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떠오르는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와의 인터뷰가 지난달말 미국 산타모니카의 한 호텔에서 일었다. 슈머는 최근 개봉된 로맨틱 코미디 ‘트레인렉’(Trainwreck)에서 한 남자에게 마음을 주는 것을 꺼려해 이 남자 저 남자와 원나잇 스탠드만을 즐기다 얌전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잡지사 기자 에이미로 나왔다.

통통한 몸매에 민소매 드레스를 입은 금발의 슈머는 나이와 달리 소녀처럼 귀엽고 꾸밈이 없어 대하기가 편했다. 슈머는 테이블에 놓인 샴페인잔을 들어 마시면서 음란한 농담을 천연덕스럽게 하면서도 다소 쑥스럽다는 듯이 얼굴에 홍조를 띠우기도 했다.

슈머는 유머와 위트가 대단한 배우로 자기보다 한발 앞서 스크린의 빅스타가 된 동료 여자 코미디언들 크리스틴 윅과 멜리사 맥카시의 뒤를 이어 대성할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 각본을 쓰는데 때로 관객이 농담이 지나치다고 생각할까봐 걱정하진 않는가.

“염려하진 않는다. 난 글을 쓸 때 흉측하거나 미친 소리 같은 것은 쓰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 농담을 싫어한다면 할 수 없다. 사과할 생각은 없다. 언제나 내 농담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지나치게 과격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

-당신이 영화에서 말한 대로 당신은 실제로 모든 남자들의 꿈이 모든 여자와 자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마다 다르다고 본다. 어떤 남자들은 자기 씨를 사방팔방에 뿌리려고 하는가 하면 또 어떤 남자들은 자기 아내와 자는 것만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남자 역과 여자 역이 바뀌었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내가 아는 여자들 중에는 에이미와 같은 여자들이 더러 있다.”

-당신은 남자들이 당신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하는가.

“난 내 체중을 스스로 재지는 않으나 그 정도 나간다. 그것은 예쁜 모델들이 너무 말라서 한 말이다. 체중이 좀 나가더라도 얼마든지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느끼고 스스로의 정체를 지킨다면 아름답고 건강하며 또 욕망의 대상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진짜로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나 남자와 잘 수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난 그런 여자가 아니다.”

-당신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학교의 배구코치였다. 그로부터 결단력과 근면과 생의 목표 설정을 배웠다. 그리고 내 가족이다. 난 어렸을 때 부자였는데 아버지가 중병에 걸리면서 집이 망해 큰 집에서 아주 작은 모텔방과도 같은 곳으로 이사를 갔다. 내가 세 아이들 중 둘째로 그 때부터 난 집안 일을 도와야 했다. 따라서 그 같은 가난이 나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언제 당신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는가. “난 어렸을 때부터 남을 잘 웃겼다. 세 살인가 네 살 때부터 노래 부르고 사람들을 웃겼다. 타고난 것이라고 본다.”

-당신의 섹스 농담은 단순한 섹스 외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가.

“난 섹스를 마케팅 도구로 이용해 왔다. 섹스 농담처럼 우습고 흥미 있는 것도 없다. 그러나 섹스는 내 농담의 30% 정도다. 그런데 사실 여자보다 남자들이 더 섹스 농담을 하는데도 여자라는 것 때문에 여자들은 조금만 섹스 얘기를 해도 주목의 대상이 된다. 남자들이 지나친 섹스 농담을 하면 마치 생각이 깊은 사람 대접을 받지만 여자는 경우가 다르다. 남자들은 아 여자 저 여자와 자도 별 탈이 없지만 내가 그랬다간 화냥년 취급을 받을 것이다. 난 우린 다 같고 누가 누구보다 특별히 낫지가 않다는 것을 상기 시키기 위해 섹스 농담을 하는 것이지 결코 충격을 주려고 한 것은 아니다.”

-당신은 피부가 두꺼운가.

“그렇다. 난 굉장히 어렵게 살았기 때문이다. 고생하는 가족을 웃기는 일이 내 임무였다. 내게 있어 재미있다는 것은 하나의 방어체계다. 난 생명의 위협도 받았고 맥주병 세례도 받았고 또 관객들이 다 공연장을 떠나는 경험도 했지만 여전히 여기 서 있다.”

-명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젯밤 내내 그것에 대한 악몽을 꾸었다. 내 명성의 오직 단 하나 장점은 난 언제나 사람들을 웃게 하려고 원했는데 그 것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밖에는 명성이 주는 플러스가 없다. 한 번 공짜로 냉장고를 받은 것 외에는. 난 명성이 뭐가 좋은 지 모르겠다. 내가 부담으로 느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심지가 굳은 것은 가족과 내 주위의 솔직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난 예스 맨을 싫어한다. 난 늘 정직을 좋아했다.”

-영화에 프로농구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나오는데 그를 평소 알았는가.

“내가 각본에 그를 사용한 것은 르브론이 내가 아는 유일한 농구선수였기 때문이다. 난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데 다행이 그가 출연에 응했다. 그는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다. 한 번도 잘난 척하지를 않더라. 세트에 함께 있기가 정말로 즐거웠다.”

-이 영화가 단신의 첫 메이저영화인데 소감은.

“내 생애 최고의 시간이었다. 난 이 영화를 내 TV쇼로 여기고 그대로 했다. 사실 TV쇼 보다 쉬웠다. 난 길고 크게 보질 않고 오늘 할 연기만 생각했다. 내가 쉽게 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저드 애파토 감독 때문이다. 그는 마치 아버지와 같은 사람으로 활짝 개방된 분위기를 만들어 일 하기가 편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다 그로부터 받았다.”

-영화에서 당신의 라이벌 기자로 나온 랜달 박과 일한 경험은 어땠는가.

“난 전에 그를 몰랐는데 저드가 그의 코미디 비디오를 내게 보여줬다. 그리고 난 ‘아니 이게 누구야’ 하고 그의 재능에 감탄했다. 세트에 함께 있는 것이 정말로 즐거웠는데 그는 아주 재미있는 사람으로 즉흥적 연기를 해내면서도 감독의 지시를 잘 따랐다. 참 상냥한 남자로 난 그를 사랑했다.”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 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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