 합류에 대해서는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돼 있어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애초에 그런 생각은 별로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한도전 가요제’가 가요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무한도전’ 라인업에 끼고 싶어도 끼지 못하는 상대적 박탈감 역시 분명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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