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인렉’(Trainwreck) ★★★1/2(5개 만점)

일부일처제가 과연 현실적이냐라는 명제를 내건 로맨틱 코미디. 야한 것과 솔직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통찰력을 함께 구사해 매력적인 영화를 만드는 저드 애파토(‘40세 숫처녀’)가 감독했다. 애파토 감독의 영화 중 처음으로 여자가 주연까지 맡았다.

각본은 주연을 겸한 요즘 한창 떠오는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가 썼다. 지금까지는 주로 TV로 잘 알려진 그녀가 본격적으로 스크린에 등장한 영화다.

폭풍 같은 삶의 에너지를 지닌 입 건 여자와 조용하고 무리 없는 남자가 만나 사랑하다가 갈등을 빚고 다시 화해한다는 연애영화의 전형적인 틀을 지녔다.

영화는 심술 맞고 술꾼인 고든(칼린 퀸)이 이혼해 짐을 싸들고 집을 나가기 전 어린 두 딸 에이미와 킴에게 “일부일처제는 비현설적이다”라고 일장 훈시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로부터 20년 후 아직 미혼인 에이미(슈머)는 뉴욕의 센세이셔녈 위주 남성잡지 ‘스너프’의 기자가 됐고 킴은 결혼해 아이 낳고 모범주부가 됐다. 그런데 둘은 아버지가 있는 요양원의 비싼 월세를 놓고 다툰다. 요양원의 또 하나의 입주자로 히치콕의 친구이자 그의 영화에 나온 100세인 노만 로이드가 나와 웃긴다.

에이미가 아직 미혼인 까닭은 어렸을 때 아버지의 영향 탓으로 깊은 관계 공포증 환자다. 에이미는 무수한 남자들과 섹스(섹스신이 요란하다)를 하지만 그들은 다 단 1회용 소모품들이다. 예외로 섹스를 운동경기로 여기는 스티븐(레슬러 존 세나)과는 드문 드문 만난다. 이런 에이미에게 요란스런 영국 액센트를 구사하는 편집장 다이애나(틸다 스윈튼-화장을 짙게 해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다)가 한창 떠오르는 스포츠의사 아론(빌 헤이더)을 인터뷰 하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아뿔싸! 에이미는 직업윤리를 위반하고 아론에게 반해 둘이 함께 침대에 든다. 아론도 생활력 강하고 화끈한 에이미가 좋다. 그런데 에이미는 하룻 밤 정사 후에도 아론에게 자꾸 마음이 가면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과연 한 남자와만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가 아닌가 그 것이 문제로다.

슈머가 코믹한 연기를 매우 잘하는데 대사와 제스처와 표정이 일품이다. 귀엽고 순진하면서도 상스럽기 짝이 없는 연기를 활짝 연 공작의 날개처럼 보여준다. 그녀와 침착한 헤이더의 콤비도 찰떡궁합이다.

중간 중간 플롯을 돌려 가면서 시간을 끄는 것이(상영시간이 좀 길다) 흠이지만 재미 있고 매력 삼삼한 영화로 우디 앨런의 명작 ‘맨해탄’에 잠깐 경배를 보내고 있다.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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